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Jan 08. 2021

일이 품삯이 아닌 삶이 되게 하는 법

#75, 가장 중요했던 시험문제


어떤 여인이 간호학교에 입학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어느 날 교수는 수업시간에 강의 대신 간단한 문제들로 가득한 시험지를 돌렸다. 수업을 착실하게 들었던 그녀는 별로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항에서 막히고 말았다.


"우리 학교를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아주머니의 이름은?"


이것을 시험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 그녀는 이 아주머니를 여러 번 봤었다. 검정 머리에 키가 크고 나이는 오십대쯤 보이는데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 문제의 답을 적을 수 없었다. 공란으로 두고 답안지를 제출했다.


모두 답안지를 제출하고 난 후 한 학생이 마지막 문항도 점수에 반영되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 학생 역시 그녀처럼 그 마지막 문제를 문제로서 인정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이지."


교수는 말했다.


"여러분은 간호사로서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중요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와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여러분은 항상 이들에게 미소를 보내야 합니다. 그것도 먼저 미소를 보내야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합니다."


지금도 그녀는 그 강의를 절대 잊지 않고 있다. 그 청소 아주머니의 이름이 도로시였다는 것도 말이다.




이 이야기는 조안 c. 존스라는 사람이 제공한 이야기를 조금 각색한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직업인으로서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했다.


기업이 고객중심, 고객 만족, 그리고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까지를 강조해 온지 수십 년이 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속에서 감동적인 서비스를 받아 본 유쾌한 경험이 별로 많지 않다. 호텔에서, 비행기에서, 레스토랑에서, 어디든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지금도 잊지 못할 감동적인 서비스를 받은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 아마 무척 찾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고객에게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단 하나인 것 같다. 고객을 이름과 얼굴이 있는 특별한 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얼굴이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고객이라는 일반 명사를 잊어 버려야한다. 시장이라는 상업적 단어도 잊어 버려야한다. 오직 내 앞에 내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 기억하도록 하자.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위대한 벤치마킹 대상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은 한 달에 자동차를 300 대씩 팔아대는 판매왕도 아니고, 고객 서비스의 달인도 아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야 말로 고객 서비스의 스승 중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데레사 수녀다. 이 불세출의 수녀님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마음에 품고 살았고, 실천에 옮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난 결코 대중을 구원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사람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번에 단 한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만일 내가 그 사람 하나를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했을 뿐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든지 가장 먼저 우리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뜻은 그 사람이 고유의 이름을 가진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바로 이 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다. 이 사람은 조금 전에 내가 서비스를 제공했던 그 사람이 아니다.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고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는 전혀 다른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서서 내 도움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조금 전 자기 앞에 서있던 다른 사람의 복제품이 아니라는 것, 옆에 앉아 있는 수 많은 사람 중의 하나로 취급받지 않고 있다는 인식, 이것이 바로 감동적이고 차별적인 서비스의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 그러면 이제부터 아주 간단 하지만 특별한 한사람을 위한 감동 서비스 수칙을 함께 만들어 보자.


1) 모든 일은 그 수혜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수혜자가 없는 일을 하는 것은 헛일이다. 내 일의 수혜자, 그들이 바로 내 고객이다. 먼저 내 앞에 서서 내 도움을 기다리는 고객의 이름을 불러 주자. 한 시인의 시처럼 ‘이름을 불러 주어야 비로소 그 사람은 내게 와서 꽃이 되기’ 때문이다.


2) 적어도 하루에 한 사람의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자. 뛰어난 친절 때문이어도 좋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배려 때문이어도 좋고, 미소가 좋아서도 좋고, 부드러운 말씨 때문이어도 좋고, 아주 적절한 조언 때문이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그 사람의 마음 한 구석을 붙잡을 수 있는 나만의 강점과 무기를 매일 수련하고 활용해 보라. 작은 노트에 날짜와 그 고객의 이름을 쓰고, 내가 제공한 어떤 서비스 방식에 그 사람이 기분 좋은 반응을 보였는지 간단히 메모해 두도록 하자. 그것을 계발하여 나만의 감동무기로 삼아보자.


3) 고객의 불만을 환영하자. 절대로 회피하지 말자. 고객 불만을 수련의 과제로 삼아 내 업무의 깊이를 확보하자. 우선 고객이 불만을 토로할 때, 감정을 상해 함께 씩씩 거리지 말고, 고객의 입장으로 감정을 이입하여 잘 들어 주자. 그리고 열심히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자. 이 과정이 대단히 생산적일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업무의 숨어 있는 깊은 영역을 발견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하루 한 사람에게 기쁨을 선물할 수 있다면 훌륭한 직업인이다. 그리고 그 기쁨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본인이라는 것도 잊지 말 일이다. 고객을 고객이라고 부르지 않고 내 일의 보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 때, 일은 내게 품삯이 아니라 삶이 되는 것이다.



                                                                                  2006년 12월 4일


                                                                         -- 구본형(변화경영사상가)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1,000억 원을 번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어떻게 그 큰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숨겨진 비결이라고는 딱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내 자신보다 내 주변의 다른 사람이 더 잘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위대한 명저 <국부론>을 남겼습니다. <국부론>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든 국가의 부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책입니다. 즉 국가가 잘 사는 법을 이야기했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서 언급된 '보이지 않는 손' 을 기억하지만, 이것만으로 국가가 부유해지진 않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전작 <도덕감정론>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보이지 않는 관찰자가 제대로 작동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감' 혹은 '동감'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연민이 없이는 국가가 부유해지기 어렵다는 것이 바로 애덤 스미스가 말한 <국부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해타산없이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 바로 이것이 옳바른 직업인이 가져야 할 마음일 겁니다.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도움을 받고 기뻐하며 성장할 때 나 또한 뿌듯함과 함께 한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즉 다른 사람의 성취가 곧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내 일의 의미와 보람이 되며, 이때 나의 일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평생가져갈 수 있는 나만의 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매거진의 이전글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