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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Oct 05. 2016

역사 속 영웅들의 삶을 반추하는
한권의 여정

#2 <역사 속의 영웅들>, 윌 듀런트



<역사 속의 영웅들 (Heroes of History)>


윌 듀런트(Will Druant) 지음/안인희 옮김/황금가지 




1. ‘저자에 대하여‘ - 저자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 


Will Durant 윌 듀런트(1885.11.5∼1981.11.7) 


미국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그리고 작가로서 ‘철학 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와 총 11권에 이르는 대작 ‘문명 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로 유명한 소위 ‘역사를 쓰는 철학자’이다. 


미국 메사츄세스 노스 아담스 태생으로, 프랑스-캐나다계 퀘백으로부터 이민 온 프랑스계 캐나다인 Joseph Durant와 Mary Allard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뉴저지주 커니(Kearny)의 카톨릭 교구 부속학교에서 수녀들에게서 수업을 받았으며, 1900년 저지 시의 성 베드로 학교(St. Peter's Academy and College)에 입학했다. 그의 부모들은 그가 독실한 종교인으로 사제의 길을 걷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그는 1903년, 저지 시의 도서관에서 다양한 철학자 및 무신론자들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그때까지 확신하고 있었던 종교에 대한 믿음과 헌신에 상처를 입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종교인으로서의 길을 갈 수 없음을 깨달았고, 결국 부모의 희망을 버리고 사회주의쪽으로 전향하게 된다. 마침내 1905년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그리고 1907년 졸업하였다. 졸업 후 그는 Brisbane의 뉴욕 이브닝(New York Evening Journal)에서 일주일에 10달러를 받고 리포터로 일하기도 했다. 거기서 그는 성범죄에 대한 몇 개의 기사를 썼다. 


그 해 가을, 그는 뉴저지, 사우스 오렌지(South Orange)의 세톤 홀 대학에서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와 기하학 등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09년, 같은 대학의 부속 신학교에서 그의 비밀 조직과 함께 토마스 아퀴나스와 칼 마르크스를 통합하려는 연구를 시작한다. 이 때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는 위대한 사상가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철학자 ‘스피노자’였다. 스피노자의 대표작 ‘에티카(Ethics Geometrically Demonstrated : 기하학적으로 증명된 윤리학)’는 그에게 철학자로서의 앞으로의 삶을 예견해 주었다. 


신학교를 떠난 후 맨하탄에서 그 시대의 급진적인 물결을 헤쳐나가기로 결심한 그는 같은 해, 자유 교육 실험학교인 페레르 근대학교(the Ferrer Modern School)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유주의 교육을 실험하게 된다. 알덴 프리먼(Alden Freeman)은 그의 서포터로서 역할을 하였는데, 그의 유럽 여행을 도왔다. 그 유럽 여행에서 그의 제자이자, 13살 연하인 에이리얼(Ariel)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Chaya Kaufman 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결혼 후 그녀와의 사이에서 에덜(Etherl)을 낳았고, 루이스(Louis)라는 아들을 입양하게 된다. 


젊은 날의 그는 역사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브리즈반(Brisbane)의 인간의 과거를 철학적으로 이해하려는 가르침에 따라 영국의 역사가, 버클(Henry Thomas Buckle)의 책 ‘Introduction to the history of civilization in England’를 접하게 된 그는 이에 깊은 감동을 받고, 버클이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과업을 자신이 마저 수행하기로 결심한다. 


1917년, 그는 첫번째 저서 ‘Philosophy and the Social Problem’을 내고, 박사 학위를 따고, 콜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지만, 1차 세계대전으로 수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자신의 자리를 사임한다. 동시에 그는 한 교회(Labor Temple)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철학, 문학, 과학, 음악, 예술의 역사에 대한 강좌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훗날 그의 ‘철학 이야기’와 ‘문명 이야기’의 밑거름이 된다. 


1921년, 유명한 ‘Little Blue Books’ 시리즈의 발행인인 줄리어스(E. Haldeman-Julius)가 우연히 그의 수업을 듣게 되고, 그의 강의를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다른 일들로 바빴던 듀란트은 처음에 이 제안을 거절하지만, 줄리어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에게 선금을 주며 철학자 한 명씩에 대한 소책자를 쓰게 만들었고, 이렇게 11권의 소책자가 모여 1926년 마침내 ‘철학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성공으로 경제적인 자유를 얻게 된 듀란트는 버클의 책을 읽은 뒤 가슴에 품고만 있었던 문명의 역사에 대한 저술을 마침내 시작할 결심을 한다. 또한 ‘철학 이야기’로 명성을 얻은 그는 잡지 등에 기고를 하게 되고, 이런 에세이들을 묶여 나중에 ‘The Pleasures of Philosophy.’란 이름으로 재출간되는 The Mansions of Philosophy’ (1929)를 출판한다. 


