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흔한 그림들 1.

새로 차린 우리 집 작업실.

by 지방

2020년 봄. 계속 비가 오는 날씨에 뒤뜰로 나가 가제보 밑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나무 데크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근데 그까짓 것을 알아차리면 무엇하나. 비는 그제도 오고, 어제도 오고, 오늘도 오고, 내일도 올 것이다. 나가던 미술학원은 폐쇄한 상태이다. 정부에서 5명 이상의 모임은 금지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코로나 19로부터 학생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당분간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이미 WHO에서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선언을 했고, 한국은 벌써부터 대대적인 확진자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는 한국보다 늦게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매우 강력한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 실직자들이나 소상공인들의 폐업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술학원을 닫고 집에만 있기를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처음 며칠은 무료하고 답답했다. 비가 멎으면 잠시 산책을 가곤 했지만 비가 멈추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래서 우리 집 아래층의 패밀리룸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작업실로 만들기로 했다. 주동은 혜수 작가가 먼저 시작하였다.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혜수 작가의 작업실은 제한적으로 문을 열기는 했지만 지저분하고 마약중독자들이 많은 길을 지나야 하는 일은 더 이상 하기 싫었던 것이다. 우선 나는 지현 작가와 학원에서 이젤 두 개와 캔버스들 그리고 다른 미술재료들을 집으로 싸들고 와 새로운 작업장을 꾸몄다.


그때부터 지현 작가와 혜수 작가는 정말 열성적으로 그림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벽들과 바닥에 그림들로 쌓여갔다. 작업실 내에선 온통 유화물감 냄새로 가득했고, 작업실 밖으로 항상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끔은 두 사람이 큰소리로 웃는 소리가 이층의 내방까지 들렸다. 그녀들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듣고 싶은 음악을 큰 소리로 듣고, 끝없는 수다와 그림에 대한 토론까지. 다른 한편으로 나는 그녀들과 동떨어져 소외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나 나름대로 그동안 쓰고 싶었던 글들을 쓰는데 전념하였다.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작업실에는 정말 많은 그림들이 생겨 났다. 대부분 유화 작품이라 미완성 작품들이 많지만 얼핏 보아도 좋은 그림도 많이 있었다.

와우~ 우리 집에 그림들이 넘쳐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