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비슷한 공간에서 사는 시대, 나는 사적인집을 디자인 한다
영화를 보고 있었다.
스토리는 흥미롭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어느 순간 몰입이 확 깨져버렸다.
주인공이 사는 집 때문이었다.
그 인물의 성격이나 삶의 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
조명도, 가구도, 벽의 질감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심지어 다른 인물들의 집도 전부 비슷한 인상이었다.
다 다른 삶을 사는 인물들이,
비슷한 공간에 살아가는 설정이라니.
그 순간, 영화는 감정의 표정을 잃었다.
나는 한때 영화미술을 했다.
그 시절,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며 깊이 깨달았다.
"미술은 보여지지 않을 때, 가장 잘한 미술이다."
그 영화에서의 공간은 너무도 조용하게 존재했다.
세트가 아니라, 마치 그 사람이 오랫동안 살아온 집 같았다.
보여지지 않음으로써, 더 진하게 느껴지는 미장센.
그때부터 나는 그런 공간에 마음이 끌렸다.
‘설계된 구조’보다 ‘살아지는 마음’에 더 집중하게 됐다.
물론 보여지길 원하는 미장센이 필요한 영화들도 있다.
그건 장르의 선택이다.
콘셉트와 연출이 명확하게 작동하는 세계.
하지만 ‘삶’은 다르다.
과장된 연출 없이,
자기만의 리듬과 감정으로 흘러가는 일상의 구조.
나는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편하고,
그런 공간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나는 사람의 인생도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공간이
그 사람만의 장르를 완성한다고 믿는다.
요즘은 모두가 집에 진심이다.
예전처럼 ‘도배·장판만 하면 되는 공간’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 감정이 들어간다.
그런데 정작 그 결과물은 왜 이렇게 비슷할까?
SNS에서 본 예쁜 사진들처럼만 꾸며진 공간.
모두가 비슷한 바닥, 비슷한 톤, 비슷한 구조 안에 살아간다.
나는 그게 재미없고, 때로는 슬프다고 느낀다.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고,
삶의 리듬이 다르고,
편안함의 기준이 다른데,
왜 공간은 그걸 반영하지 못할까?
그래서 나는 트렌드를 따르지 않는다.
나는 마음이 머무는 공간을 설계한다.
고객의 말보다, 말 너머의 결을 먼저 읽으려 한다.
가끔은 불편한 구조를 그대로 두기도 한다.
그 불편함이 그 사람의 마음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니까.
당신의 삶이라는 장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집
나는 그런 공간을 만든다.
설명이 아니라, 마음이 오래 남는 구조.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알아버리는 구조.
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사적인 집,
그 마음이 오래 머무는 공간.
다음 글에서는,
내가 자주 던지는 질문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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