이후, 그는 아내 에이리얼과 함께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 이야기인 ‘문명 이야기’의 집필에 집중하고, 1935년, 출판된 첫 번째 책인 ‘Our Oriental Heritage’에서 시작해서 1975년, 11번째 책인 ‘The Age of Napoleon’으로 시리즈가 마무리되는 약 50년의 세월 동안 그의 긴 여행은 계속된다. 그 중 제10권, ‘Rousseau and Revolution(1967)’은 그에게 퓰리처 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으며, 1977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포드 대통령으로부터 ‘자유 훈장(Medal of Freedom)’을 수상한다. 


그는 ‘문명 이야기’를 통해 ‘통합된 역사’를 보여주기를 원했다. 단지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기술된 역사가 아닌, 전문가의 관점이란 이름으로 각각의 부분으로 쪼개어진 역사가 아닌 그 당시 존재했던 그대로의 ‘전체적인 그림’으로서의 역사를 담아내고자 했으며, 이 글을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은 지금까지 접할 수 없었던 철학적 관점, 문화적 관점의 새로운 역사서, 영웅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그의 아내인 에이리얼이 뇌졸증으로 떠난 지 13일만인 1981년 11월 7일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아내와 나란히 로스 엔젤레스에 있는 Westwood Village 기념공동묘지에 묻혀있다.  


● 그의 저서 


철학 이야기 The Story of Philosophy (1926)

Transition (1927)

The Mansions of Philosophy (‘철학의 기쁨 The Pleasure of Philosophy’으로 제출간됨.) (1929)

The Case for India (1930)

Adventures in Genius (1931)

The Pleasures of Philosophy (1953) 

Ariel과의 공동저서

The Lessons of History (1968)

Interpretations of Life (1970)

A Dual Autobiography (1977) 

The Story of Civilization (그의 아내 에이리얼과의 공동저서) 

The Story of Civilization(1935~ 문명이야기1권 간행)

The Life of Greece (1939),

Caesar and Christ (1944),

The Age of Faith (1950),

The Renaissance (1953),

The Reformation (1957),

The Age of Reason Begins (1961),

The Age of Louis XIV (1963),

The Age of Voltaire (1965),

Rousseau and Revolution (1967; Pulitzer Prize, 1968),

The Age of Napoleon (1975). 


- 사후에 출판된 책


The Greatest Minds and Ideas of All Time(2002)

Heroes of History:A Brief History of Civilization from Ancient Times to the Dawn of the Modern Age(2001)   




2. 책에서 배우다


이 책의 배경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윌 듀란트가 죽기 전 마지막 불꽃을 태워 작업한 책이다. 원래 오디오 강의 시리즈를 위한 19개의 대본을 수정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바쁜 현대 독자들에게 위압으로 다가오는 큰 책들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동시에 책을 즐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던 듀런트는 <문명이야기>의 오디오 강의인 <미니 토크> 시리즈를 먼저 제작하는데, 이를 위해 그는 독자에게 흥미와 유익을 가져다 줄 영웅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명단은 공자에서 시작해 이태백, 붓다, 알렉산더 대왕에서 아우렐리우스, 그리스도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익스피어에서 베이컨까지 이르는 것이었다(아쉽게도 마지막 두 장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50년에 걸쳐 완성된 그의 대작 <문명의 이야기 the Story of civilization> 11권을 토대로 한 이 책은 부제(A Brief History of Civilization from Ancient Times to the Dawn of the Modern Age)가 말해 주듯 고대에서 근대의 여명기까지 윌 듀런트의 눈으로 본 문명의 역사에 대한 서술이다.


