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Jul 19. 2016

인생 후반전을 ‘전성기’로 맞게 될
그를 응원합니다

균형 찾기 #67 오병규 전 브라이트코브 한국 지사장


그의 첫인상은 참 선해 보입니다. 눈이 맑기 때문일까요? 말투가 조용하고 행동 또한 조심스럽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그는 부드러움을 간직한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경제/경영/인문의 균형 찾기 프로그램인 <에코라이후>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는 4기에 지원했습니다. 나이가 50대 중반으로 적지 않았죠. 같은 기수 중 가장 어린 친구가 30세였으니 그와 무려 25년의 나이차가 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나이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학생의 신분이 되어 최대한 많이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개인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대기업에서 10년,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에서 15년 등 거의 30년 가까운 시간을 직장인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는 최선을 다해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회사의 목표를 자신의 목표로 여기고 성과를 내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뛰었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장까지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직장인으로써 누구나 부러워 할만한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겁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 자리, 그는 실적 부진으로 거의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2015년 초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수동적인 삶이었노라 말합니다. 그동안 능동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그저 회사의 명령과 지시에 의한 것이었음을, 회사를 떠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 돈이라도 많이 벌었으니 되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자 했으나 그마저도 지출이 커지고 자식들의 사교육비로 다 들어가고나니 남은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와중에도 과거의 영광을 잊고, 이제부터라도 균형잡힌 삶을 살고자 마음 먹었다는 겁니다. 현재 그는 자기명의의 집도 없고 자동차도 없습니다. 물론 수입이 적어진 만큼 그에 맞춰 살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지만, 그는 오히려 지금이 홀가분하고 편하다고 합니다. 그는 과거보다 훨씬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삶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에코라이후>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그는 지원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습니다.


1986년 대학졸업 후부터 2015년초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거의 28년간의 회사생활은 맡겨진 일들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한 일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회사의 큰 목표를 이루는 것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제나 인문학의 기본지식 없이,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철학과는 상관없이 회사의 목표나 실적이 제 인생의 전부인 양 일을 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열심히 일은 했다고 자부하고, 또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지만 진정으로 내 마음과 가슴이 같이 어울려서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에코라이후 1년 동안 제자신의 내부에 있는 도끼를 가는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향후 앞으로 20년동안 제 사업을 하는데 초석을 다지고, 방향을 설정하고, 진정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것이 이 사회에 도음이 되는지도 점검해 보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자기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무엇인지, 그것을 하려면 어떠한 준비를 해야하는 지, 과연 그러한 것들이 자신의 능력과 환경에 비추어서 가능한 지 살펴볼 수 있는 의미있는 1년이 될 것이고, 또 읽고 토론하는 책들과 같이하는 학생들이 서로 서로에게 도음이 될 것입니다.


에코라이후에서의 향후 1년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인생이 아니라, 제 자신이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서, 그 이후에 다가오는 20년의 삶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모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에코라이후> 프로그램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 이제 7개월 여가 지났습니다. 그의 삶은 과연 얼마나 바뀌어져 가고 있을까요? 지난주 오프모임에서 중간점검을 통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7개월간 경제공부를 통해 경제기사를 읽는 법 외에도 경제현상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에 따라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환율은 현재 하고 있는 사업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 현상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하네요. 또한 과거처럼 많이 벌지 못하지만, 그에 맞춰 지출을 조절하고 낭비요소들을 제거하니 오히려 과거보다 더 가볍게 살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좋은 점은 돈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져 이제는 적은 수입으로도 걱정없이 살 자신이 생겼다고 합니다. 소위 ‘최경자(최소한의 경제적 자유)’의 삶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하네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다보니 매일 아침운동은 물론 일본어 공부, 심지어 클래식 공부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끔씩 미술 전시회도 다니고 있고요. 과거 같았으면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네요. 그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개인사업도 조금씩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새로이 추가할 신규 사업의 준비 또한 착착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마 2~3년만 조금 더 노력하면 그는 자신이 바라는 능동적인 삶, 최경자의 삶,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생 후반전을 ‘전성기’로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저는 그가 후배들의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개인사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기 때문이죠. 사업이 잘 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업을 확장시키려 하지만, 그는 그대신 일감을 나눔으로써 여러 사람이 같이 잘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이 사업의 최우선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원서에 쓴 것처럼 그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더불어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찾고자 할 것입니다. 제가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인문 공부,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Sea Mustard Story(미역국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