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을 터이니-
아스라이 피어오르던 저녁노을. 고요 속에 들려오던 뻐꾸기의 울음소리.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공간도 방향도 가늠하기 힘든 이곳. 인생의 미아가 되어 직사각형 창틀에 두 손을 얹고 밖을 바라본다.
저기 저곳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그건 하나의 욕구, 하나의 충동, 하나의 바람.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 길 잃은 자의 유일한 잘못은 올바른 길로 가지 않았다는 것뿐. 그것이 그토록 큰 죄인 것인가. 자기 회피적 사고가 미아가 된 나를 위로한다.
어느새 노을이 뻐꾸기가 있는 나무 위로 걸터앉았다. 불어오는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살포시 어루만져준다.
떠나가는 바람을 붙잡을 수 없으리라. 바람에게는 방향이 있으니. 저 뻐꾸기도 울어야 하는 방향이 있으리라. 노을에게는 이곳을 붉게 물들어야 한다는 공간적 의식이 있다.
모두 저마다 가야 할 곳, 있어야 할 곳이 있구나. 그래, 미아는 나 혼자로 충분하리라.
다들 가거라. 그대들이 있어야 하는 곳으로, 머물러야 하는 곳으로. 나는 오늘도 이곳의 밤을 몸 위로 덮고 잠에 들리라.
내일은 누군가, 나를 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꿈을 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