책을 여는 순간 가장 흥미진진한 인류 역사의 풍경들이 세계사 물결과 함께 펼쳐진다. 듀런트와 함께 역사의 위대한 남녀의 업적과 삶을 들여다보는 여정은 값진 특권이다. 이 작업에 몰입한 저자에게 나이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미 90대가 넘은 노인이었지만 아직 신의 창조적인 바람은 여전히 그의 뱃전에 머물렀고, 그는 오히려 죽음 직전에 이르러 더욱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시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니우리로 하여금 오늘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한 윌 듀런트의 꺼지지 않는 창의성과 나이를 잊은 젊음에 감사를 보내야겠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세계사에 대한 향수에 다시금 젖을 것이며, 역사책에 대한 거부감은 한결 누그러져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세계사에 대한 관심이 부활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의 행간에서 우리를 만나고저 의도한 윌 듀런트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의 의도


저자인 윌 듀런트는 왜 삶을 접는 순간까지도 이 책을 쓰기 위해 매달렸을까. 저자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자.


‘이 책의 의도는 문명의 역사를 한정된 지면에 요약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에 의해 남겨진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고 그 예를 살펴보는 것이다.’(73P)


그렇다면 옮긴이는 어떻게 말했을까. 책을 번역한 안인희는 ‘이 책은 원칙적으로 서양의 역사를 관찰한다. 책을 쓰는 도중 저자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처음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셰익스피어와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가 마지막 장이 되었다. 대신 그때까지의 서양사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500P).’ 라고 말하고 있다.


한사람은 책을 쓰고, 한사람은 그 책을 번역했지만 견해는 일부 다르다. 저자는 역사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하겠다고 한 반면, 역자는 서양의 역사를 관찰한 책이라고 한다. 일부분은 같은 맥락의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일부분은 상충되는 말이기도 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시선이 더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책 전체의 구성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먼저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한 번 둘러본 다음에, 대부분의 내용이 로마시대와 르네상스 그리고 종교개혁에 집중되어 있다. 저자가 철학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아테네에서 발현한 철학들과, 서양문명의 대표적 시기인 로마, 그리고 서양문명을 꽃피운 르네상스, 서양의 모든 역사와 철학과 예술의 뿌리인 기독교를 빼놓고 서양 철학의 흐름을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철학과 문명에만 중심을 두고 있지 않다. 즉, 서양의 철학과 문명을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양의 역사를 큰 줄기로 훑는데 한 발을 걸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책은 저자의 말처럼 ‘사상과 표현의 걸작을 탐구’ 하면서, 역자의 말처럼 ‘서양사가 한 눈에 들어오도록 명료하게 정리’ 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보고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사상과 표현에 대한 탐구임과 동시에 서양의 역사를 큰 호흡으로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에게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특징


이 책은 일반적인 역사서가 아닌만큼 여러 가지 특징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책을 더욱 빛내줌과 동시에 우리들에게 재미와 감동, 흥미를 전달해 주고 있는데, 몇 가지 특징들을 같이 살펴보자.


첫째, '역사서를 이렇게 쓸 수도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신선한 충격이다. 유연하고 간결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산문체의 언어로 장대한 역사를 경쾌하게 담아내는 힘. 이 책은 역사의 복잡하기 그지없는 발전 과정을 세밀화로 그리진 않는다. 4대 문명의 발상지부터 고대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 종교개혁을 거쳐 세익스피어와 베이컨 시대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시간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걸으며 몇 마디 말로 예리하게 각 시대의 핵심을 찌른다. 이미 역사의 수많은 흥망성쇠를 관찰했던 노장의 눈길은 관찰자의 냉담함과 관조의 힘을 유지하면서도 역사에 따뜻한 미소를 던진다. 특히 마지막 장(햄릿/베이컨/에섹스/엘리자베스)은 한 편의 문학 보다도 감동적이다.


둘째, 그의 영웅 리스트. 웬지 우리 머리 속에 그려져 있는 영웅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영웅, 즉 한 시대를 풍미한 위인에 대해 정의한 18세기 독일 철학자 헤겔의 말을 들어보자.


