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준비됐는데, 마케팅만 남았다는 말이 불러오는 오해
“기획도 끝났고, 개발도 잘 됐는데 왜 안 팔리죠?”
“트래픽은 잘 들어오는데, 전환이 안 되는 건 마케팅 문제 아닙니까?”
“이게 잘 팔리면 다 마케팅 덕이고, 안 팔리면 마케팅 책임이죠.”
마케터라면 이 말을 자주 듣습니다. 사실 이 말속에는 두 가지 오해가 숨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마케팅이 무언가의 ‘마지막 단계’라는 오해.
두 번째는 마케팅이 모든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다는 과대평가.
회사에서는 자주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기획자는 기획서를 잘 썼고, 개발자는 기능을 훌륭하게 구현했고, 디자이너는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었죠. PM은 일정대로 프로젝트를 관리했습니다. 모든 게 준비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서비스가 론칭되고 나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방문자는 있지만, 가입이 없습니다. 클릭은 있는데 구매가 없습니다. 결국 마케터는 마지막에 불려 가 이런 말을 듣습니다.
“이거 마케팅을 잘못한 거 아닙니까?”
마케터의 일은 결과와 직결됩니다. 회사 안에서 마케팅은 과정보다 철저히 ‘결과’를 기준으로 평가받는 직무이기 때문입니다.
방문 수, 전환율, 이탈률, 클릭률, ROAS 등 모든 숫자는 마케터가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 분류됩니다. 숫자가 안 좋으면, 마케팅이 부족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숫자가 잘 안 나오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처음부터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 아니었던 경우
유입은 쉬운데 전환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경우
디자인은 예쁜데 사용자가 찾는 정보가 숨어 있는 경우
이것들은 마케터 혼자 고칠 수 없는 영역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모두 마케터의 탓이 됩니다. 이것이 회사 안에서 마케터가 겪는 가장 큰 고충 중 하나입니다.
결국 마케터는 ‘결과’를 근거로
다시 ‘과정’을 되짚는 역할까지 맡아야 합니다.
회사와 더불어 가족법인의 마케팅까지 함께 보면서 저는 이 과정을 더욱 명확히 경험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반응률과 클릭률만으로 평가받던 마케팅이었지만, 사업에서는 실제 고객의 ‘구매’라는 명확한 결과가 눈에 보입니다.
고객이 어디서 유입되는지, 왜 이탈하는지, 무엇을 보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를 실시간으로 살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이 ‘마지막에 붙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케팅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된 고리’였습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고객의 관점을 대변하고, 개발 단계에서도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야 합니다. 디자이너와 협업할 때도 ‘예쁜 디자인’이 아닌 ‘잘 팔리는 디자인’을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모든 단계에서 마케팅 관점이 들어가야만, 결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습니다.
회사는 여전히 마케터를 마지막에 부르지만, 마케터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결과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결과 이전의 모든 과정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터는 정답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숫자가 잘못되었을 때, “모르겠습니다”가 아니라,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명확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마케터의 진정한 역할입니다.
마케팅은 단지 ‘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마케팅은 모든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이자, 고객과 제품 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일입니다.
마케터가 욕먹지 않으려면, 모든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개선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마케터의 전문성이고, 그것이 바로 마케터가 회사 안과 밖에서 살아남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