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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Oct 06. 2015

나의 가치를 높여라, 생존부등식

기승전 "가치"가 상생의 키워드!


짜장면의 힘


1940년대 중반의 대전(大田),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당시 처음 팔기 시작한 중국식당의 ‘짜장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졸랐습니다. 사려심 깊은 어머니는 가난한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기(氣)를 살려주고자 주머니를 털어 '짜장면'을 사주었습니다. 덕분에 그 소년은 난생처음 환상적인 맛을 보게 되었고, 그 이후 평생 그 맛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두 번 다시 ‘짜장면’을 사주지 않는 대신,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짜장면을 맘껏 먹을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소년은 이후 열심히 공부하여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전교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소위 '짜장면'의 힘이었던거죠.


그 소년이 대학을 들어갈 당시인 1958년은, 독일이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었고, 그 영향을 받은 소년은 독일이란 나라에 대해 배우고자 서울대 독어독문과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던 중 과학과 기술이 곧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물리학과로 전과(轉科), 물리․수학․화학․생물 등 다양한 자연과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역시 열심히 공부한 까닭에 전체수석으로 졸업한 소년은 덕분에 미국유학을 갈 수 있게 되었고, 미국에서는 전기공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습니다. 학위 후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동안 과학기술의 토대 위에 경영학의 접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는 다시 경영학을 공부, 경영학 학위까지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한국으로 귀국, 대학교수가 되어 현재까지 40년 이상의 긴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짜장면이 그의 인생을 결정하게 만들어 준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서울대 명예교수, 한양대 석좌교수로 계신 윤석철 교수입니다. 그의 강의는 인문학, 철학, 과학 그리고 경영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을 관통하여 하나의 줄기로 엮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때문에 그의 강의는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의 저서 또한 마찬가집니다. 저는 그의 저서 중 <경영 경제 인생 강좌 45편>, <경영학의 진리체계>, <삶의 정도>를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자연과학, 인문, 역사 그리고 경영까지 아우르는 학문의 깊이와 그것들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는 그의 독창성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책은 한마디로 '통섭', '통합' 그리고 '통찰'의 결정체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2011년 출간된 <삶의 정도>를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읽은 책 중 감히 다섯 손가락 안에 꼽고 싶습니다. 만약 접해보지 않으셨다면 꼭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윤석철 교수가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능통함과 동시에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그의 삶의 궤적이 대변해준다 하겠습니다. 그는 전기, 물리와 같은 과학분야뿐 아니라 인문과 철학을 경영에 접목시켰는데, 그의 생각과 그에 따른 학습과 실천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이야기들은 잘 섞인 비빔밥 혹은 잡탕찌게처럼 여겨질 수 있는데, 그 맛이 정말 진국입니다. 맛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그런 진국 말이죠. 그는 대부분을 경영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모든 학문을 터치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삶의 의미와 본질에 대해 화두를 던집니다. 그의 책을 덮고나면 장편의 대하 드라마를 본 듯한 강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최소한 10년에 한 권은 책을 내겠노라 약속했고, 그 마지막 편(현재까지는)이 바로 <삶의 정도>입니다.



생존부등식


V (Value, 가치)  >  P (Price, 가격)  >  C (Cost, 원가)


<삶의 정도>를 읽어 보시면 위의 부등식이 등장합니다. 윤석철 교수는 이 부등식을 ‘생존 부등식’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왜 ‘생존 부등식’일까요? 여기에는 기업과 함께 개인의 생존, 더 나아가 상생(相生)의 논리까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① 기업의 생존부등식


먼저 기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위의 기호들을 다 제품이라 가정해보죠. 왼편에 위치한 V(제품의 가치) > P(제품의 가격)의 부등식은 소비자에 해당됩니다. 즉, 고객의 입장에서는 제품의 가치가 자신이 지불할 가격보다 커야만 제품을 구매한다는 논리가 됩니다. 만약 제품의 가치(효용, 효과)보다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절대 사지 않겠죠, 그렇죠?


