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Dec 20. 2016

우리는 진짜 '노브랜드'를 원합니다

노브랜드가 진짜 노브랜드로 남을 수 있기를


'노브랜드', 브랜드가 아니라 소비자라고?


자주는 아니지만 2주에 한번 정도는 우유, 라면, 과자, 과일과 같은 식음료를 사기 위해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가면 가격비교를 통해 보다 싼 제품 위주로 구매를 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작년쯤부터 매장 한켠에 노란색과 검정색이 주를 이룬 촌스러운 디자인의 상품들이 진열되기 시작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름도 웃기더군요. ‘노브랜드’. 브랜드가 아니라고? 그 아래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더군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고. ‘이건 무슨 말장난인가?’하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오호~ 가격이 동일 상품대비 확연히 저렴하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처음엔 아들이 좋아하는 계란과자를 하나 사 보았습니다. 타브랜드 계란과자는 용량대비 가격이 꽤 높은 편인데, 노브랜드 계란과자는 가소성이 꽤나 좋았습니다. 일단 하나를 사서 맛을 보니 괜찮더군요. 그렇게 노브랜드에 대한 첫 인상은 나쁘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이마트에 갈 때마다 종종 계란과자를 사곤 했는데, 점점 노브랜드의 진열폭이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품목도 늘고요. 그리고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상품은 버터쿠키였습니다. 작은 포장도 아니고, 아예 큰 통에 넣어 팔더군요. 그럼에도 가격은 2,980원. 타사의 브랜드 상품은 동일 용량으로 할 경우 5,000원이 넘는데 3,000원이라니! 물론 국산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산이더군요. 어쩔 수 없겠지요. 국산의 한계는 분명 있을테니까요. 맛도 그런데로 괜찮았습니다. 그렇게 노브랜드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노브랜드'는 ‘노브랜드’란 브랜드를 가진 브랜드

     

정확히 표현해 ‘노브랜드’는 유통업체들이 기획해 내 놓는 PB(Priviate Brand, 자체 브랜드) 상품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PB 제품들이 등장한 지는 꽤 오래 되었고요. 이렇게 본다면 노브랜드는 ‘노브랜드’라고 하는 브랜드를 가진 제품이라 봐도 무방할 겁니다. 마치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의미를 가진 ‘무인양품(無印良品)’이 ‘브랜드’로써 점점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무인양품의 경우는 1980년 일본에서 설립되어, 전 세계에 700개 이상의 매장이 있으며 의류 및 생활잡화 등 무려 7천여 가지가 넘는 상품을 파는 ‘브랜드’로써 자리를 잡고 있다 하네요.


노브랜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최적의 소재와 제조방법을 찾아 가장 최저의 가격대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노브랜드의 목표라 하는데요, 이런 노브랜드는 2015년 4월부터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생활용품부터 가공식품, 전자제품까지 무려 800여개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뛰어난 가소성을 무기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여는데 성공, 첫 해에 90억의 매출을 올렸음에 반해 올해는 연말까지 무려 1,500억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네요. 대단한 기세죠?


그렇다면 노브랜드는 어떻게 괜찮은 품질로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걸까요? 이마트의 주장에 의하면 판매가격의 45%에 달하는 마케팅비, 물류비, 상품관리비 등을 독자 브랜드 개발 및 유통비 절감을 통해 충분히 줄였으며, 앞으로도 전세계의 경쟁력 있는 OEM 공장 및 거래처 발굴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브랜드 프리미엄 없이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거죠.



노브랜드의 최저가 정책은 과연 소비자들에게 이득일까?


자,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노브랜드의 가소성 최우선 전략은 과연 소비자들에게 이득인걸까요? 두말하면 잔소리! 이득 맞죠~ 왜냐하면 노브랜드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은 물론이고 기존 브랜드들 또한 노브랜드와의 경쟁 때문에라도 가격을 인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인 거고요. 이렇게 본다면 노브랜드는 기존 브랜드들이 소비자들로부터 가져가던 마진의 상당 부분을 기존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얻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존 브랜드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겠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착한 브랜드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러한 이득은 단기적일 뿐 과연 장기적으로도 이득이 될 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봐야만 합니다.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2가지만 짚어 보죠.


이미 노브랜드는 거대 브랜드로 커가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올해 8월과 9월 잇달아 용인과 하남에 노브랜드 전문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더 이상 ‘브랜드가 아니다’가 아니라, 그야말로 확실한 브랜드가 되고 있는거죠. 뭐 브랜드 확장 전략이야 그렇다 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장악력입니다. 이마트는 우리나라 1등 대형 할인점입니다. 이들이 유통을 움켜쥔 것에 더해 기존 제조업체들의 숨통까지 쥐게 될 경우 이들은 2개의 검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가격을 장악함으로써 원하기만 한다면 기존 업체들의 생사까지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겁니다. 유통업체가 왕이 된다면, 미래는 뻔해 보이지 않나요? 그들이 언제까지 소비자를 위하는 정책을 펼까요? 시간문제라 봐야 할 겁니다.


두 번째로는 최저가만 고집을 하다보면 분명 품질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마트에서는 원가구조를 낮춤으로써 가격을 떨어뜨렸다고는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협력업체쪽에 무리한 가격 인하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퍼 갑인 이마트를 상대로 거래하려면, 마진이 거의 없을 지라도 혹은 마이너스가 날 지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그들의 요구를 따라할 수 밖에 없겠죠. 한, 두 번은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계속된다면 협력업체쪽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손해를 볼 순 없을테니까요.


2015년 초 한국양계농협에서 폐기물 계란을 재활용하여 대기업 제과업체 등에 식품원료로 납품했다는 뉴스는 이러한 위험성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습니다. 어디 국내뿐일까요? 만약 해외라면 보는 눈까지 없으니 더할 수도 있겠죠. 물론 믿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최저가라는 것으로만 소비자를 유인하려고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협력업체 혹은 타 기업의 이익을 무조건 줄이는 쪽으로만 활용된다면, 결국 품질사고는 터지고 말 것이며, 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몫으로 전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노브랜드가 현재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주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향후에도 계속 이마트가 주장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노브랜드의 카피 문구가 그 문구 그대로 소비자를 위해 계속 존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기업의 횡포가 아닌, 진짜 노브랜드로 말이죠.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인문 공부,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이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얻기위한 3단계 방법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