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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13. 2018

마법이 사라진
‘인생의 사막’에서(1편)

#46-1, 인생의 사막을 건너는 법


그림동화 '요정과 구두장이'


살다가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희망이 사라진 지점, 나는 그곳을 ‘인생의 사막’이라 부른다. 이 ‘인생의 사막’에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자신을 이끌어 오던 전략들은 더 이상 먹히지 않으므로 전부를 버려야 하고, 새롭고 낯선 기술을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자신이 배워온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취하는 작업이므로 나는 이런 ‘버림과 취함’을 ‘인지의 전환’이라 부른다.


중년을 위한 동화는 삶의 사막을 만난 사람들에게 새로운 통찰과 ‘인지의 전환’ 방법을 가르쳐준다. 독일 그림형제의 동화 중 ‘요정과 구두장이’에서 나는 하나의 전략을 배웠다.


“옛날 구두장이와 부인이 가난하게 살았는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점점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어느날 가죽조각이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구두장이는 실망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구두 한짝을 만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날 가게에 갔더니 누군가가 밤에 몰래 와서 나머지 한 짝을 만들어 두었다. 구두장이는 기뻐서 그 구두 한 켤레를 팔아서 새 가죽을 샀다. 그리고 새로 산 가죽을 열심히 잘라두고 밤이 되어 구두장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그 잘라둔 가죽들이 몇 켤레의 구두로 바뀌어 있었다. 구두장이는 놀람을 멈출 수가 없었고, 그는 다시 그 구두들을 팔아 가죽을 샀다. 그러면 다시 누군가가 와서 새 구두를 만들에 놓고 갔다. 그런데 그 솜씨가 너무 기가 막히게 훌륭해서 구두장이가 그동안 만들던 구두와는 달리 새롭고 아름다우며 특이한 구두들이었다. 이 소문이 퍼져나가 구두장이는 점점 부유해져 갔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날 구두장이는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돕는 사람이 누군지 꼭 찾아내서 그에게 감사를 표 합시다” 부인도 동의하여 부부는 구두방에 몰래 숨어서 초조히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두 명의 요정이 노래를 부르며 뛰어 올라와 재주를 넘고 춤을 추면서 장화와 구두를 만드는 모습을 부부는 보았다. 그런데 요정들은 웬일인지 옷을 입지 않았고 맨발이었다. 요정들은 일을 다 끝내고 방안을 빙빙 돌더니 달빛 속으로 사라졌다.


구두장이 부부는 자기들이 본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요정들이 그동안 우리를 도와주었네.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자!” 라고 말하며 요정들이 옷을 입지 않았고 신발이 없었음을 생각했다. 또 계절도 겨울인지라 부부는 요정의 추위를 막아줄 옷과 부츠를 만들어 주기로 합의했다. 부부는 예쁜 양털 바지와 재킷, 따뜻한 부츠를 열심히 만들어 크리스마스이브에 가게에 놓아두고 몰래 숨어서 보았다, 밤이 되자 요정이 나타났는데 그들은 선물을 보고 깜짝 놀라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그 옷을 입고 부츠를 신었다. 다행히 맞춤처럼 옷과 신발이 꼭 맞았다. 요정들은 서로에게 감탄을 하면서 기뻐서 춤을 추고는 다시 달빛 속으로 되돌아갔다. 물론 부부도 기뻐했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요정들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일을 한걸까?” 구두장이 부부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연습을 해도 요정이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아름다운 특이한 구두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부부는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독일 동화는 중년을 다룬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를 중년의 동화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보통의 동화와는 좀 다른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때부터 많이 들어온 동화들은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은 벌을 받는다는 식의 권선징악 구도를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짧은 독일 동화에서는 그 선입관이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구두장이 부부는 자신들을 도와준 요정들에게 감사의 선물을 했으나, 오히려 그 선물을 준 이후에 요정들이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의 허를 찌른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동화에서 보아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있다.


마법의 상실, 일반적으로 마법의 상실은 죄를 짓거나 악한 마음을 가질 때 생겨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동화 속 부부를 밤마다 도와주던 요정들은 오히려 선물을 받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요정들이 선물을 받고나서 감사의 표시로 부부를 위해 다이아몬드 구두를 만들어 주거나, 예쁜 구둣가게를 지어주었거나, 아이가 없던 부부에게 잘생긴 아들을 주어 그 아이가 가게를 물려받아 대대로 아름다운 구두 가게로 전해 내려왔다’ 뭐 이런 식의 전개가 되어야 우리가 알고 있던 예상된 방식이다.


