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사과할 줄 알고 울기도 하는 외곽주의자 검사 이야기.

by 낭만딴따라

누군가를,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존재하였으되 인식해보지 못한 세계로 인식의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그가 나의 세계로 들어오고, 나의 우물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이다.


세상의 가장 가까운 곳, 자신을 선택하지 않아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검사가 된 그녀.

엘리트 법복이 아닌 국숫집을 내는 게 꿈인, '통상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나 특출한 실적이 없는 검사'가 자기 안에 이야기꾼 재능을 발견하고 글을 쓴다.


평범한 이웃 아주머니의 에세이처럼 친근하다. 법과 논리가 대립하며 죄와 벌이 드러나는 전쟁터 같은 재판 이야기가 아닌, 사회초년생인 검사가 만난 민원인의 이야기와 그녀의 풋풋한 실수, 똑똑한 여성 검사도 수컷들의 영역 안에서 '새파랗게 어린년'이란 소리를 듣는 대목에서 절로 무릎이 처진다.


외모면 외모, 싸움 실력, 말빨, 머리빨을 다 갖춘 나이스(nice) 하면서도 정은 좀 떨어지는(?) 서슬퍼런 검사는 드라마나 뉴스에 나오는 몇 명일 뿐, 생활형 검사의 하루는 생계형 공무원인 내게 '당신도 나와 같군요' 라는위로를 준다.


죄지은 자와 피해자, 심판자와 변호사의 집성지가 법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민원인들이 방문하는지 몰랐다. '민원' 뒤에는 늘 사연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사연은 세상에 하나뿐인 무엇이 있음을 저자는 안다. 민원인에게 '친애하는'이라고 부를 때부터, 다양한 사람의 생을 읽고 만나는 그녀는 세상의 중심에 살거나 그것을 지향하는 사람과 외곽에서 열심히 꿈을 꾸며 사는 우리 모두가 이웃임을 안다.


민원은 결국, 외로움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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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같지 않았던 하늘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무릇 웬만한 일에 대해선 괜찮은 법이다.
스스로 형태를 갖춘 외곽이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중심이라고 하든,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외곽주의자는 다만 원의 중심으로 들어가지 못한 주변인이 아니라. 스스로 찾은 외곽의 어느 지점에 머물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자다.
결국 세상이 설정한 표준 사이즈가 뭣이든 간에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굽 높이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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