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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y 27. 2024

서민들의 참새 방앗간
'주머니 마트'를 소개합니다

미친 물가에 대응하는 새로운 영업 방식의 탄생


* 이 칼럼은 '주머니마트'로부터 일체의 지원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쓴 글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5월 초 제가 살고 있는 


용인의 한 동네에 ‘주머니 마트’라는 곳이 생겼습니다. 워낙 많은 마트들이 생겨났다가 또 사라지기도 하기에 사실 별 관심은 없었어요. 다만 새 마트가 생길 경우 오픈 세일 같은 것을 진행하니 한번 들르면 일부 품목의 경우 조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겠다 하는 정도의 생각만 했죠.


그러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반 마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하네요. 가전의 경우 리퍼 제품(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정상품이나 제조나 유통 과정에서의 오류로 미세한 흠집 등이 있는 제품 또는 단기 전시용으로 사용했던 제품 등을 보수 및 재포장해 새 상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을 뜻함) 매장이 유행하는 것처럼 이 주머니마트 또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음료나 기업에서 보유한 오래된 재고 상품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겁니다.


온라인 카페가 있어 들어가 보았더니 모든 제품을 회원을 대상으로 원래의 정가에 30% + 추가 30% 할인하여 팔고 있더군요. 예를 들어 정가 1만 원의 제품이 있다면 기본 할인 30%(7,000원)에 추가 할인 30%(2,100원, 7,000원×30%)하여 최종 판매가는 4,900원(51% 할인)이 되는 겁니다. 즉 반값에 사는 셈이죠. 여기에 유통기간 마감일자의 경우에는 추가 할인율이 50%로 올라가는데, 이를 적용할 경우 최종 판매가는 정가의 35%(3,500원)가 됩니다. 한마디로 1/3 가격에 살 수 있는 거죠. 훌륭하지 않나요?


https://cafe.naver.com/pockethands


물론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유통기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법으로 정한 유통기한까지는 물건이 변질되거나 잘못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마음 놓고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거죠. 더군다나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물건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가격이 싸다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마트는 망하게 될 거고요. 아니 아예 이런 종류의 마트가 생기지도 않겠죠.



지인의 소개로 마트를 방문해 보았습니다. 


위치는 용인의 동백지구 옆 어정가구단지 안이었습니다. 어정가구단지는 과거에 가구 판매처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인기가 많이 시들해진 곳이죠. 사실 조금 의외였어요. 마트는 대개 주택단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은 일반적인 장소라 할 수 없었으니까요. 다녀와 생각해 보니 아마도 보증금과 월 임대료 때문이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구단지 곳곳에 빈 매장이 생기다 보니 이런 곳을 활용할 경우 싼 월세로 운영할 수 있을 테니까요.(박리다매 운영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반대로 월세가 높은 곳에는 입점할 수 없겠죠?)


매장은 크지 않았어요. 그리고 물건을 사러 온 사람도 많진 않더군요. 아마도 비용 때문에 대대적 광고를 하지 않았거나 입소문이 나지 않아 그랬을 겁니다. 물건도 일반 마트처럼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가격이 매력적이었어요. 특히나 간편 샐러드와 샌드위치 그리고 과일이 관심을 끌었는데 샐러드(소스 포함)의 경우 기존 정가가 4천 원 중반에서 5천 원 정도였지만, 이곳에서는 특가로 무조건 2,000원(반 값)에 팔고 있었습니다. 유통기한은 2일 정도 남은 물건이었고요. 여기에 당일자 마감 제품의 경우에는 특가 1,000원이었으니 줍는 게 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물론 그날 바로 먹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요.(사실 냉장고에 바로 넣어 둔다면 다음날 먹어도 제품에 별다른 이상은 없죠)


샌드위치도 특가 2,000원 그리고 당일자는 1,5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과일 중에서는 바나나가 눈에 띄었는데 정말 큰 바나나 한 다발(대 여섯 개 붙은 게 아닌)을 2,000원에 판매하더군요. 물론 완전 싱싱한 제품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괜찮아 보였죠. 빵도 중량에 상관없이 2,000원 균일가,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단팥빵은 개당 5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야죠. 연어를 좋아하는 아내는 산지직송 생연어 1Kg을 샀는데, 할인가로 7,000원 정도 했습니다. 하림에서 만든 설렁탕은 특가 2,000원(정가 9,000원)에 팔고 있었고요. 동물복지 제주우유(900ml)도 2개를 묶어 3,000원에 샀습니다. 원래는 개당 4,000원이니 8,000원을 줘야 하지만 말이죠.