한 시대의 위인이란, 시대의 의지를 표현하고, 시대의 의지를 전해주고, 그것을 완성하는 인간을 말한다. 그의 행위는 시대의 정수이자 본질이다. 그는 곧 자기 시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 헤겔 -


처음 책 제목만 보고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스터 영웅들’ 중심의 세계사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그의 영웅리스트는 뭔가 달랐다. 그들은 영웅 중심의 역사서들이 흔히 다루는 신격화된 우상들이 아니었다. 전쟁 영웅이나 정치 리더들은 그의 영웅 리스트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윌 듀런트가 리스트에 올린 영웅들은 시대를 이끈 시인, 문학가, 예술가와 철학자, 예수와 붓다, 심지어 공자에 이태백까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른다. 그가 살려낸 역사 속의 영웅들은 영웅이되 철저히 인간들이다. 그들은 헤겔의 정의에 부합하는 인물들이면서 더불어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인물들이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이들 영웅을 선택했는지 윌 듀런트의 의도를 알게 되는 순간에 이른다. 이들은 ‘이 세계의 이해할 수 없는 정신을 구성하는 삶의 법칙에 우리가 아주 가까이 가도록 인도해주는’(371p) 그런 인물들이고, 또한 이들은 혼돈에 질서를, 사물에 의미를, 형태나 생각에 고귀함을 부여하는 지적인 의지를 가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카이로 근처 기자(gija)의 피라미드의 위대함을 조목조목 기술하다가 ‘피라미드보다 기자의 일몰이 더 위대하다'(59P)고 읊조리는 듀런트의 감성과 예지가 뽑아낸 인물들인 것이다.


또한 이 영웅들은 완벽하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간이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었으나 자신의 성정은 다스리지 못한’(152P) 알렉산드르 대왕이나, ‘잘생겼지만 머리가 빠져서 고민했던’(195P)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기존에 알고 있던 영웅의 이미지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으로 바뀌어 짐을 볼 수 있다. 결국 윌 듀런트가 책에서 보여주는 영웅들에 대한 인간적 결점이나 한계는 독자들이 그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그리고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셋째, 문명사에 대한 그의 독특한 시각이다.


‘남자는 대단히 빛나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따지면, 자궁이며 인간 종족의 주류의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다.’(16P)

‘남자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로, 마지못해 부분적으로 문명화되었다.’(17P)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뭔가 대단한 존재인 것처럼 보였던 남자라는 존재는 기껏해야 인간 종족의 주류인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리고 여자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 친절, 절제, 협동, 공동체 활동 등을 배우면서 겨우 문명화가 된 존재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 사회가 문명화 됨에 있어서 공동체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자질이 미덕이 되었다. 내 생각에 이것이 바로 문명의 시작이다. 즉 문명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17P)


그는 문명의 시작이란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며, 앞서 남자의 문명화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포함하면, 문명화된다는 것은 결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길들여짐을 뜻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명이란 결국 길들여지지 않은, 마치 짐승과 같은 본능을 지니고 살아가던 인간들(특히 남자들)이 길들여짐으로써 공동체 생활이 가능해진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길들여졌기 때문에 문명생활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사 속 혁명을 이끄는 주 원인으로써의 ‘부(富)의 편중’에 대한 주장이나, 저자의 사상적 기반인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사회를 해석하는 점, 현대와 비교해 다를 점이 별로 없는 과거 역사 속의 이야기들 즉, 피임, 제왕절개, 조직 폭력배 동원 등은 이 책을 다른 책들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주요한 특징들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 더! 역사와 영웅 이야기와 더불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 시대의 아름다운 시와 문장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여유와 함께 그 시대 사람들의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특권까지 전달해 준 좋은 경험이었다.


아쉬운 점과 마무리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던 고마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먼저 색인도 달지 않고, 각주도 친절하지 않으며 게다가 인용된 시들이 자신의 번역인지 기존의 번역을 가져다 쓴 것인지 언급이 없는 역자의 침묵은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실린 작품들이 이미 원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한국어로 이중 번역된 것이 많아, 원래의 향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점도 아쉬웠다.


내용상 뒷부분으로 진행되면서 글의 긴박감과 재미가 떨어지고, 선택한 사건들에 대한 일관성 있는 해석이나, 장 간의 연결에 필요한 보다 종합적인 해설이 없었던 점은 보완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한가지만 더 요구하자면 서양사에 대해 다소 지식이나 상식이 부족한 독자들을 위해 연대표나 지도, 색인 등을 추가하였더라면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윌 듀란트의 사상이나 스타일로 보아서 모든 아쉬움을 다 채운다는 것은 과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이러한 좋은 책을 만날 기회도 많지 않음을 상기한다면, 우리는 이미 저자와 함께 문명의 시작부터 근대까지 매우 좋은 여행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처럼 구수하고, 때로는 퇴역한 장군 할아버지의 영웅담처럼 신나고 짜릿했던 여행을 이끌어 준 저자 윌 듀란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Thanks a lot, Grandpa!!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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