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전상서

아버지를 회상하며

by 반디

아버지, 깊은 기억의 우물 속에 두레박을 던져 당신의 이름을 불러 내어 봅니다.

세상 어디든 자유로이 부유하며 떠다니고 계실 당신의 영육에 안부를 묻습니다.

이제 평안하신지요?

이제 갈증은 없으신지요?

이제 극한의 고통은 없으신지요?

이 봄에 아버지께서 그리 좋아하시던 감자를 삶았습니다.

쩍쩍 갈라진 껍질을 벗겨 포슬포슬한 감자를 달게 드시던,

한 입 베어 무시며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미소를 띠시던 모습이 선명합니다.

사각거리는 연필 끝에 피어나던 매화꽃과 이름 모를 새가 환영인 듯 날아다닙니다.

하얀 눈밭을 외로이 걸어가던 뒷모습의 사내가 당신인가 싶습니다.

창백하게 부은 다리를 주무르던, 간들거리며 혜은이의 감수광 노래를 부르던 조그맣던 계집아이가

어느새 아버지보다 훌쩍 많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그 이름 참 많이도 부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그 이름 참 많이도 원망했습니다.

아버지, 그 이름 참 많이도 그리웠습니다.

이제는 그리 좋아하시던 막걸리도 사 드릴 수 있는데,

이제는 통증을 참아내실 필요 없이 함께 병원도 모실 수 있는데,

이제는 여리고 작은 손 대신 마디 굵은 손으로 힘 있게 당신의 다리도 주물러 드릴 수 있는데

이름은 흑백사진처럼 희미해졌으나, 추억만은 선명한 컬러 사진처럼 남겨주신 당신.

너무 서둘러 떠나 젊디 젊은 사진으로만 남아 계신 당신.

모두의 가슴에 끝내 크나큰 바람구멍 하나 만들어 놓고 가신 당신.

애틋함과 안쓰러움이 밀물이 되어 들어차던 밤,

가슴속 밀물이 분말처럼 흩어져 내리던 밤,

육체는 사라졌으나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 이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당신을 조용히 불러 봅니다.


아버지...








작가의 이전글가난한 이들을 위한 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