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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14. 2016

"차칸양아, 너의 별은 어디에 있니?"

구본형 사부님. 당신이 많이, 정말 많이 그립습니다...



뉴질랜드에서의 마지막 밤, 남섬의 데카포 호수에 위치한 Holiday Park였다.


마지막 저녁 식사이었기 때문에, 24명 우리 모두는 6대의 캠퍼밴에 남아있던 모든 것을 다 털어 부엌에 가져다 놓은 후 함께 준비를 했고, 같이 저녁을 먹었다. 진수성찬이었다. 금방 배가 불러왔다. 하지만 먹을 것이 너무 많았다. 포만감이 위를 넘어 식도까지 올라 왔을 때 수저를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피로감이 몰려왔다. 지난 7일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고 캠퍼밴으로 들어가 누웠다. 딱 30분 정도만 눈을 붙이려 한 것이 무려 5시간 가까이 잠들어 버렸다. 아들 효빈이가 옆에 와서 두어번인가를 깨웠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식사 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 소감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눈을 뜰 수 없었다. 눈꺼풀은 이 세상 어떠한 쇠붙이보다도 무겁기만 했다. 나의 정신은 꿈과 현실 속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피로에 발목 잡힌 채 현실로 돌아오기 힘들어 했다.


어느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마지막 밤을 같이 하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한 다는 것만큼 괴로운 것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후다닥 몸을 일으켰다. 아들 효빈이가 옆에서 책을 읽다 쓰러져 잠 들어 있었다. 시간을 보았다. 거의 새벽 1시를 달려가고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쓰나미와도 같은 아쉬움이 몰려왔다. 내가 원망스러웠다. 이 중요한 순간을, 이 아쉬운 순간을 잠으로 보내다니.... 아들을 깨워 캠퍼밴 2층의 벙커방으로 올려 보내 자라고 한 후, 바깥으로 비틀거리며 나갔다. 차디 찬 공기가 나의 얼굴로, 폐 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몇 명인가가 두런두런 캠퍼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누구일까. 익숙한 목소리. 바로 사부님(구본형선생님)이었다. 그리고 한숙씨, 홍스, 춘희였다. 일정을 다 끝낸 후 늦은 밤 호숫가를 거닐고 싶은 몇 몇만 가고 있는 중이라 했다. 바로 합류했다. 마지막이었으므로, 더 이상 뉴질랜드의 운치를 즐길 시간은 없었으므로.


데카포 호수의 밤은 조용하지 않았다. 약간의 구름이 낀 탓에 물감번진 듯 보이는 달과 구름 사이로 맑게 빛나고 있는 수 많은 별들, 바다인 양 쏴~아 소리를 내며 파도까지 치는 데카포 호수 그리고 술에 취해, 경치에 취해, 사람에 취해 즐겁게 재잘거리기도, 맘껏 소리지르기도 하는 우리 다섯이 있었다. 겨울의 찬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우리는 노래를 불렀고, 와인을 마셨다. 춘희는 맨발인 채로 호숫가 얕은 물 속을 이리로 저리로 무려 1시간 이상을 뛰어다녔다. 그녀는 월광녀(月光女)였다. 아니 월광녀(月狂女)였는지도... 사부님은 트윈폴리오의 '축제의 밤'을 불렀다. 그랬다. 그날은 축제의 밤이었다. 아니 뉴질랜드에서의 지난 일주일 모두가 축제의 밤이었다.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행복의 밤이었다. 누구도 말리지 못할 행복감에 빠진 밤들이었다. 우리는 같이 불렀다. 축제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달빛 아래, 별빛 아래 그리고 우리가 들고 있던 와인잔 안에서. 그러던 중 갑자기 사부님이 큰일났다며 몸을 마구 흔들어 대더니 한마디 하신다.


"어떡하냐. 이제 나 죽기 싫어. 이렇게 좋은 데 어떻게 죽냐?"


돌발스러움에 우리는 웃었다. 그랬다. 한없는 즐거움이, 샘솟는 행복감이 우리를 뒤엎었다. 데카포의 넓은 호수도 우리와 함께 즐거워 했다. 호수 위 수 많은 달빛의 파편들이 우리를 환하게 비춰 주었다. 호수 위 한없이 빛나는 별빛들이 우리를 내리쬐고 있었다. 우리를 바라보며 춤추고 있었다.


사부님이 갑자기 내게 물었다.  


"차칸양아, 너의 별은 어디에 있니?"


"글쎄요... 저 달 뒤에 숨어 있지 않을까요?"


"아니야. 저 뒤를 봐. 저 수많은 별 들 어딘가에 이미 너의 별도 환하게 빛나고 있을꺼야."


그렇다. 나의 별은 이미 빛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무언가에 가려 제 빛을 온전히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뿐. 나는 먼저 나의 빛을 가리는 그 무언가를 치우고, 나의 빛이 더욱 더 빛날 수 있도록 닦아주는 작업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주위의 환하게 빛나는 별들과 어울려 나만의 독특한 빛을 화려하게 뿜어낼 것이다. 나는 나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나의 빛을 보고 도움을 얻을 것이며, 행복해 할 것이며, 즐거워 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길이 될 것이며, 그로 인해 나 또한 행복한 인생을 얻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하나가 될 것이고, 자연에 머물며 또한 하나가 될 것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하나가 되는 삼위일체를 추구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완벽함이 될 것이다. 그것만큼 행복함도 없을 것이다.



---  2008년 8월 뉴질랜드,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해외연수 마지막 날 밤에  ---






이제 당신은 우리 곁에 계시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 영원한 부지깽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당신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당신의 말을 듣고, 가르침을 받으며 때로는 꾸지람까지 받을 수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제게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또한 당신을 만나 한 세상에서 같이 호흡하고, 같이 살았던 것 자체가 제게는 결코 잊지 못할 크나큰 축복이었습니다.


구본형 사부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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