그런데, 오히려 선물을 받은 요정들이 변심을 한 것이다. 왜 이런 비극이 부부에게 발생한 것일까? 부부의 선의를 요정이 접수하지 않은 것일까?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부부는 별의 별 생각을 다했을 것이다.



마법이 사라진 ‘인생의 사막’에서


이 동화에서 부부가 겪은 일은,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사막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비극을 우리도 충분히 인생에서 만날 수 있다. 부부가 요정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했으나, 오히려 선물을 받은 요정들이 다시는 그들을 도와주러 오지 않는 일을 당하게 되면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억울함 분노 슬픔을 지나 이미 가진 것을 상실했을 때 오는 무기력까지 느낄 수 있게 될지 모른다. 


평생을 해오던 가업을 더 크게 일으키기 위해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가 모든 재산을 날린 사람의 억울함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는 자신의 사업을 망치게 할 의도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대성통곡을 할지 모른다. 더 훌륭한 경력을 쌓기 위해 안전한 직장을 사직하고 다른 곳으로 옮겼으나 그곳이 지옥이 된 사람, 더 건강하기 위해 새벽 운동을 하다가 관절염이 생겨 다시는 운동하지 말라는 의사의 경고를 받은 옆집 아저씨,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오히려 부작용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이제 겨우 30살을 맞은 여자, 남들도 다하는 투자를 했다가 퇴직금을 전부 날린 60대의 퇴직한 전직 국장, 그들은 모두 실패할 의도가 없었었다. 더 잘하려고 한 것이고 누구를 속이거나 편법을 쓰지도 않았다.


그들은 악인도 아니고 사기꾼도 아니었다. 그들은 열심히 살았던 우리의 선량한 이웃이고, 최선을 다한 나의 모습일수 있다. 그들은 모두 나은 상황을 꿈꾸었고, 자신이 가진 것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런데 그 꿈으로 오히려 마법의 상실과 같이, 그들이 가지고 있던 당연한 현실마저 잃어버리는 비극에 봉착했다.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님은 우리 역시 인생에서 이런 일을 충분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날 모든 것이 새롭고 매일 매일 성취를 해나가던 강인한 사람조차 어느 날 인생에서 이런 날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이런 비극이 발생한 날을 ‘인생의 사막’이라 부른다. 영혼의 어두운 밤처럼 인생의 사막을 만나면, 그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 찾아올 것이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사막, 이미 잘못 들어선 한발 때문에 사막 한가운데 까지 와버린 상황, 따라서 되돌아갈 수도 길을 찾을 수도 없다. 오아시스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이 야자수는 기미조차 없다. 갈증나는 눈동자가 찾아낸 것은 매번 신기루로 판정된다. 후회와 통탄이 찾아온다. 그냥 여기서 말라 죽어 버리고 싶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이때 그들의 상태는 의식레벨 50의 ‘무기력’단계와 유사하다.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이 한번도 악의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비극이 발생했다는 억울함이다. 그들의 선의가 오히려 비극의 이유가 되었다는 점이 그들을 더 괴롭힐 것이다. 운명이 자신을 버렸고, 한순간의 판단 실수가 자신과 가족을 불행으로 몰아갔다는 자책을 계속한다. 왜 인생은 자신이 의도한대로 되어가지 않는지, 한 번도 누구를 해친 적이 없는데도 왜 자신에게 이러한 비극이 생겼는지, 그는 분노하고 연이어 슬픔과 비탄에 빠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의 단계로 빠져들 것이다.



사막을 건너는 법 -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애초 의식 레벨이 어디에 있었건, 그는 슬픔과 분노의 단계를 거치며 무기력까지 추락해버릴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이미 무기력단계로 추락해 버렸거나,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더라도 슬픔이나 분노의 단계를 지나고 있다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여기서 동화를 다시 한번 더 보자. 나는 동화의 마지막 장면을 유심히 보았다.


“ 그러나 그들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연습을 해도 요정이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아름다운 특이한 구두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부부는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동화에서는 부부가 요정의 배신에 슬퍼했다거나 분노했다는 표현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쩌면 구두장이 부부가 그 일로 매일 매일 서로를 탓하며 부부 싸움을 하고, 요정이 돌아오기를 밤마다 기다리며 구두장이는 술에 빠져 살았고, 부인은 우울증을 앓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동화는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림형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편에서 계속)



                                                                                      2012년 9월 22일


                                                                         -- 박경숙(변화경영연구소 6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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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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