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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l 05. 2016

브렉시트, 과연 신자유주의의 균열을 가져올까?

브렉시트로 알아보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브렉시트(Brexit) 그 이후


영국이 지난 6월 24일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지 이제 열흘 정도가 지났습니다. 브렉시트 결과 발표가 난 금요일은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irday)’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전 세계가 출렁였었죠. 각 국가별 주가는 당일 하루만 최소 3% 이상, 일본과 프랑스는 무려 8%가 하락했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조 달러 정도가 주식시장에서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1달러당 1,000원 환율을 적용하더라도 무려 2천 조원에 해당됩니다. 미국 블룸버그에서 2015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주식시장 규모는 약 1.3조 달러 수준으로 세계 11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렇게 따진다면 한국을 포함한 2~3개 신흥국가의 주식시장이 단 하루(!)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고 보면 될 듯 싶습니다.


환율 또한 대단했습니다. 하루 동안 원달러는 2.3% 급등한 27원 상승했고, 최근 달러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으로 대변되는 엔화는 무려 5.9%, 63원이나 상승했습니다. 당시 엔화 상승을 넋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일본의 아베 총재는 그 동안 엄청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코자 했던 아베 노믹스 정책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자 꽤나 당혹스러워 했다고 하네요. 반대로 브렉시트의 주인공 영국의 파운드화는 달러대비 6.2%나 가치가 폭락했죠.


하지만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 해 보입니다. 주가는 물론이고 환율 또한 브렉시트 이전과 거의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나아졌습니다. 이로써 브렉시트는 전세계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기성 이벤트로 끝난 듯 보여집니다. 하지만 두 나라 만큼은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주인공인 영국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EU와의 협상은 물론 앞으로 혼자 걸어가야 할 길들이 매우 험난해 보입니다. 일본은 이번 브렉시트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데요, 아마도 일본만큼 막막한 나라도 없을 듯 싶네요. 추가 부양책을 고심하고 있다지만 글쎄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브렉시트가 결정되고 나서 향후 전망에 대한 엄청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저는 이를 보며 한가지 생각이 계속 머리에 남았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종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제 드디어 ‘신자유주의의 균열’이 시작된 것 아닐까 하는... 조금 자세히 얘기해보죠.     



자본주의 1.0 ~ 자본주의 3.0


18세기 중반 증기동력이 제임스 와트에 의해 개발, 산업에 활용되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신흥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가진 자본을 투자하여 공장을 세우고, 대규모 생산을 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모으기 시작했죠. 이런 대규모 자본들이 국가 경제의 규모를 커지도록 만들었고, 이는 다시 자본의 확대로 연결되며 본격적인 자본주의의 서막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국가 장벽을 뛰어 넘어 국가간 교역을 통해 그 몸집을 불려가죠. 이른바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 글로벌 지구촌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아나톨 칼레츠키는 자본주의란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민주주의와 더불어 가장 훌륭한 시스템이며, 또한 소프트웨어처럼 계속해 진화되어 발전되어 나가고 있다 강조합니다. 시대적 변천에 맞추어 조금씩 그 운영 형태를 바꾸어 가고 있다는 말이죠. 그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온 1700년대 후반부터 1930년에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을 때까지를 자본주의 1로 정의하고, 이후 1980년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휩쓸때까지의 시기를 자본주의 2, 마지막으로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의 시기를 자본주의 3의 시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조금 자세히 구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냥 참고 삼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자본주의 1 : 애덤 스미스와 해밀턴(Alexander Hamilton)에서 레닌, 후버, 히틀러까지의 시기.

- 자본주의 1.0 : 1776년 미국 독립선언과 <국부론> ~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의 패배

- 자본주의 1.1 : 1820년 ~ 1849년

- 자본주의 1.2 : 1848년 ~ 1849년 유럽 혁명의 해, 곡물법의 폐지, 항해조례 ~ 1860년대 후반 미국 남북전쟁, 보불전쟁

- 자본주의 1.3 : 1870년 ~ 1914년 미국의 대호황기 혹은 2차 산업혁명

- 자본주의 1.4 : 1917년 ~ 1932년 자본주의가 유례없는 몰락의 위기를 맞았던 붕괴의 시대 (60P, 66P)     


* 자본주의 2 : 루스벨트와 케인스에서 닉슨과 카터까지의 시기

- 자본주의 2.0 : 1931년 ~ 1938년, 금본위제의 포기와 뉴딜 정책

- 자본주의 2.1 : 1939년 ~ 1945년, 정부 주도의 군국주의

- 자본주의 2.2 : 1946년 ~ 1969년, 케인스식의 황금기

- 자본주의 2.3 : 1970년 ~ 1980년,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전후 금 기반 통화 시스템의 붕괴 (60P, 72P)     

