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투자의 필연적, 비극적 결말. 결국 피해는 약자에게...
안타깝습니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타깝네요...
전세 보증금이라고 하는 돈이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대개 사회 초년생들 혹은 신혼부부들이 정말 한 푼 두 푼 힘들게 모은 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내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겁니다. 물론 그 공간이 일시적으로 빌린 것이긴 하지만, 그 돈을 기반으로 언젠가 진짜 나의 집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바로 전세 보증금이라 할 것입니다.
돈이 아니라 삶의 희망을 날린 겁니다. 앞으로의 꿈꾸던 미래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힘들게 버텨왔던 과거와 현재의 땀과 노력이 일순간에 없었던 일처럼 되어 버린 겁니다. 그 어떤 하소연을 한다한들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살아갈 동력을 잃게 되니 결국 소중한 생까지 마감하게 되는 겁니다...
전세 사기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 또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정당 간의 견해차가 너무 큽니다. 역시나 정답은 없습니다.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생각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가야만 합니다. 우선적으로 전세사기가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과연 이것이 사기인 것인지, 더불어 이를 법적으로 미리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인지 등입니다.
하나씩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전세 사기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는 갭 투자(Gap investment)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갭 투자란 매매가와 전세가의 간극이 매우 작아졌을 때, 투자자의 입장에서 아주 적은 금액만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미 세입자가 전세로 들어와 있는 집을, 소위 전세를 끼고 사거나 먼저 집을 산 후 세입자를 구해 전세를 주는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소의 금액으로 집을 살 수 있으니 누가 뭐라 해도 똑똑한 투자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갭 투자는 일반화된 투자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과거에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 자체가 대개 30~40%로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즉 주택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상당 금액을 보유해야만 하기 때문에 쉬운 투자방법이 아니었던 겁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부동산 불패가 시작되며 상황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쌓였던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되며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그리고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자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전세 물건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즉 전국에 걸쳐 전세가가 치솟는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전세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주택 매매가 또한 상승하게 됩니다. 또한 매매가가 오르면서 전세가도 동반 상승하는 일이 발생됩니다. 하지만 상승률로만 본다면 월세 전환으로 인해 공급이 더 부족해진 전세가의 상승이 도드라집니다. 이로 인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과거 30~40%에서 60~80%까지 올라가게 되며 어떤 지역에 따라서는 90% 혹은 그 이상의 비율로까지 상승하게 되죠. 이제 갭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정책이 나오게 됩니다. 바로 2017년 12월의 임대주택사업 활성화 대책으로, 부족한 전세에 대한 공급을 늘리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수 채 혹은 수십 채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그 집을 전세로 줄 경우 보유세 감면 등 여러 임대에 대한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한 겁니다. 이는 곧 갭 투자로 가는 길을 열어준 것과 같은 조치였죠. 부동산 큰 손들은 이때부터 갭 투자를 통해 기존의 수십 채에서 훨씬 더 늘어난 수백 채의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많은 주택을 소유해도 오히려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갭 투자 열풍은 일반인들에게까지 번지게 됩니다. 심지어 대학생들까지 갭 투자를 통해 주택을 매수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죠. 어떻게든 몇 백 혹은 몇 천이란 돈만 가지고 있다면, 아니 없어도 괜찮습니다.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바로 해결되니까요. 이처럼 ‘안 하는 게 바보’ 일 정도로 갭 투자는 아주 일반적인 투자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갭 투자가 마른 볏짚에 불붙듯 성행하자 부동산 가격은 액셀을 밟은 듯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어쨌든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니 당연한 결과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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