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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18. 2016

연말정산 속살 들여다보기

연말정산, 이것만큼은 알고있자


아직도 내가 '13월의 월급'으로 보이니?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소위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던 이것,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13월의 폭탄’으로 바뀌고 말았는데요, 오늘의 이야기 주인공은 바로 ‘연말정산’입니다. 1월은 새해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아시다시피 전년도 납부한 근로소득세/주민세에 대해 정산을 하는, 연말정산의 달이기도 합니다. 어떠신가요, 올해 연말정산은 기 납부한 세금 대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얼마쯤 토해(?)내셔야 하나요?


솔직히 요즘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에 대한 흥미도가 많이 떨어지다 못해 별 관심이 없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예전 같은 경우 그래도 제법 돌려받는 금액이 짭짤(?)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환급 받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죠. 또한 연말정산 절차나 항목들이 너무 많아지고 까다로워지다보니 더 이상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고는 정확한 계산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연말정산, 언제 그리고 왜 시행했을까?


저도 직장인이다 보니 연말정산을 준비하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연말정산, 언제부터 시작된걸까요? 그리고 대체 왜 하는걸까요? 그래서 자료를 뒤적여 봤습니다. 연말정산은 1974년 12월 종합소득세제를 도입하며 197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네요. 대단하죠? 무려 40년이 넘는 역사입니다. 당시의 연말정산은 약 10개 정도의 항목밖에 되지 않아 상당히 간단했으며, 지금과 같은 정산의 개념이 아닌 그냥 항목유무에 따라 세금을 줄여주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깔끔했죠?


그렇다면 연말정산 제도는 왜 시행하게 되었을까요? 알고보니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더군요. 표면상으로는 국민들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 위함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세금을 조금 더 잘 걷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합니다. 특히나 자영업자(요즘에는 ‘소상공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네요)들을 타깃으로 했는데, 이러이러한 항목들이 있으면 세금을 줄여줄테니 세금 잘 내라고 홍보 했던거죠(“만약 이럼에도 안 내다가 걸리면 알아서 해~”, 뭐 이런 느낌이었던거죠). 당시에는 자영업자들의 세금 납부가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선납인데, 이자는 왜 안주나요?


연말정산에 대해 알면 알수록 ‘조삼모사(朝三暮四)’란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지금의 선분할 납부제도(예납, 매월 급여 소득세/주민세의 강제 원천징수)를 시행하며, 정부에서는 납세자의 지출 부담을 축소하기 위함이라 말합니다(그 보다는 세수의 조기확보 때문이라는 말도...).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정산방식이 아닌, 1년 뒤 한꺼번에 납부하는 후납방식으로 바꾼다면, 부담이 커질 수는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도 한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선납으로 세금을 걷는다면, 연말정산에 따른 환급액이 발생할 경우, 선납 금액에 대한 이자까지 계산해서 돌려주는게 정확한거죠. 얼마가 되었든 간에 그 돈을 CMA 계좌에 넣어 두었다면 최소한의 이자라도 발생했을테니까요, 그쵸? 아니면 자동차세처럼 세금을 깍아줘도 되겠네요. 이자에 해당되는 만큼 말이죠. 외국의 경우 이자를 주는 사례도 있다 하는데,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세법상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라 하네요. 세법 잘 아시는 전문가님들, 맞나요? 아무래도 맞겠죠?


강제적 선납제도에 대한 여러 불만들이 나오자 올해부터 정부에서는 회사별로 선납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네요. 지금의 공제비율을 100%라 한다면, 80%, 100%, 120% 이렇게 셋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한거죠. 즉 80%를 택하면 지금보다 20% 정도, 월급에서 세금을 덜 떼어가겠다는 말입니다. 대신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거나 혹은 추가로 내야할 세금이 제법 늘게 되겠죠.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허허. 드디어 정부에서 조삼모사의 다양성(?)까지 추구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 여러분은 셋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셨습니까? 물론 아침에 세 개주나, 저녁에 세 개주나 거기서 거기겠지만요.



