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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Jan 03. 2019

'생각'을 생각하는 '생각'들

생각하는 행위에 대한 단상

 인간이 어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은 어떤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이 엄연한 사실에 대해 쉽게 반박할 수 없다. 반박을 하기 위한 어떤 행위조차 어떤 생각이 반드시 선행하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다. 또한 배가 고파서 밥을 먹거나 친구와의 약속을 잡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들은 모두 생각하는 행위들이다. 다시 말해 일상 속에서의 언어 사용을 포함한 모든 행동들은 결국 생각들을 통해 만들어 졌다. 아마 한 평생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살 것이다. 한 평생이라 할 것도 없이 하루를 돌아보아도 정말 수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하루 동안만이라도 모든 자잘한 생각들을 일일이 기록한다면 그 귀찮음과 번거로움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태를 유발하는 행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생각이란 것이 하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 버려서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동안의 모든 생각들을 기록했다면, 그중에서 유익하거나 실용적인 생각들은 얼마나 많을까?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인간이 두뇌를 10%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한다고 했었는데, 과학자들은 실제로 각성 중인 인간의 두뇌는 항상 100% 풀가동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전달하려고 했던 말의 의미는 뇌의 생리적인 기능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이 하고 싶었던 말의 의미는 인간의 사유하는 능력은 훨씬 탁월한데 90%는 비생산적인 생각들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실천한 사람들의 예로,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항상 똑같은 옷을 고집하는 이유도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습관이다. 옷을 고를 시간에 그리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대신 다른 곳에 생각을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참고로 아인슈타인은 젊은 시절 스피노자에게 관심이 많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루 동안 소모하는 뇌의 에너지의 일부만 기록하더라도 정말 쓸 데 없고 무의미하거나 아니면 불합리한 감정들에 잡혀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수치에 딱히 의미는 없지만 인간의 두뇌 사용은 아인슈타인이 말한 10%에도 못 미칠 수도 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모범 답안은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하게 규정했지만, 너무 모호한 것이 '본질'이 무엇인지는 쉽사리 답변을 내릴 수 없다. 만약, 이것을 자신 있게 설명할 만큼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플라톤이 재림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철학 공부를 취미로 삼으면서 용법이나 난해한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애먹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무얼 생각했었는지 금방 잊는다는 것을 항상 애석하게 여겼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느낀 것은 항상 생각을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너무나 유명한 사람의 유명한 구절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을 의심하는 생각이 있음을 통찰한 데카르트의 'Cogito'는 사고의 연역 내에서 의심하는 주체의 존재에 대해서 설파했다. 더 친밀하고 익숙한 표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아직까지 수많은 지성들의 저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절이다. 이 글의 제목인 '생각'을 생각하는 '생각'도 같은 맥락에서 쓰인 문장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골몰해야 적을 수 있는 것이 글이다 보니 시간이 흐르는 것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현상학의 아버지인 후설은 전성기 시절에 신문지 반 정도 되는 크기의 용지에 글을 4만 장이나 써 내려갔다고 하는데, 그 지성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나는 후설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의 방대한 사유를 창조하지 못할뿐더러, 이런 것들을 한다고 밥이 생기진 않는다. 그렇다 보니 허구한 날 생각에만 빠져 살고 있는 나의 독단에 쓸 데 없이 너무 많은 여유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불안한 시간이 만들어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행운이 될지, 불행이 될지는 모르겠다. 좌우지간, 앞으로 이 여백에 채울 것들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해볼 만한 생각들을 생각한 잡다한 생각들이 될 것이다. 글에는 미숙하게 이해한 개념들과 허접한 논리적 구성이 가득할 것이고 또한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글이 될 터이지만, 그럼에도 혹여나 누군가가 유쾌한 느낌을 받거나 사소하게나마 닮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에 글을 적고 싶다. 정보의 바다에 아주 작은 물방울에 불과할 테지만 그 물방울에도 울림은 존재하니 조금씩이나마 공을 들여 끄적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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