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Nov 07. 2016

노래 한곡이 내 맘으로
무찔러 들어왔다

'Splendor in the Grass' & 'Banana Party'



혼성그룹 'Pink Martini'가 부른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


몇 년 전쯤 『책은 도끼다 1,2』, 『여덟 단어』의 저자 박웅현씨의 ‘창의성’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답게 강연에서는 말보다는, 동영상과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더군요. 그리고 노래도 몇 곡 소개해 주었는데, 그 중에서 한 노래가 제 마음을 강하게 움직였습니다. 바로 <Splendor in the Grass(초원의 빛)>라는 제목의 노래였습니다.


미국 혼성 그룹인 ‘핑크 마르티니(Pink Martini)가 불렀다는 이 노래는 멜로디뿐 아니라 가사도 참 좋은데요, 일단 가사부터 한번 보실까요?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어떻게 새로 시작해야 할지

 

내가 헛된 꿈을 꾸는 건지도 모르지 혹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난 푸른 잔디가 자라는 곳으로 갈거야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

 

난 늘 더 많은 것을 원해왔어 그런데 뭘 가져도 늘 똑같더라고

 

돈은 변덕스럽기만 하고 명예를 쫓아다니는 것도 이제 지겨워

바로 그때 네 눈을 봤더니 너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

 

더 큰 것만 원하던 우리의 일상이 어느새 죄악이 되어가고 있었던 거야

물론 재미도 있었지 하지만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어?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우리 머리를 잔디 위에 쉬게 하면서 /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     

(간주)     

푸른 언덕이 있고 차는 저 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곳

낮에는 찬란한 빛으로 넘쳐나고 밤에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

 

세상이 너무 빨리 움직여 사는 속도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

우리 머리를 잔디 위에 쉬게 하면서 /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을래?          



참 좋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속도를 좀 늦추고, 편안히 누워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어보자 속삭이니 말이죠. 하지만 박웅현씨가 이 노래를 소개한 진짜 이유는 간주에 있습니다. 간주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이 활용되고 있는데, 관현악기들과 피아노로 연주되는 이 멜로디가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잔디가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힘차게 자라나고 있는 소리로 다가 옵니다. 뭐랄까요, 한 생명의 박동이 나의 가슴으로 공명된다고나 할까요? 그만큼 감동적입니다. 한번 그 감동을 느껴보세요. 뮤직 비디오와 라이브 버전, 2개를 준비했으니 모두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전달되는 그 느낌이 다릅니다.


https://youtu.be/IcOGbIBpH-I  (M/V 버전)

https://youtu.be/6L-_DiZlrUI  (라이브 버전)




'요조(Yozoh)'의 <바나나파티(Banana Party)>   


얼마 전 김경의 자전적 소설 『너라는 우주에 나를 바친다』를 읽으며, 다시 한 곡의 노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혹시 ‘요조(Yozoh)’라는 여자 가수를 아시나요? 외국 가수가 아니라 한국 가수입니다.^^ 젊으신 분들은 많이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제 연배 이상의 중년분들은 처음 들어본 이름일 겁니다. 인디밴드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는 김제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톡투유 – 걱정말아요 그대>에도 자주 나오더군요. 김경 작가는 『너라는...』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어 요조의 노래 중 ‘바나나 파티’란 노래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한번 읽어보시죠.


근데 요조라는 아가씨가 그러드라사고로 동생을 잃은 큰 슬픔을 겪고 난 뒤 작곡을 할 수 있게 됐다고인생관도 바뀌었대내일미래 이런 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갖고 싶은 게 있음 갖고먹고 싶은 게 있음 먹자는 주의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가나랑 인생관이 같네하면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바나나 파티’ 같은 귀엽게 섹시한 음악이 그런 인생관 속에서 나왔다고 생각히니 삶이라는 게 참 신비롭더라고.”


이 문구를 읽고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노래인지 말이죠. 그래서 바로 찾아봤죠. 오~ 이런, 듣던 중 웃음이 터졌습니다. 동생을 잃은 큰 슬픔을 딛고 작곡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이토록 사랑스럽고 재기발랄하며, 웃음짓게 만드는 노래를 만들 수 있는지. 일단 가사부터 한번 보시죠. 솔직히 가사는 별 거(?) 없습니다만.^^



Give me your Banana / Let me taste your Banana (X2)     


덜 익은 푸른 바나나 / 입안에 노랗게 변하고

시간이 흐른다는 걸 / 아무도 모르죠     


Give me your Banana / Let me taste your Banana (X2)     


(간주)     


Give me your Banana / Let me taste your Banana (X2)     


입술로 노래 부르고 / 즐겁게 사진도 찍고

여기는 우리 둘 그리고 / 덜 익은 바나나     


Give me your Banana / Let me taste your Banana (X4)          



통통 튀는 리듬에 맑은 목소리로 당신의 바나나를 달라고 말합니다. 맛 좀 보게 해달라고 말이죠. 이 노래 역시 포인트는 간주에 있습니다. 정확히 무슨 악기로 연주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코디언 같은 경쾌한 집시풍의 멜로디가 시작되며 그 중간에 추임새가 끼어듭니다. 이렇게요.


냠냠냠냠

쩝쩝쩝쩝

후릅후릅     


재밌죠? 사람은 경험한 것을 기억에 남기는 동물이라고, 아마도 이제부터는 바나나를 보게 되면 요조란 가수의 이 노래 ‘바나나 파티’를 마치 조건반사처럼 떠올리게 될 듯 싶습니다. 게다가 바나나를 먹을 땐 ‘냠냠냠냠 쩝쩝쩝쩝 후릅후릅’하며 먹지 않을까요? 아, 물론 혼자 먹을 때 그렇다는 말입니다. 저도 사회적 체면과 위치, 즉 쏘셜 포대기(?, Social Position)가 있으니까 말이죠. 백문이 불여일청, 한번 감상해 보시죠.


https://youtu.be/V5PLNMn3Wfg          



찾다보니 요조가 발표한 노래들 중 상당히 괜찮은 노래들이 많더군요. ‘Happy Birthday’, ‘브로콜리 너마저’, ‘아침 먹고 땡’, ‘Love’ 그리고 리메이크곡 ‘내가 말했잖아’도 듣기 좋습니다. 시간되시는 대로 천천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음색이 깊어가는 이 마지막 가을과 잘 어울릴 듯 하네요.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인문 공부,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에코라이후 5기를 기다리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