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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n 20. 2019

종교, 철학, 뭣이 중헌디.

#55, 한국인에겐 그 '무언가'가 있다!


1985년 처음 조사한 한국 종교인 비율은 42.6%였으며, 이후 10년마다 조사를 해오고 있다. 1995년, 2005년 종교인 비율이 50%를 넘었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다시 과반수 아래인 43.9%로 다시 줄었는데, 이러한 수치에 대해 “한국에는 지배적인 종교가 없어서 어려울 때 힘을 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부족하다. 반면 안정적인 선진국을 이룬 나라는 어떤 종교든 지배적인 종교가 있어 국민의 마음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형성하게 한다.”라고 한국 사회심리를 연구한 허태균 교수는 말한다.


“신에 대한 믿음이 지속된다는 것은 거기에 생명이나 도덕과 관련된 거의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는 가장 좋은 증거다.” 


위 문장은 역사 철학자 윌 듀란트가 쓴 <철학이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죠셉 캠벨, 스피노자, 니체, 윌 듀란트 모두 집안 대대로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가톨릭도 있었고 유대교도 있었다. 이들 중 성직자의 길을 가려던 사람들도 많았다. 종교를 버리게 되면 가족과도 의절하고 사회로부터도 외면, 공격당한다. 유대교에서 파문당하면 그 사람과 대화하면 안될 뿐 아니라 같이 기거해도 안 되며, 마치 범죄자처럼 4큐빗(약 1.8M)의 접근금지 거리마저 정해져 있다. 왕따도 이런 왕따가 없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나였으면 못 견뎠을 것 같다. 그 당시 시대적으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를 모르면 서구사회와 문화, 예술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강사과정을 지도했던 미술사 전공의 교수가 중세그림을 알기위해 그리스로마 신화와 기독교 교리를 배웠다고 했다. 나 역시 제대로 된 성경 공부를 하고 나니 보다 더 서구 역사와 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민족이 철학을 할 수 있으려면 그전에 먼저 생존부터 해야 한다.” 윌 듀런트의 말이다. 미국은 급속도로 발전을 해왔으며 발전의 속도 탓에 영혼은 무질서해졌다. 그러니 갑작스런 성장과 사춘기 경험을 하는 젊은이 단계라는 것이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한국 사람은 심각성이 부족하다. 파고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생각하는 힘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깊은 사색이 없다. (중략) 그래서 시 없는 민족이요, 철학 없는 국민이요, 종교 없는 민중이다.” 사상가이자 민권운동가로 활동했던 故함석헌 옹은 자신의 저서 <뜻으로 보는 한국역사>에서 위와 같이 말하고 있다. 이는 삼국시대를 경계로 변했다고 한다. 고구려가 망하고 신라가 다른 나라와 손을 잡고 반쪽짜리 통일을 하면서 한민족의 정신이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고구려가 만주와 한반도를 하나로 만들었다면 아시아뿐 만아니라 세계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많은 외침과 식민지, 미군정까지 수난의 역사였다. 고유한 철학과 종교를 가지고 있기 힘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저력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고난과 수난의 역사 가운데서도 한국의 고유 정신과 혼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제 치하에서의 동학 운동, 3.1운동은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군정 폭력의 시대에 죽음을 각오하고 일어난 수많은 민주 항쟁 또한 그 발현이라 말할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지난 '촛불'은 국민들이 발벗고 일어난, 작지만 큰 행동이었다. 한국인의 가슴 속에는 분명 그 저력이 담겨져 있다. 이는 다른 말로 철학하는 힘이라 바꿔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우리 만의 종교, 철학을 이어오지 못했다. 사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한 종교와 철학에 대한 정확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겠다. 하지만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무엇’이, 삶을 살아가는 큰 동력이 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故함석헌 옹은 이를 ‘착함(仁)’과 ‘날쌤(勇)’이라고 했다. 그걸 무어라 하던 한국인은 ‘흥’과 ‘한’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혼종된 문화를 가지고 서로 대립도 하고 뭉치기도 한다. 분명한 건 그 '무엇'이 위기의 상황에는 은둔, 억압을 뚫고 그 찬란한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확실한 종교도, 철학도 없지만 분명 그 ‘무언가'가 있다.



                                                                                 2017년 7월 2일


                                                                   -- 정승훈(변화경영연구소 11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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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니티(Coreanity)는 다수의 한국인이 공유한 문화적 동질성을 뜻한다. 코리아니티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한국인 대다수의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일상적 취향이다. 코리아니티는 한국인 다수의 정신적 기상도이며 문화적 DNA다. 코리아니티의 번역어는 ’한국성(韓國性)‘일 것이다.

                                                                    -- <코리아니티 경영>, 구본형 지음 --

변화경영사상가 故구본형선생님은 한국인의 그 '무언가'를 '한국성(韓國性)'이라 표현합니다. 한국성이란 한국인 다수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기상도이자 문화적 DNA라 말하죠. 이 한국성을 통해 한국인은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살아 갑니다.


외국에 나가면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을 만나게 됩니다. 분명 외모는 다 비슷한데 우리는 한눈에 한국인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한국인에게는 그 고유의 미묘한 느낌과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죠. 이것이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문화이자 동질성이라 할 것입니다.


한국인만의 한국성으로 구본형선생님은 '흥', '멋', '선비정신', '모순의 조화와 상생', '공동체 안에서의 성장'을 말합니다. 이는 미국을 필두로 한 서양 문화권과 판이하게 다른 부분입니다. 한국인 만의 고유한 정신이자 DNA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알고, 교육하고 계발하여 각자 만의 재능과 능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때 한국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강조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능력을 계발하되 위의 5가지 키워드에 접근하여 차별화할 수 있을 때 그렇게 만들어진 개성은 한국에서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분명 그 힘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저도 정승훈 연구원의 칼럼 제목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철학, 종교, 뭣이 중헌디.'


자신 만의 코리아니티를 가지고 있다면 말이죠.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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