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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08. 2017

퇴직은 두려움인가?

#1, 퇴직 후 제대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3가지 조언


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가


퇴직은 두려움인가 ? 그렇다. 사람들은 겨우 쉰 살 즈음에 회사를 떠나고 격무에 시달리던 몸이 갑자기 할 일 없는 무료함 속으로 빠져들면서 당황한다. 쉰 살은 무엇을 시작하기에는 두렵고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젊은 나이다.


퇴직을 하고 2주쯤 지나면 초조해 지기 시작한다. 당장 뭔가를 시작하지 못해 안달이 나기 시작하지만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이때 조심해야한다. 격전의 전반전이 끝나고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기 전에 지금은 푹 쉴 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휴식과 준비의 시기다. 이때를 초조와 안달로 보내면 겨울을 잘 보내지 못한 나무처럼 새로운 인생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다. 자신을 북돋아 정말 살고 싶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일대 전환을 꾀해야한다. 새로운 인생은 퇴직과 함께 온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첫째, 새로운 인생을 꿈꾸라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미리 준비되어 있다면 최상이다. 그러나 어찌어찌하여 인생 후반기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덜컥 퇴직을 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휴식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적어도 몇 년 정도는 잘 준비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것이다. 


꿈,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난 늘 이 예를 들기를 좋아하는데, ‘삼국유사’의 해제와 저술로 유명한 고운기 교수는 삼국유사와의 첫 만남에서 ‘내가 이 책 한 권으로 유명해지리라’는 뜻을 세우게 되었고, 그 결심은 결국 그를 삼국유사의 전문가로 만들어 주었다. 나의 새로운 인생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회사를 나올 때 나는 1인 기업가의 꿈을 꾸었고, 변화경영전문가로 나를 세운 때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곧 기업이며 나를 고용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스스로를 고용함으로 고용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스로를 변화경영전문가로 불렀다. 그러니 이제 묻자. "나는 무엇으로 유명해 지고 싶은가?" 제 2의 인생은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야한다. 먼저 뜻을 세워라.


둘째, 자신 만의 필살기를 갖추라


일단 특정한 분야에 대한 뜻이 서면 다음으로 할 일은 그 분야에서 필살기를 갖추는 것이다. 같은 일을 비슷한 기간 동안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 일을 아주 잘하고 어떤 사람은 평이한 수준에 머물고 만다. 어떤 사람은 그 일에 통달한 달인이 되어 그 일로 인생의 후반기를 가득 채운다. 필살기를 만들어 내는 비법은 다음과 같다. 모든 비즈니스는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고, 전략의 핵심은 여러 가능성 중에서 가장 강한 것에 집중투자함으로써 리더십을 장악하는 것이다. 강점경영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차별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시간과 관심을 집중 투자하라. 집중 투자의 요령은 '매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매일 반복 수련하는 실천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내일 4시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1년이 지나면 책이 한 권 나온다. 1인 기업가의 꿈을 꾼 후 13년 동안 변함없이 지켜 온 습관이다. 새로운 습관으로 실천을 자동화하면, 시간이 되어 빵이 익듯이 1만 시간이 지나면 필살기가 구워진다. 이것을 '나를 전문가로 만드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차원이 다른 세계에 도달한 통달의 경지에 이르려면 깨어있는 시간 전부를 그 일에 투입하고 3년 정도면 일만시간이 채워져 그 일로 밥을 먹게 될 수 있다.


셋째, 인생에 즐거움을 더하라


세 번 째는 인생에 즐거움을 더하는 것이다. 평생을 먹고 사는 일에만 전력하게 되면 그것이 모든 것이 되고 만다. 인생의 전반부가 그저 먹고 살고 아이들을 건사하기 위한 경제적 생존이었다면, 후반부에는 삶의 진수를 즐기는 문화적 각성이 반드시 따라주어야 나이들어 너그러움과 관용이 커지게 된다.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200년 전 다산 선생은 양계를 시작한 아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네가 닭을 기르기로 했다니 좋은 일이다. 농서(農書)를 잘 읽어서 좋은 방법을 선택하여 실험해 보되, 색깔과 종류별로 구별해 보고, 홰를 다르게 만들어 사육관리를 특별히 해서 남의 집 닭보다 더 살찌고 더 번식하게 하며, 또 간혹 시를 지어 닭의 정경을 읊어 보아라. 만약 이익만 보고 의리를 알지 못하고 기를 줄만 알고 취미는 모르는 채 부지런히 골몰하기만 하여 옆집 채소를 가꾸는 사람들과 아침저녁으로 다투기만 한다면 겨우 시골의 졸렬한 사람이나 하는 양계법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다산의 풍모를 흠모하게 된다. 인생의 후반부에서 조차 먹고 살기 위해 전전긍긍해야한다면 우리에게 삶을 즐기고 찬미할 시간이 언제 있겠는가? 이 때 쯤이면 일과 취미가 둘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때는 좋아하는 일을 아주 잘하게 되어 그 일로 밥을 먹고, 그 일로 나날이 정신적 기쁨을 얻어 갈 수 있도록 밥과 존재를 일치시킬 시기다. 닭을 키우되 닭이 경제적 수단만이 아니라 닭의 정경을 관조하고 그 정경을 읊고, 그 일을 즐기게 되는 차원에 이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언젠가 제자들과 함께 그리스 마테오레의 수도원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유폐시킨 수도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구도였다. 엎드려 기도하는 것만이 수련이 아니라 빵을 만들고 청소를 하고 가구를 손질하는 모든 것이 신께 나아가는 방법이었다. 나는 후반기의 직업관이 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영적인 부문이 있듯이 비즈니스에도 영혼이 있어야 비로소 그것이 천직이 된다. 일은 밥벌이 일뿐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 자체라는 인식이 무르익어 가야만 후반기 삶이 의미와 보람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


"좋아하는 일을 하다 죽을 것이고, 죽음이 곧 퇴직인 삶을 살 것이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직업관이다. 어떤 일이든 그것을 평생 죽을 때 까지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이다. 세월과 함께 점점 더 그 일을 잘하게 되고, 그 일의 골수를 얻게 되면 그 일이 곧 내 삶의 정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세월에 인생을 더 할 줄 아는 사람, 우리의 후반기 삶은 그리 되어야 한다.




                                     - 구본형(월간 <아버지> - 인생 후반전에 대한 기고문,  2011년 1 월 21일) -




지금의 나처럼 새로운 길을 가야하는 사람에게 주는 최고의 조언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길을 가야하는 만큼,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경제적 독립을 위해 내가 일하고자 하는 분야의 필살기를 갖추어야 하며, 나아가 밥벌이에 전전긍긍하는 삶이 아닌 인생에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 그리하여 좋아하는 일을 하다 죽기를 바라는, 즉 죽음이 곧 퇴직이 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


조언은 명쾌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밥벌이에 얽매여 살 것인가? 돈의 노예가 되어 허덕이는 삶이 이제는 징글징글하다 못해 구토가 날 지경이 되지 않았는가? 이런 삶에 대해 스스로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스스로 깨뜨리고 벗어날 수 있어야 우리의 삶은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제부터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고, 그렇게 내 삶을 재편할 것이며, 그리하여 죽음이 곧, 진짜 퇴직인 삶을 살아갈 것이다. 어차피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남은 인생이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죽음의 문턱에서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하면 살았다고, 그래서 후회는 없노라고(최소한 덜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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