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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 May 25. 2020

네덜란드 디자인 회사 면접 유형 3가지

면접기 (1)

내가 네덜란드에서 그간 경험한 면접 문화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거창한 성공은 (아직!) 없고 뭐 대단한 팁도 없지만, 그동안 배운 점들은 많다. 이 곳의 회사 문화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A. 비즈니스 컨설턴시 - 캐주얼한 커피 타임. 

내가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회사다. 우연한 계기로 담당자와 알게 되어 안면을 튼 상태였다. 우리 회사에 자리가 날 것 같은데 관심이 있는지 묻는 이메일을 받았다. 나는 반갑기도 하고 잠깐 본 것이 다인 나를 생각해준 것이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평소에 관심 있던 곳이기에 덥석 그렇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이력서와 함께 부끄럽지만 업데이트가 전혀 안되어 있는 포트폴리오도 보냈다. 커피 마시러 한번 올래? 회사 구경시켜줄게라는 답변이 왔고 빠르게 약속을 잡았다. 

정말 순진하게 커피마시러 간 나도 참 대단했다

혹시 몰라 포트폴리오를 프린트해서 가져갔는데 특별한 준비는 더 하지 않았다. 도착해서 회사 구경을 한 바퀴하고 카페테리아에 세명이 둘러앉았다. 커피를 주니 마시긴 했는데, 이 커피 타임이 바로 면접이었다. 그걸 깨닫자 무방비 상태였던 나는 급 긴장이 되었다. 내게 이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관심을 가진 건지 물었고 나는 그저 떠오르는 대로 얘기했던 것 같다. 그리고 포트폴리오가 혹시 있냐고 물어봐서 주섬주섬 꺼내서 보여주었는데 그래도 준비해 갔던 것이 아마 플러스 요소였던 것 같다. 그다음에는 바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지, 직무는 어떤 것인지 등등 얘기를 해주었다. 회사 내부에서 상의하는 동안, 내게도 한번 생각해보고 곧 다시 연락하자라며 캐주얼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나도 솔직하게 내 지원 동기 등을 얘기할 수 있었고 나에게도 회사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면접 아닌 면접이 끝나고, 이 주일쯤 후에 같이 일해보고 싶은데 내 생각은 어떤지, 내 가능한 시간은 언제부터인지를 묻는 메일이 왔다. (그 이후에는... 프리랜서 등록, 프로젝트 견적서, 계약서 작성, 페이 협상 등 신세계가 펼쳐졌고 또 다른 여정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렇게 커피 마시자며 초대하는 가벼운 형식의 인터뷰는 흔하다. 또 공식적으로 올라온 포지션이 없어도 관심 있는 회사의 직원에게 링크트인으로 메시지를 보내 커피 약속을 잡는 경우도 많고 그런 적극성을 높게 사기도 한다. 


B. IT 회사 UX리서처 포지션 - 1차 30분 화상 면접 + 2차 프레젠테이션 면접.

헬스케어 관련 앱을 개발하는 회사로 1차 면접은 화상면접이고 2차 면접은 대면으로 프레젠테이션이었다. 

1차 면접은 딱 30분이었고 디자인팀장과 1대 1 미팅이었다.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 이 면접에서 처음 15분은 회사 입장에서 나에게 질문을 할 거고, 나머지 15분은 내가 질문을 할 시간을 준다고 했다. 회사에 대한 질문을 많이 준비해두어 다행이었다. 워낙에 짧은 미팅이기에, 깊이 있는 대화를 한다기보다는 다음 단계로 가기 전 가볍게 Fit을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최근에 한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해보라던지 어떤 식으로 했는지 요약해서 얘기해보라는 질문은 간결하게 답하기가 어렵기는 했다. 그리고 내게 질문할 시간을 주었는데, 내가 하는 질문들로 얼마나 회사에 관심이 있고 이 포지션에 대해 고민을 해보았는지 파악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때 질문할 기회를 잘 이용하면 다음 면접을 준비할 때 더 용이할 것 같았다. 그렇게 30분 미팅이 끝날 때쯤 바로 피드백을 주었다. 다음 단계로 초대하고 싶고 한 1-2주 후에 프레젠테이션을 할 미팅을 잡을 것이다라고. 

