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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창고 아저씨 Jan 15. 2020

1-1 용감한 고양이

반.창.고 - 반갑다창문밖고양이


유기묘 용감이의 사연은 이랬다.


꼬마 아이들이 골목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묵직한 걸 넣어서

빙빙 돌리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 커다란

울음소리가 나고 있었단다.


혹시나 싶어 확인을 해보니

고양이였고,

그러지 말라고 해도


"고양이 가지고 내 맘대로 하는데

 아줌마가 무슨 상관이에요."


그렇게

그 아이들은 자기네가 

먼저 찾은 고양이인데

무슨 상관이냐며 오기를 부렸단다.


아이들에게 

그 검은 봉지에 담을 만큼 

아이스크림을 살 돈을 줄 테니

고양이와 바꾸자고 했고,


아이들은 잠시 

자기네끼리 두런거리더니

못내 그렇게 하겠다며

고양이를 

구조자에게 넘겼다고 했다.


그렇게 구조되어 

유기동물 보호시설로 들어간 고양이는,

그 시설 안에 있는 

모든 강아지와 고양이를 

순식간에 제압하였고

단번에 용감이란 이름을 얻었다 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감해도

보호 시설에선, 

2주 분양 공고 후에 

아무런 입양 신청이 없으면

안락사 대상이 되는

고양이일 뿐.


공고 마감 기간

하루를 남기고


구조자는

그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계속 떠올라

우선 살리기 위해

집으로 데려 왔고,

임시 보호하며 입양처를 찾는 중이었다.


때마침 

인터넷 검색으로 

우리 부부 눈에 들어온 용감이.


우여곡절이 많지만,

용감한 고양이는 

결국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녀석은 목청이 컸다.

밥을 달라고 할 때도

놀아달라고 할 때도

깜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울어 재켰다.


얄상한 얼굴과 달리

몸집은 컸고,

팔다리는 길쭉길쭉했다.

그리고 그 덩치에서

뿜어내는 울음소리는 

과히 대단했다.

 

한 여름 

처갓집에 들어와

성난 기세로 

웅웅 거리며 날아다는

말벌도 단 번에 때려잡고,

자신의 덩치보다 

다섯 배나 큰 개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개가 아무리 짖어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뚜벅뚜벅 코앞까지 걸어가

앞발로 사정없이

주둥이를 내려치면 

얻어맞은 개는

그대로 구석을 찾아 도망가

용감이가 있는 곳으로

나올 생각을 못했다.


우리에게 용감이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었고,

이야기였고,

행복이었다.


그러나, 

녀석을 볼 때마다

나는 속으로 울음이 났다.



반려인에게 버려지고 

검은 비닐에 쌓여 

빙빙 돌려질 때, 

살기 위해

밖으로 크게 울음을 

울었던 고양이.


그리고, 

불 꺼진 방 한가운데

목이 쉬도록

울고 있었던 아기.


아버지가 

나의 생모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묘사하는 첫 장면이다.


"그러니까 내가 

먼 곳으로 출장을 갔는데 

옆 집에서 전화가 온 거야.

불 꺼진 깜깜한 방에서 

며칠 째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


"그렇게 한 나절을 걸려

허겁지겁 집에 돌아와 보니

깜깜한 방 한가운데

네가 울고 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마른 쇳소리 밖에 안 났어."


"......"



살아남기 위해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리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갓난아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


울음.


"으아앙!"


용감이 도 그랬을 것이다.


"냐야옹!"


그 울음으로

용감이도 살아남았고,

나도 목숨을 구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울음을 들어준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의 울음소리를 

누군가 

들을 때까지

쉬지 않고 외쳤기 때문에

삶이 가능했던 것이다.





깜깜한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을 누군가 

알아챌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외치기.


단순하지만

힘겨운 그것이

다행스럽게도

삶을 다음으로 이어주었고,


나와 용감이는

이렇게 만날 수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https://brunch.co.kr/@banchang-g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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