국민들을 '우매하게' 본 연말정산의 3가지 사례


약 10년간의 연말정산 제도 변천과정을 찬찬히 조사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국민을 참 ‘우매하게’ 보는 것 같다는... 뭐랄까요. 개인적으로는 연말정산 항목의 추가, 변경을 통해 세금을 줄여준다면 국민들이 마치 벌떼처럼 달려들 것이라는 생각을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더 안타까운건 그게 어느정도는 잘 먹힌다는 겁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현금 영수증 제도입니다. 현금을 사용하면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는 제도로, 2005년부터 시행해오고 있죠. 이 제도로 국민들이 얻을 수 있는 소득공제 혜택, 사실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에게는 더 없이 효과적인 제도였죠. 왜냐하면 이 제도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전산 거래자료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이 제도를 보며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왜냐하면 정부가 해야 할 세금징수 업무를 국민들에게 시킨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알량한 혜택 준다고 꼬셔서 말이죠. 국민들이 스파이입니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죠? 네? --;     


두 번째로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소득공제 적용인데요, 정부에서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주겠노라고 했죠. 그 결과로 신용카드 사용이 많이 늘은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득공제 혜택 받아 보겠노라 열심히 카드 쓰다보면 그 혜택은 쥐꼬리만한데, 낭비로 인한 후유증은 꽤나 컸죠. 다들 경험해 보셨죠? 이 제도는 1999년도에 도입되어 소비 및 카드 활성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무분별한 카드 남발로 인해 2003년 카드대란을 일으키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민들의 가계부채가 많아지자 정부에서는 2013년부터 ‘소비절제를 하지 못하는 우매한 국민들’을 챙겨주기 위해 친절히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고 대신 체크카드 제도를 도입, 가지고 있는 돈의 한도내에서 소비하라며 타이르고 있죠.


세 번째로는 장기성 금융상품에 대한 혜택 적용입니다. 장기성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연금입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국민들의 노후생활에 많이 부족할 것이란 판단(국민연금 기금도 고갈된다하니)하여, 대표적 사적연금인 개인연금을 적극 밀기로 한거죠. 그 결과 국민들의 개인연금 가입이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연금상품인만큼 절대 중도해지를 하면 안됨에도 불구하고, 돈이 필요해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해지한 사람들의 경우는 소득공제분을 토해냄은 물론이고 거기에 대해 가산세까지 물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죠. 정부는 이런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쯧쯧쯧, 저 우매함을 어찌할꼬...’ 또한 2015년부터는 개인연금에 더해 퇴직연금까지 연말정산 항목에 추가시켰으니, 정부의 자상함은 한계가 없는 듯 합니다. 추가적으로 펀드도 장기로 운영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고 했는데, 누가 펀드를 10년이나 되는 장기간으로 운영합니까? 적금과 같은 확정금리 상품도 아닌데. 만약 장기로 운영해 보게 되는 손실은 ‘내 알바 아니고...’ 뭐 이런건가요? 그야말로 쩝입니다...


느끼셨겠지만, 이미 연말정산 제도는 일반 직장인들이 제대로 파악하여 준비할만큼의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그만큼 어렵고, 복잡해졌다는 말입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불만을 파악하여, 올해부터는 연말정산 간소화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만듬과 동시에, 조회한 각종 개인 데이터를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종이없는 연말정산‘까지 시행한다고 합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다 알아서 해준다니 말이죠. 그러면서 드는 한가지 원론적인 의문. 도대체 연말정산 왜 하는 걸까요? 정말 헛갈리는데요, 과연 연말정산이란 제도는 국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요? 혹여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각종 당근책들을 정책의 일환으로 펴가면서, 국민들은 그저 따라오게만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연말정산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를 들어 소득공제를 해주다가 살짝 세액공제로 바꿔도 어차피 국민들은 이해 못할테니 '별로 문제될 것 없어~'라고 생각하는걸까요?(실제로 소득공제 VS 세액공제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정부의 정책 입안자분들에게 한가지 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매년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지는 연말정산 제도를 운영할 바에는 차라리 다 백지화시켜 버리고, 아주 단순하게 총 급여에 해당 공제율을 곱해 소득공제를 하는 식으로 바꾸면 안될까요? 그러는 것이 ‘우매한’ 국민들이 보다 더 소득공제 혜택을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방법 아닐까요? 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donkiup.com/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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