* 자본주의 3 : 대처, 레이건, 밀턴 프리드먼에서 부시, 폴슨, 그린스펀까지의 시기

- 자본주의 3.0 : 1979년 ~ 1983년, 초기 통화주의와 노동조합의 대립

- 자본주의 3.1 : 1984년 ~ 1992년, 볼커, 그린스펀, 대처-레이건 황금기

- 자본주의 3.2 : 1992년 ~ 2000년, 대 안정기

- 자본주의 3.3 : 2001년 ~ 2008년, 그린스펀과 부시 대통령 체제의 시장근본주의 시기          


좀 더 단순히 구분하자면, 자본주의 1은 태동기이자, ‘고전 자유주의’ 무역시대라 보면 될 것이고, 자본주의 2는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경제분야를 주도했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죠. 하지만 자본주의 3의 시대에 들어서 자본주의는 다시 한번 변화하게 됩니다. 1980년대 영국 수상 마가렛 대처,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을 필두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움직임에 모든 것을 맡겨두는 ‘신(新)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신(新)’이 접두사로 붙은 이유는 자본주의 1에서의 ‘자유주의’와 구분하기 위해서죠.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과연 무엇을 위함일까?


‘신자유주의’는 한마디로 ‘세계화(Globalizaion)’로 대변된다 할 수 있습니다. 시카고 학파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은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철저히 시장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관세장벽 철폐를 전제로 국가간 자유무역을 통한 시장개방을 주장하며, ‘세계화(Globalization)’ 혹은 ‘자유화’를 외쳤던 거고요. 이의 실행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했던 조직이나 제도가 바로 세계무역기구(WTO)나 우루과이라운드(UR) 그리고 최근에는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그렇다면 세계화란 무엇이며, 왜 미국을 비롯한 몇몇 거대 국가들은 전 세계를 글로벌촌(村)으로 묶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보면 쉽습니다.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발전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A와 B, 두 나라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A에는 남지만 B에는 부족한 자원이나 재화, 상품이 있다면, 또 그 반대의 경우 서로 간의 교환 즉 무역을 통해 나누게 되면 A와 B는 서로 잘 살게 되겠죠. 이게 바로 세계화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국가간 무역을 위해서는 한가지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가 그것이죠. 이 ‘관세’를 없애기 위해 WTO, UR, FTA가 동원되었고, 현재는 국가간 관세가 상당 부분 없어지거나 낮아짐으로써 무역이 많이 활성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자, 이러한 자유무역의 확대 즉, 세계화를 통해 과연 글로벌촌의 수많은 국가들은 모두 잘 살게 되었을까요? 글쎄요... yes라 대답하기 쉽지 않죠? 아래 글을 읽어 보시죠.     


(세계화의 결과로) 세계 상류층의 20%가 세계 GDP의 86%를 얻고 있고, 하위 20%는 고작 1%를 얻으며, 중간의 60%는 겨우 13%만을 얻는다. 전 세계 200대 부자들의 수입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수조 달러나 늘어나 두 배가 되었다. 세계 3대 부자의 자산은 가난한 48개국의 모든 소득을 합한 것보다도 더 많아졌다.                     

                                                              -- 『부도덕한 코끼리』(윌리엄 탭 지음) 중에서 --     


즉, 세계화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거상들)만 부를 불려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또한 향후로도 이러한 추세인 부익부빈익빈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철학, 삶을 만나다』의 저자, 강신주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세계화라는 것이 전 세계가 갈등과 분열을 벗어나 하나가 되는 길이라고 장밋빛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세계화는 미국 산업자본들만의 잔치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표방하는 신자유주의란 제3세계 약소국가들의 무장해제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국가가 경제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은 결국 제3세계의 노동자들을 지속적인 실업의 위기와 그로부터 야기되는 고질적인 저임금의 고통에 시달리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미국발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이후 매우 굳건해 보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겨드랑이에 날개까지 단 격이었으니까요.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진짜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제로금리와 더불어 엄청난 돈을 찍어 그 위기를 탈출함으로써 미국은 여전히 경제적 패권을 쥐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상황은 더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금리인상’이라 하는 전가의 보도를 계속 만지작거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브렉시트, 과연 신자유주의 균열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이, 그것도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신자유주의’ 노선을 주장했던 마가렛 대처 수상의 모국인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것은 꽤나 큰 충격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과거 해가 지지 않을 정도의 위용을 자랑하던 대영제국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중장년 층의 감성적 표와 민족적 대립이 절묘하게 맞물렸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긴 하지만, 브렉시트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라 볼 수 있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큰 의의에도 불구, 브렉시트 이후 현재 보여지고 있는 모습은 신자유주의나 세계화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 듯 해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상태로 간다면 그저 해프닝 정도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것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신자유주의의 균열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영원한 것은 없으며, 가장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하는 자본주의 또한 계속해서 수정 자본주의로 그 모습을 바꿔갈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신자유주의 또한 새로운 물결이나 흐름에 의해 사라지고 대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공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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