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밖의 이름

피해자의 언어로 다시 쓰인 정의

by 낭만딴따라

말이 닿는 자리까지, 사람을 지키는 일

알라딘

이 책은요 ~

젠더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디지털 성범죄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사건을 피해자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는 책. 사건의 심각성과 이슈를 드러냄뿐 아니라 재판이 끝나거나 법정에서 다뤄지지 못해도 사건은 사라지지 않고, 그 안에는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와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가 있음을 드러낸다.


법정 안팎에서 겪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자다움'이라는 사회 편견 때문에 주저앉는 피해자의 침묵을, 피해자의 언어로 표현할 때 사건의 색깔이 달라지는 아이러니.


법이 가해자의 처벌이라는 일반 정의 외에 피해자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역할은 불가능한가. 법의 언어가 담지 못하는 피해자의 고통과 삶을, 피해자의 언어로 다시 기록한다.

픽사베이

판사의 시각으로 해석한 판결, 검사의 눈에 비친 사건 백태, 변호하면서 알게 된 세상의 모순이 아닌, 오로지 피해자를 한 명의 사람으로 접근하고 언급한다는 점에서 희소성 있는 책이다. 동정을 끌어내는 스토리텔링이나 피해자 코스프레를 장착하길 원하는 대중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왜 피해자가 웃으면 안 되고 잘 먹으면 안 되며, 끝없이 우울해하고 힘들어해야 한다는 시선을 견뎌야 하는가?


법정에서 끝나지 않는 정의, 법정 밖에서 이어지는 삶, 이 책은 우리가 응답해야 할 목소리를 요청한다.

때때로 어떤 판결문은 피해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다. 세상으로 나가는 작은 문이 되기도 한다. 나는 법에도 마음이 있듯 판결문에도 마음이 있다고 믿는다. 마음이 있는 법률은 피해자를 혼자 두지 않는다.
우리는 피해자들의 피해와 감정을 선별한다. 어떤 피해에는 쉽게 공감하고 손을 내밀지만, 어떤 피해는 관심의 영역에서조차 탈락한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데, 우리는 사과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간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법률 자문을 받는다. 그다음에야 사과한다. 사과가 언제부터 법률 검토의 대상이었는가?
가해자가 죽으면 사건도 죽는다. 그러나 피해자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이 시간 속에서 법이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려면, 가해자의 죽음 앞에서 멈추어 서면 안된다. 피해자의 피해를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만 한다. 가해자의 죽음. 이보다 더 완벽한 가해는 없다.
피해자를 돕는다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의 편에 선다는 의미가 아니다. 언어의 구조를 바꾸고, 침묵에 이름 붙이고, 피해자가 자기감정을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불꽃은 재가 되고 나서도 다음 불씨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 나를 태우는 불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