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그다지 큰 꿈을 꿔보지 않았던 것 같다. 늘 자신감이 없었다.
불 꺼진 집을 들어설 때처럼 학교란 공간은 나에게 있어 또 다른 암흑의 세계였다. 주변의 다른 아이들은 뭔지 모르게 화려해 보였다. 과일가게 아들 C도, 건어물가게 딸 H도, 공무원 아빠를 둔, 고급 아파트에 살던 K도. 맞벌이 부모를 둔 O도.
아침마다 준비물은 사 가야 하는데 돈이 없어 학교 가는 길이 천근 같던, 엄마 친구였던 영광문구 아줌마의 배려가 없었다면 매일같이 담임선생님의 꾸중을 들었을 테다. 살 돈이 없는데 준비성이 부족한, 기억력이 둔한 아이로 오해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또래 아이들에 비해 나는 점점 더 난쟁이가 되어갔다. 내 속의 나와 대화하며 타인과는 침묵했다. 반에서 벽화 같은 존재가 되어 갔다. 꿈을 꾼다는 건 현실이 아닌 상상에 불과했고, 과분한 허상 같은 것이었다.
야근으로 저녁 대신 받은 빵과 우유를 늦도록 기다렸던 나, 엄마는 한 번도 그걸 드시고 오신 적이 없었다. 그땐 지금처럼 눈시울이 뜨거워지지도, 가슴이 저미는 것도 몰랐다. 그저 허기진 배를 채워줄 그 무언가를 기다리며 밤새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렸을 뿐. 깊은 잠이 들었다가도 바스락거리는 비닐봉지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뿐.
큰언니가 여상을 졸업하고 신용금고에 입사한 날, 작은 언니가 은행에 취업한 날부터 나는 조금씩 꿈꾸기 시작했다. 큰언니가 처음으로 점심시간을 아껴 시내로 불러 돈가스를 사 주던 날, 작은 언니가 처음으로 치킨을 사 들고 오던 날, 나는 조금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다세대주택 월세에서 처음으로 5층 맨션 꼭대기층, 우리 집으로 이사하던 날, 나는 꿈의 부피를 조금 더 키웠다. 돈에는 꿈을 꿀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을 나도 갖고 싶었다.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나의 꿈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또 다른 꿈을 꿨다. 너도 꿈을 꿀 수 있다는, 꿈 전도사.
꿈을 이뤘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