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행복'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얼마 전에 본, <폭싹 속았수다> 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애순이가 시집살이를 하며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부엌일을 하는데,
그 시선 안에 마당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딸과
멀리서 뱃일을 나가면서 손을 흔드는 관식이가 함께 담긴다.
그 시절은 분명 힘들고 팍팍했을 것이다.
애순이의 삶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그런데도 그 장면 속 애순이는 참 평화로워 보였다.
다 가진 건 아니지만, 무언가가 충분했던 느낌.
왠지 거기서 ‘행복’이라는 게 뭔지를 살짝 엿본 듯한 느낌이었다.
서로의 힘듦을 비교하는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 요즘이다.
누가 더 고생했고, 누가 더 불행한지.
어느 세대 혹은 어느 집단이 더 어렵냐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내 삶도 저울 위에 올려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생긴다.
예를 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순간들’ 같은 것들.
지치고, 서럽고, 아무리 힘들었던 날에도
딸의 웃는 모습이 보이고,
멀리서 나를 향해 손 흔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던 그 순간.
그런 순간이 있다는 사실이
애순이의 하루를 조금 덜 고단하게 만들어줬을지도.
물론, 누군가에겐 이런 이야기가 이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행복 타령이냐’ 같은 말처럼.
그게 꼭 ‘행복’이라는 이름일 필요는 없지만
그런 장면들을 조금 더 자주 떠올리고,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은
지금의 우리에게 꽤 중요한 태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별 것 아닌 순간이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날도 있으니까.
그런 마음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