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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gitarius Jun 10. 2020

주말에 '다른 나'로 살아보세요

평일을 몽땅 일하는 곳에 바쳐야 하는 직장인들의 주말은 어떠해야 할까.


나는 친구뿐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스몰 토크할 때 자주 이런 질문을 한다.


"주말에 뭐하세요?"


진짜 궁금해서 묻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주말을 보낼까.


오늘도 점심을 같이 먹은 지인에게 물어봤다.  


상대방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말 루틴을 말해줬다. 토요일 오전엔 무조건 남산을 가서 한 바퀴 돈다, 그리고 오후엔 부모님 댁에 가서 시간을 같이 보낸다고 한다. 일요일에는 평일 동안 묵혀둔 집안일을 몰아서 하다 보면 주말은 사라진다고.


얼마 전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최근에 취미생활로 하게 된 자전거 타기, 맛집 탐방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저마다 각자의 주말 루틴이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수십 년 해온 나에게 주말은 황금 같은 시간이지만 또 하나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평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주말엔 반드시 가족들과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했고 실행했다. '이 시간은 반드시 즐겁게 보내야 한다'는 각오가 대단했기 때문에 오히려 다투는 일도 많았다. 계획대로 잘 되지 않으면 짜증이 나거나 상대방을 원망하게 된다.


이제는 아이들도 성인이 돼 나에게 자유시간은 더 많이 주어졌다.

그래도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 쇼핑, TV나 영화보기, 산책.... 이 정도를 했다. 어떻게 보면 일찍 일어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데 문득 50이 넘고 보니 주말이라는 황금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주말을 갖게 될까.

무언가 의미 있는 과업을 성취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48시간이라는 백지상태의 시간을 완전히 만끽하고 싶었다. 마음이 급해졌다고 할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평소 맘속에만 두었던 이상향을 한번 시도해볼까, 수많은 if를 조금이라도 흉내 내 볼까 하는 상상을 했다. 까짓 거 해보지.


그러니까 월~금요일의 현실 세계 사회인인 내가 있고, 토~일요일의 마음속 흠모 대상인 또 다른 나를 살아보는 것이다.


우리들 왜 평소에 "아 부럽다, 이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감탄사들 내뱉지 않나.


코로나 시대인지라 늘 내 가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여행하는 사람의 인생은 현재로선 좀 어렵다. 하지만 해외가 아니라, 먼 곳이 아니라 좀만 찾아보면 자연 속에 파묻혀 시간을 보낼 장소가 많다. 그냥 해보는 거다.


몇 주 전에는 숲 속에 앉아 새소리, 바람소리를 듣고 멍하니 있어봤다. 그리고 산길을 따라 달리는 트레일 러닝도 했다.

끝나고는 막걸리를 마시며 신선놀음이 이런 것이구나 체험했다.


또 그다음 주는 저녁시간 한강 주변을 달렸다. 정말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다. 그러나 한강을 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나로서는 얼마나 많은 핑곗거리가 있었는지 모른다.


이밖에도 집안에 온갖 잡동사니를 다 버리고 텅 빈 방에서 사는 체험을 하고 싶고, 바닷가 마을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기도 하다.


멋지게 춤도 추고,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고 싶은 욕망도 있다.


평일의 직장인인 나는 부끄러워 못하거나 주저하는 일들을, 주말의 '나'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난 내가 터무니없는 이런저런 상상의 리스트를 많이 갖고 있다고 여겼지만, 막상 실행해보려고 하니 그 리스트가 매우 빈약 하단 걸 알게 됐다. 상상력의 한계를 깨달았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정해진 작은 영역 안에서만 맴돌며 인생을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마음속으로 꿈꾸는 삶의 모습도 내가 알고 있는 테두리 내의 비슷한 모습일 뿐이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새롭고 엉뚱한 경험을 하면서 계속 벽을 허물어 영역을 확장하는 게 인생의 재미다. 그게 보람이기도 하다.


더 많은 , 더 황당한, 더 이상한 일을 해보고, 주말 드라마의 주연 내지 조연으로 살아보고 싶다.  느슨하고 유연하게 ~.


 

금요알 퇴근후 토요일 저녁까지 1박2일의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을 담은 드라마 '제츠메시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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