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가 사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
갭 투자와 전세 사기, 이 두 용어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합니다. 사실 갭 투자를 투자로만 본다면 이는 사기라 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갭 투자는 사기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다만 투자에는 반드시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그 리스크란 손실의 위험이라 할 수 있죠. 갭 투자가 제대로 된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손실의 위험도 감안했을 때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손실 볼 위험까지 고려하고, 그럼에도 수익이 가능하겠다 생각할 때 하는 것이 바로 투자인 겁니다.(하지만 갭 투자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라 봐야 합니다. 손실까지 생각하고 투자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전국의 수십, 수백 채의 빌라, 다세대 주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세 보증금 관련 사건들을 전세 사기라 칭하는 것은 바로 투자로 인한 리스크를 투자자(임대인)가 아닌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세입자를 속이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시세 3억짜리 빌라가 있습니다. 은행에 1억의 근저당이 잡혀있는 집이고, 여기에 1억의 보증금을 내고 전세로 들어간다 할지라도 1억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전세 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계속 집 값이 올라가는 상황이라 시세는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전세가 또한 계속 상승함으로써 마땅한 전세 물건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빨리 계약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빌라 시세가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3억이었던 시세가 2억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시기에 계약 만기가 돌아옵니다. 1억이던 전세가도 7천만 원으로 하락한 상황.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자 집주인에게 퇴거 통보를 합니다. 대개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세입자를 들임으로써 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법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는 타 세입자를 들인다 할지라도 차액인 3천만 원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갭 투자를 통해 수십, 수백 채의 빌라를 보유한 사람에게는 위와 같은 상황이 한꺼번에 닥쳐오게 됩니다. 즉 1채당 3천만 원씩 계산한다 할지라도 100 채라면 무려 3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게 되는 거죠. 물론 집 값과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이라면 1도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집을 팔아 해결해도 되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인다 할지라도 차액이 생기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무조건 자금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때 투자자와 사기범의 선택이 달라집니다. 투자자는 온전히 그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자신의 투자가 실패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기범은 다릅니다. 그 손실을 세입자에게 떠넘기게 됩니다. 1차적으로 세입자가 퇴거 통보를 할지라도 연락 두절이 됩니다. 그냥 도망치는 거죠. 왜냐하면 세입자에게 줄 자금 여력이 없기 때문이며, 또한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빌라는 경매로 넘어가게 됩니다. 근저당을 잡은 은행에서 이자를 제대로 내지 않는 임대인의 주택을 그대로 경매입찰에 붙이는 거죠. 일반적으로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잘해야 기존 시세의 60~70% 정도에 낙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시세가 2억이 된 상태에서 60% 가격에 낙찰이 된다면 1.2억 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은행 근저당으로 1억을 가져가고 나면 남는 건 2천만 원. 세입자는 무려 8천만 원의 손실을 안게 되는 거죠.
조직적인 사기책들은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상황을 틈 타 전국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높은 수백, 수천 채 이상의 빌라를 매입했던 겁니다. 처음부터 투자가 아니었던 거죠. 그들도 분명 부동산 시장이 하락될 시점이 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냥 튀면 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는 투자가 아닌 사기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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