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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글 Feb 25. 2024

그림 그리기

결국은 해피엔딩

오늘의 방글

전시회나 박람회를 안 간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를 핑계로 관람도 참가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엽서를 디자인하는데, 뭔가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을 주고 그리니 낙서만 하다 몇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뭔가 죄책감이 느껴지고, 마음에 드는 무언가가 나와야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마음이 불편했다. 억지로 기한을 잡아서 발주를 해야지!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니 좀처럼 그려지질 않았다. 초대권이 생겨 K일러스트페어에 다녀왔다. 시장조사 겸 좋아하는 작가의 제품을 구매하러 가볍게 인천에서 코엑스로 향했다.


토요일에 비해 비교적 한적해 1시간 정도 걸려 도착을 했고, 느지막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충전한 뒤 구경을 시작했다. 마감 몇 시간 전이라 그런지 그동안 가봤던 박람회 중에 가장 여유 있게 구경할 수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아니면, 구매를 잘 안 하는데... 이게 무슨 일? 마음에 드는 멋진 작가님들이 너무 많아서 엽서와 스티커를 미친 듯이 샀다. 입장 전에 1만 원 정도 산다는 나의 포부는 어디에..?


열정 있는 작가들의 그림을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멋진 그림에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손그림이 생각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같은 손그림 작가로서 스캔을 하고 보정을 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으로 먹고살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살피다 나의 본질을 잠시 잊었다. 그걸 항상 나답게 하자라고 다짐하면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운영자로서 늘 초조하기만 했다. 하나의 작업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더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할까 싶었는데,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나와 같은 직업인들의 작업 과정을 살피고 어떤 것을 만들어 냈는지 그 아름다운 결과물에 나는 너무나도 배우는 것이 많았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깨닫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고립된 시간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많이 보고 많이 여행하고 읽고 쓰고 만나야겠다. 멋진 작업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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