이번에는 부등식의 오른편을 보겠습니다. 여기는 공급자(기업)에 해당됩니다. 기업은 이윤을 내지 못하면 망하게 되어 있죠. P(제품의 가격) > C(제품의 원가)는 이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제품의 판매가격이 원가보다 높아야 하는거죠. 안 그러면 소위 밑지고 파는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P-C를 기업의 이윤 혹은 이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P를 올리거나(단가인상) C를 낮추면(원가절감) 되겠죠. 하지만 P를 올리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V-P)가 줄어들고, C를 낮추게 되면 C를 구성(원료공급)하는 공급업체(협력업체)의 이익을 빼앗는 꼴이 됩니다. 이는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남의 떡을 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 기업이 상생(소비자, 기업, 공급업체)과 동시에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V(제품의 가치)를 올리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V가 올라가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그 제품을 더 많이 사게 될 것이고, P와 C가 변동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늘어난 매출로 인해 이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죠.(당연한 이야길 어렵게 하는것 같죠? 하지만 이러한 기본 중의 기본을 많은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② 개인의 생존부등식


자, 이번에는 개인의 경우를 살펴보죠. 직장인의 경우 P는 현재 받고 있는 급여 또는 자신의 현재 몸값 정도가 될 것입니다. C는 최소한의 생활비 수준이 되겠죠. 그러므로 P-C는 기본적 생활 외에 부가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활동(문화, 소비)을 할 수 있는 삶의 여유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 여유의 양과 질이 커지길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P를 자신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부등식의 왼편인, V와 P의 관계를 보겠습니다. V는 개인의 가치입니다. V-P는 이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효용이익이 될 것입니다. V가 크면 클수록 기업은 이 사람을 계속 중용할 것이고, 그에 따라 승진을 거듭, 자연스럽게 P도 따라 올라가겠죠. 그러다가 V<P(혹은>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V를 평가하는 관점이 개인과 기업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죠. 자신에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후한데(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가요?), 기업의 평가는 매우 박할 수 밖에(생각해 보시죠. 내가 승진에서 누락하고, 평소에 나보다 훨씬 못하다고 생각한 넘(?)이 승진했다면 그런생각 들지 않을까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목소리를 내서 항의하거나 항소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왜? 나에 대한 비용을 직접적으로 지불하는 주체가 바로 기업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 생사여탈권(?)을 기업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내가 사장이라 생각하면 쉽겠죠?) 어쨌든 개인은 기업에 계약된 사람이기 때문에 기업의 평가에 순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나이, 직위가 올라가며 과거의 화려한 경력만을 믿고 지금 자신의 V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덜할 경우, 평가는 더욱 박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것이 객관적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승전 "가치"가 상생의 키워드


기업이 상생을 위한 방법으로 V(제품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개인 또한 기업과 자신의 상생을 위해서는 V(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 경이 강조했던 것처럼 “네버, 네버, 네버!”입니다. 한해 좋은 성과와 업적으로 V를 올렸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V는 항상 현재진행형이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그로 인한 성과를 창출해 내야만 합니다. 그것이 개인 스스로를 위한 길이자, 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철 교수는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기업이 패망하는 것처럼, 개인도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결국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생존 부등식은 직장에서뿐 아니라, 모든 삶의 관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등식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그 사람을 만날 때 얻을 수 있는 V가 높을 때 지속적인 만남이 이어집니다. 연애도 마찬가집니다. 사랑에 대한 V가 높을 때 그 감정이 오래가지, 본전 생각 나면 바로 찢어지게 되는 것이 연애 혹은 사랑에 대한 감정 아닐까요?




생존 부등식,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 기본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만 합니다. 나의 가치인 V를 어떻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유지함과 동시에 계속하여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느냐가 결국 개인의 브랜드로 구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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