가격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이것저것 정신없이 집게 되더군요. 금세 장바구니가 가득 채워졌습니다. 다만 오픈한 지 얼마 안 되고, 또 계산을 위해서는 유통기한을 확인해야 하다 보니 결제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뭐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저렴하게 그리고 마음 뿌듯하게 더불어 양손 가득 쇼핑한 지가 얼마인지 살짝 감개무량했네요. 결제금액이 얼마나 나올까 궁금했습니다. 21,000원. 역시나 대박이었네요.


    

주머니 마트 온라인 카페에 올려진 사람들의 댓글은 


한결같이 비슷합니다. 너무 좋고 그래서 고맙다고 말이죠. 참새 방앗간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하루 한 번씩 샐러드나 샌드위치 혹은 채소나 과일을 사러 가기 때문이랍니다. 최근에는 물건이 입점되자마자 거의 싹쓸이해 가다시피 하는 ‘오픈런’이 유행해 저녁때 가면 인기 있는 제품(특히 샐러드와 샌드위치, 빵)의 매대는 텅 빌 정도라고 하네요. 카페 회원도 처음에는 수십 명에 불과하더니 오픈한 지 3주가 흐른 지금은 1,200명을 돌파했는데, 대대적인 홍보는 하지 않지만 입소문이 불어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하네요.


사실 경기가 좋고 사람들의 주머니가 든든할 시기라면 이런 형태의 마트는 탄생하지 않았거나 생겼더라도 빛을 못 볼 가능성이 컸을 겁니다. 아무리 저렴하다 할지라도 굳이 유통기한이 다 된 제품, 그것도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식음료를 찾아다니며 사 먹을 이유는 많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다 혹여나 잘못되면 골치만 아프게 될 테니까요.


과거 롱테일 법칙(The theory of the Long Tail) 혹은 롱테일 마케팅이란 용어가 있었습니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더 큰 가치를 만든다(주변 80%가 중심 20%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는 의미인데, 저는 주머니 마트가 최근의 경기침체의 틈새를 잘 파고든 롱테일의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친 물가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그래서 불가피하게 가난해진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그런 틈새를 개척한 것이 바로 주머니 마트가 추구하는 판매전략일 겁니다.


대형마트의 하나인 이마트가 야심 차게 노브랜드라고 하는 저가형 마트를 만들어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노브랜드 또한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정상적인 가격을 주고 무엇을 산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고민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아예 안 먹을 수도 없으니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거고요. 이런 상황에서 주머니 마트란 업종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 게다가 아주 저렴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 두 손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앞으로 주머니 마트와 같은 업종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죠. 경쟁이 생길수록 가격은 더 낮아지고, 다양한 품목들이 추가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지속될 겁니다. 여전히 물가는 높고,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주머니 마트와 같은 영업방식은 당분간 더 확대되고 증가할 겁니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마케팅이라 보긴 어렵거든요. 아무리 가공식품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유통기한이 있다 할지라도 가장 안전하고 신선한 제품은 역시나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제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물가가 폭등하고 보유한 돈의 가치가 너무 떨어지다 보니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비싸진 과일, 채소 그리고 가공식품들을 마음껏 사서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트렌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네요. 어찌 되었든 먹고살아야 하고, 또 어느 정도의 유지는 지속적으로 하며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좋기도 하고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현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오늘은 저도 ‘오픈런’ 대열에 끼어 가성비 최고의 샐러드와 샌드위치, 빵을 구매하러 다녀와야겠습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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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Life Balance Consultant) 차칸양이 개인 재무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산관리나 재무설계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했던 분들, 투자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겁부터 나시는 분들 혹은 실패하신 분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플랜을 세워야 하는 새내기 직장인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등 경제와 관련된 조언과 해법을 드립니다. 또한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절대 펀드, 보험상품 등에 대한 가입 권유를 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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