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의 리더십(The Leadership of Basics)이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1년에 2회 정기적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 그리고 팀장까지 모두 참여하는 경영회의가 열립니다. 이 회의에서는 지난 6개월간 실적을 되돌아보고, 성과가 우수한 부서에 대한 포상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 6개월간 어떤 방향과 전략으로 회사가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발표가 이어지죠.
경영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관리자들입니다. 다른 말로는 리더라고도 부르죠. 리더들에게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리더십은 한 회사의 화합과 더불어 성장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리더에게 있어 리더십은 꼭 필요한 필수덕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년 전 경영회의에서 ‘관리자가 가져야 할 리더십’이란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퍼실리테이터(FT, Facilitator) 역할을 맡아 팀장들에게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리더십에 대해 질문을 던지셨죠. 여러 답변 중 가장 많이 나온 공통의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솔선수범(率先垂範)’이었습니다. 리더가 스스로 앞장 서서 모범을 보임으로써 부하들을 따르게 만든다는 의미의 단어.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는 웬지 판에 박힌 시시한 말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요? 이는 이 단어가 더 이상의 참신함과 특별함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즉, 리더십이란 단어 안에는 이미 ‘솔선수범’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소통’이었습니다. 소통하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지시만 하는 리더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통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대로 된 단합과 화합을 이루어 내지 못한다는거죠. 하지만 ‘소통’ 또한 시시해 보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어느 리더가 솔선수범과 소통없이 조직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이 두 키워드는 리더십을 생각할 때 절대 빼놓지 못할 정도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봐야 할 것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행은 물론, 그 결실을 얻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말과도 같겠죠.
만약 사장님이 제게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답변을 해야만 할까? 토론시간 내내 머리 속이 복잡하고 가슴도 콩닥콩닥(?) 했지만, 아주 다행스럽게도(?) 제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질문을 대비해 머리 속에 어느 정도의 답변을 정리해 두었죠. 저의 준비된(?) 답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한번 들어, 아니 읽어보실래요?^^
“저는 리더십을 ‘솔선수범’이나 ‘소통’도 좋지만, 단적인 부분만 강조해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리더십을 3단계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3단계는 단계별로도 중요하지만 각 단계가 순서대로 조화를 이뤄야만 제대로된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단계 중 첫 번째 단계는 학습의 리더십(The leadership of learning)입니다. 리더는 부서원들에게 스스로 항상 공부하고 학습하며, 이를 통해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리더는 결코 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안됩니다. 리더는 단순히 리더의 역할을 벗어나 부서원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 정도까지 진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최선을 다해 학습해야만 합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직급을 내세워 지시만 하며, 자신의 경험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진 리더는 단기적으로는 통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퇴화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조직의 미래발전까지 답보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동기부여의 리더십(The leadership of motivation)입니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비전, 즉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과 각 개인들의 관점 그리고 행동이 일치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습니다. 회사와 개인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조직원들에게 ‘주인의식(Ownership)’을 가지라고 요구합니다. 자신이 주인이 되면 스스로 알아서 모든 일을 책임지고 수행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인들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정반대의 행태를 보입니다. 왜냐하면 개인들에게 ‘진정한 주인(Real owner)’은 따로 있기 때문이며, 아무리 해도 그들이 결코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중간관리자도 결코 ‘주인’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조직원들을 이끌어 가야하는 ‘중간’의 ‘관리자’일 뿐이죠.
그러나 ‘주인의식’은 아니더라도 회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갈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회사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이 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회사 전반에 자리잡혀져 있다면 가능합니다. 이때 누가 ‘주인’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글(Googel), 홀푸드(Whole Food), 고어(Gore) 등과 같은 회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경영진은 결코 군림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권한과 책임의 대부분을 직원들에게 위임하고 있으며, 회사 안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머리 속에는 나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며, 반대로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 된다는 상생(相生)의 공식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는 곧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Motivation)가 됩니다. 리더는 회사의 방침과 규정에 대해 억지로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조직원들이 이러한 동기를 불러 일으킬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동기부여자(Motivator)가 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단계는 스스로 배우고 익힌 것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천관리자 또는 실행조력자가 되는 실천의 리더십(The leadership of practice)입니다. 1단계의 학습과 2단계의 동기가 결합되면 조직원들에게는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를 실행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구름 위의 성(Castle on the cloud)을 세우는 것과 같을 뿐입니다.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어야만 합니다. 리더가 눈치와 실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된 도전을 펼칠 수 없다면, 이는 회사의 리더십이 부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전하여 실패할 지라도, 그 도전자체에 의미를 두고 박수를 쳐줄 수 있는 분위기가 회사에 갖춰져 있다면 리더는 실행조력자로써 함께 뛸 힘이 생겨나며, 부서원들과 함께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3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성과입니다. 성공을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알찬 열매라 한다면, 실패는 앞으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거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실수가 올 한해 열매를 잘 맺었다고 해서 내년에도 역시 풍성한 결실을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실패를 통해 거름을 계속 공급하고, 끊임없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어야만 내년의 수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 두 번의 성공은 단기적 성장만을 이루지만, 실패를 통한 성공은 장기적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는 점, 꼭 새겨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고 보니 꽤나 거창해 보이는데요? 아마도 이렇게 답변했다면 ‘그래, 너 잘났다’하는 눈빛 꽤나 받았을 듯 싶네요!^^
위의 3단계 리더십에 더해 최근과 같은 불황의 시대에는 한가지 리더십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웬만한 회사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불황을 뛰어넘는 저성장기에는 모든 회사가 힘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회사들은 각종 대책안은 물론,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은 거의 다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닥 나아지지 않아 보입니다. 이건 일부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경제환경 상의 문제라 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상황을 보며 저는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쓰지 못한다”는 속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 수많은 시도와 노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기업환경. 그렇다면 단기처방보다는 긴 호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럴 때에는 장기간을 버틸 수 있는 기업체질의 변화와 더불어, 조급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본을 돌아봄과 동시에 강화하는 쪽으로 회사의 나아 갈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황시대의 기본이란 모든 직원들이 함께 어려움을 공유하고, 힘과 아이디어를 모음으로써 이 불황에서도 꿋꿋이 버티어 나갈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불황을 탈출할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 힘차게 뛰어 나갈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기본을 돌아보고, 강화하는 것”이 불황시대의 리더십이라 생각하며, 이를 기본의 리더십(The leadership of basics)이라 부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