화상면접이 면접보다 더 떨리는 걸 왜일까?

프레젠테이션은 내가 최근에 한 프로젝트 두 가지를 프로세스 중심으로 준비해달라는 것이었다. 20분 정도에 맞추어 전체적인 스토리가 명쾌하고 각 프로세스마다 논리적 사고의 흐름이 잘 드러나도록 준비하려 했다. 인터뷰에는 디자인팀 전원이 다 들어왔고 각각 소개를 했다. 발표를 하는 중간중간 특정 요소를 왜 이렇게 했는지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결정을 했는지 파고드는 질문을 했다. 그리고 프로젝트마다 서 아쉽거나 힘들었던 점, 어떻게 극복했는지, 다르게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물었다. 프레젠테이션을 미리 준비해 발표하다 보니 너무 예상 밖의 질문은 나오지 않아서 더 편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내가 어떤 포지션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내가 회사에 기대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나는 이 회사가 지원자에 기대하는 것들에 나를 맞추려는 생각만 하다가, 그런 질문을 받으니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좀 버벅거렸던 것 같다. 이 면접의 결과는 회사 내부 사정으로 보류 중이다. 


C. 소규모 소셜 디자인 에이전시 - 디자이너 & 퍼실리테이터 포지션 면접

소규모 에이전시의 경력직이기에 업무 기술서가 상세하게 올라와있었다. 거기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면접 안내는 전화로 연락이 왔고 면접 대상자는 네 명이라고 했다. 면접관은 디자인 팀장과 회사 대표 두 명이었다. 자기소개를 각자 한 다음 업무 사항과 연봉, 계약 조건 중에 협의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 채용 프로세스가 어떻게 될지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이 포지션에 요구하는 인재상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었다. 무엇보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주어 지원자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생각에 첫인상이 참 좋았다. 네덜란드 팀 규모는 전체 20명이 안 되는 작은 오피스이기에 무엇보다 팀워크와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고 그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어진 인터뷰 중에 나의 배경과 지난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미리 확인했다며 넘어갔다. 주로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구체적인 업무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며 내가 이 팀의 일원으로 어떻게 일할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식이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 답을 하면 되었기 때문에 최대한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대답을 하려고 했다. 내 답을 듣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답에 우리 회사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 이런 점은 우리와 잘 맞고, 이런 점은 잘 맞지 않는다는 등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주었다. 그렇게 얘기하다 보니 이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나도 조금은 감이 왔다. 쉬운 면접은 아니었지만 일방적인 면접이기보다는 대화를 하는 느낌이어서 긴장을 덜할 수 있었다. 2차 면접의 형식도 설명해주었는데 Experience day라는 이름으로 하루동안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해본다고 했다. 간단한 과제가 주어지고 팀원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퍼실리테이션도 하고 오후에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문화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같이 커피 브레이크도 갖고, 점심도 먹고 등등. 

일주일 후에 회사 대표에게 전화로 연락이 왔고, 나보다 더 경력이 많고 관련된 업무를 해본 사람을 뽑기로 했다고 설명해주었다. 실망도 좀 했지만 이렇게 설명을 해준다는 것이 참 고마웠다. 특히 감동이었던 점은 내가 면접 때 언급했던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배워보고 싶다고 한 내용들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주며 다음에 채용 포지션이 열리면 개인적으로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빈 말일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회사에 대한 인상이 너무 좋았고, 이렇게 인연이 닿게 된 것도 감사했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여기 면접에서 느낀 점은 갑과 을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 직군에 따라 분위기가 다를 것이다, 그리고 회사가 어쨌든 갑이겠지...) 하지만 면접 장에서는 회사에서 나를 면접 보며 평가하는 만큼, 나도 회사를 열심히 파악하고 평가하는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려면 준비를 많이 할 수밖에 없으니 어쨌든 면접에도 도움이 된다. 또, 면접관들에 당당하게 때론 날카롭게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 - 회사, 업무에 대해 공유된 정보가 별로 없는 부분, 회사 분위기나 성장 기회가 어떤지 등등. 그리고 무조건 나를 회사가 원하는대로 포장해서 잘보이려 하기보다는 내 상황과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오픈해야 하는 것 같다. 더 그럴듯한 결론은 아직 없다. 경험치를 좀더 쌓다보면 아마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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