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되어라!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영화의 리뷰/분석글은, 영화가 어느 정도의 비판적이고 사회적인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이런 성격을 담지 않은 글임을 알린다. 헬리콥터 육아나 빈곤, 주거와 관련된 이슈에 대한 것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영화를 보고 충분히 생각해봤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아, 참고로 영화 내 등장하는 헬리콥터는 사실 헬리콥터 육아나 이런 거에 관련이 없는, 그냥 진짜 영화 촬영할 때에 우연히 있던 헬리콥터이다. 실제로 그 지역이 헬리콥터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고, 촬영할 때에 이를 막을 수 없어서 그냥 같이 화면에 담은 거라고. 그러니 이 부분에서 육아에 관한 과한 의미부여는 금물이다. 서론이 길었으니 이제 진짜 시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는 그러하다. 헤일리는 매춘을 하게 되고 가장 친했던 친구와도 싸우고 멀어졌으며 결국에는 무니와 떨어져 살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 어딘가 불안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일은 제대로 못 구하고, 구해도 오래가지 않는 헤일리와 자기 멋대로인 무니를 보면 곧 일상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니 그래서 이게 어떻게 해피 엔딩이고, 부제는 또 뭔데?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해피엔딩이다. 무니,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러하다. 단편적으로 보면, 결국 무니는 디즈니랜드로 간다! 엔딩은 행복하다. 너무 억지라고? 시선을 조금 바꿔보자. 철저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영화 내에 나오던 배경들을 생각해보자. 우울한 모텔은 아이들의 놀이터이다. 계단 아래에서 놀고, 뛰어다니고 나쁜 행동이지만 차에 침을 뱉으며 노는 것마저 그들에겐 재미있는 놀이이다. 소들이 있는 벌판은 사파리이며 버려진 콘도들은 귀신의 집이다. 부서진 단열재 조각들은 '귀신 똥'이라며 재밌게 가지고 논다. 우리, 어른들은 상상하지 못할 새로운 시선이다. 물론 이 설정들이 그들이 디즈니랜드에 가지 못하여서 일종의 대체제라고 생각하면 또 슬퍼지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행복을 찾는 게 어디인가! 이렇듯 아무리 열악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나름의 행복을 찾아낸다는 얘기이다. 비록 헤일리와 헤어지는 슬픔이 있지만 좋게 바라보면 이제는 더 바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당당하고 힘찬 무니는 어딜 가든 잘 이겨낼 캐릭터니까.
포스터부터 영화 내 화면은 채도가 상당히 강하다. 감독의 전 작품, 탠저린(Tangerine)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는 조금 비현실적인 감이 있다. 실제로 가보면 영화에서 만큼의 화려한 곳이 아닌데, 왜 굳이 더 색을 강조했을까. 바로 위에서 얘기한 맥락과 조금 비슷하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커 보이고, 크게 들리고, 화려하다. 아마 다들 어릴 때 크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커서 가보니 생각보다 작다고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영화 내의 색은 실제보다 더 화려하고 장난기가 많은 색으로 표현된다. 그저 이쁘라고 색감을 팍팍 넣은 것이 아니다!
아마 이 부분은 여기저기 찾아봐도 많이 나오지 않는 내용일 것이다. (뿌듯)
영화 내에서 무니가 친구들을 이끌고 다닐 때의 진행방향이 돋보인다. 우측 방향이다. 조금의 좌측으로의 움직임이나, 화면을 향한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영화를 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방향일 것이다. 이 쪽의 샷들의 테이크가 더 길고, 배경의 건물과 함께 이쁜 그림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막바지에 젠시가 무니를 데리고 뛰는 장면을 보면 좌측 방향으로, 그리고 카메라에서 멀어지는 움직임만이 보인다. 확연히 다른 진행 방향이다.
조금의 의미부여를 해보자면 - 우측방향으로의 무니의 움직임은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꿈에 그리던 곳을 대체할 상상의 공간으로 가는 모습이고, 좌측은 꿈에 그리던 곳으로 가는 움직임이자 현실에서 도피하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두 촬영 장면은 피사체가 아닌 카메라의 움직임에도 차이를 보인다. 앞선 우측의 움직임에서는, 카메라는 아이들을 그저 보여준다. 관객이 관찰자가 된 입장이다. 좌측으로의 움직임에서는 - 사실 좌측보다는 카메라에서 멀어지는 움직임에 더 해당하겠다 - 화면이 많이 움직인다. 카메라를 낮게 들고 아이와 함께 뛰면서 촬영을 했다. 이로 인해 관객은 아이들과 함께 뛰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때의 컷들은 전보다 테이크와 호흡이 짧다. 더 긴박한, 여기서는 긴장이자 설렘을 갖게 만드는 움직임이다.
추가적으로, 이 뜀박질 부분에서의 촬영장비는, 영화 내 사용되던 35mm 필름이 아닌 아이폰 6s로 촬영되었다. 앞에서 촬영된 부분과 어딘가 느낌이 많이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별히 6s를 고른 이유는 롤링 셔터 현상 때문이라고. 일부러 기존 화면과 대비되는 효과를 주기 위해서 골랐다고 한다.
롤링 셔터(rolling shutter)는 정적인 사진(스틸 카메라에서)이나 동영상의 개별 프레임(비디오 카메라에서)이 한 번에 하나의 전체 화면 스냅샷으로 찍히는 것이 아닌, 수평으로나 수직으로 빠르게 씬을 주사함으로써 상이 포착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장면의 이미지의 모든 부분이 정확히 즉각적으로 촬영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재생 시에는 마치 전체 프레임이 한 번에 캡처된 것처럼 씬의 전체 이미지가 한 번에 표시된다.) 이로 인하여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나 빠른 불빛 깜빡임의 예측 가능한 왜곡을 만들어낸다.
- 우리의 지식인 친구, 위키피디아.
그리고 디즈니랜드 내에서는 영화 촬영이 허가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아이폰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몰래 찍은 것. 감독은 "법을 어긴 것은 아니고 규칙을 어겼을 뿐이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가끔은 규칙을 어길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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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로, 배우들 중 헤일리와 젠시는 원래 배우가 아니었다. 헤일리 역의 Bira Vinaite는 옷을 팔던 사람이었으나 그녀의 인스타를 본 감독이 헤일리 역을 먼저 제안했다고. 젠시는 타겟(우리나라로 따지면 이마트와 같은 곳)에서 스카우트를 했다고 한다. 신선한 얼굴이 필요했고, 이전에도 그렇게 하여 성공한 경험이 있었기에 영화사에서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