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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l 26. 2017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맨땅에 헤딩하다

영화 <청년경찰>을 보고


절친이란


자신의 가장 친한 동성 친구 한명을 떠올려보자. 나는 왜 그 친구와 친해지게 되었을까? 아마 그다지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냥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눴거나, 혹은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다거나 어쩌면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시작하여 어찌어찌하다보니 지금과 같이 친해지게 되었을 것이다. 어떤가, 대개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질문에 답해보자. 그 친구와 내 성격은 비슷할까, 아니면 정반대에 가까울까? 아마도 후자쪽일 것이다. 친구란 서로의 모자른 부분을 동경하며, 채워주는 사이라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친구에게서 내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그에 기대거나 혹은 은연 중 배움으로써 서로의 반면교사가 될 뿐 아니라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가 친구가 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두명의 친구가 있다. 한명은 의욕충만 행동파, 한마디로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친구 기준(박서준 분)이고, 또 다른 한명은 과학고 출신의 이론백단 두뇌파, 머리만큼은 누구보다 우수한 친구 희열(강하늘 분)이다. 그들은 경찰대학 입학생으로 첫 만남을 가지지만, 워낙 다른 성격 탓에 쉽게 가까워지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인해 두 사람은 절친이 되는데, 그 배경의 시초가 되는 장면이 아주 우습다. 달랑 비엔나소세지 두 개로 맺어지게 되니 말이다. 비록 시작은 초라했지만, 완전 상반된 성격의 이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의리는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한우 살치살(!)만큼이나 값지고 깊은 맛을 보여준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헤딩하기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은 단순하다. 경찰대 학생 두 명이 청춘사업(!)을 위해 외출을 나갔다가 우연히 납치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재빨리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상부에서 하달된 업무를 하느라 바쁜 경찰은 그들의 신고를 무시한다. 실망감과 더불어 마음이 조급해진 두 사람은 경찰을 대신하여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총 동원해 그들만의 수사를 시작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지만 결국에는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이것이 주 줄거리이자 전부라 할 수 있다. 만약 영화를 보며 조금이라도 반전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심플하게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하면 된다.


이 영화는 청춘수사 액션을 표방하고 있는데, 기존의 영화가 경찰과 범죄자들 간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면, 이 영화는 기존 경찰이 아닌, 경찰대 학생 콤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경찰과 일반인의 중간지점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학생인만큼 경찰학교에서 배운 이론에 충실하여 사건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수사의 3요소란?


수사의 3요소가 무엇인지 아는가? 피해자중심 수사, 물품중심 수사 그리고 현장중심 수사라고 한다. (의욕충만 행동파 기준은 수사의 3요소를 ‘열정, 집념, 진심’이라 생각한다. 역시나 그다운 답이다) 경찰들이 자신들의 신고를 받고도 출동하지 않자, 기준과 희열은 현장으로 돌아가 이론에 충실한, 한마디로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마침 현장에서 피해자가 떨어뜨린 떡볶이가 든 비닐봉투를 발견하고는 그 일대를 샅샅이 뒤진 끝에 그 떡볶이를 판 아주머니를 찾아냄으로써 피해자 신분에 대한 한가지 단서를 얻게 된다. 그 단서를 토대로 귀파방(귀를 파주는 유사 성매매 업소)에 잠입, 피해자의 주소까지 알아내며 점점 범죄조직에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실전경험은 전무하지만, 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범죄조직을 잡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이론과 현실은 결코 등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특히나 천신만고 끝에 범죄조직의 중심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하지만, 현실은 이들에게 경찰놀이는 그만하고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한다. 실제 경찰이 투입되어 범죄현장을 습격해야 함에도 현실의 경찰들은 타업무 누적, 동원인력 부족 그리고 갖가지 규정 및 형식에 대한 제약으로 이들의 요구를 묵살한다.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그만 오도가도 못한 채 막혀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현실이라는 벽을 부술 수 없다면 아예 뛰어 넘기로 한다. 경찰이 안 한다면, 그리고 못 한다면, 아예 미래 경찰인 자신들이 나서서 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박서준과 강하늘의 완벽한 조합이 살린 영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두 주인공의 엉성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워낙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하기 때문에 영화 내내 이들의 케미는 빛을 발한다. 영화 초반에는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다소 어색한 듯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은 마치 진짜 절친처럼, 동갑내기처럼 잘 어울려 보인다.


박서준과 강하늘, 두 주인공의 실제 나이는 박서준이 30세(1988년생), 강하늘이 28세(1990년생)로 박서준이 2살 형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소 단순무식 행동파다운 역할 때문일까? 박서준은 조금 어려보이고, 이와 반대로 강하늘(예전 영화 <동주>때문인지도 모른다)은 조금 들어(?) 보이는 까닭에 두 사람은 동갑내기 친구로써도 잘 어울려 보였다.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너무 평이한 줄거리와 거기에 더한 화장실 유머(감독의 의도였겠지만)씬들이 다소 거슬려 보인다는 점이다. 뭐 이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다소 억지춘향적 느낌이 들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박서준, 강하늘의 완벽한 조합과 사이다와 같이 시원한 액션들, 같은 남자가 보더라도 부러운 박서준의 완벽한 몸매 등은 이 영화를 한편의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에 부족함없이 만든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박서준, 강하늘의 열성팬이라면 절대 놓치면 아쉬울 듯 싶다.



아, 마지막으로 개인적 의견 하나. 두 주인공의 역할을 바꿔서 영화를 찍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의욕충만 행동파 기준역을 ‘강하늘’이, 이론백단 두뇌파 희열역을 ‘박서준’이 맡았더라도 재밌지 않았을까?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두 사람이니 분명 또 다른 재미를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브런치>에 감사 드립니다.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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