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번째로 머물 집, 산호세 집으로!
#Home sweet home @SanJose #칠절한 집주인
뉴욕 집이 워낙에 폭탄이었던지라 산호세 집에 대한 기대와 불안함이 있었다. 도착했을 때 사진과 정말 똑같은 모습에 우린 모두 환호했고 집주인은 비행기가 연착돼 두시간도 넘게 늦은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집을 찾을 때 미국형의 조언을 들었는데, 4명이라 방 4개짜리 집을 찾으면 그중 두어 명은 반드시 불편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그 중 한두 개는 아이 방, 서재 뭐 그런 것이기 때문. 그러니 5개 이상 방이 있는 집을 고르라는 팁을 준 바 있다.
그래서 예산이 나오지 않아 에어비앤비를 2주 정도 뒤질 때, 머무는 기간이 여름 성수기라 비쌌고, 방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비싸졌고 심지어 5개짜리는 찾기도 힘들었다. 2개, 3개, 10개 막 이런 식이었다.
그러다가 겨우 찾은 방 4개짜리 집. 미국형의 조언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집 찾느라 2주 동안 고생을 한 터라 방 4개 위험한데 라는 얘기가 귀에 들릴 리 없었다. 게다가 사진상에도 방에 큰 침대가 놓여 있어서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예약-
도착해서 방을 나눌 때 약간 당황했다. 방 하나가 오피스 룸이었다. 큰 책상과 긴 소파 하나가 놓여있었다. 펴면 퀸사이즈 침대가 된다고 했다.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누구도 화를 내진 않았지만, 뉴욕이랑은 좀 다르게 더 오래 있어야 하니 우리 모두 집의 다양한 비품에 예민해졌다.
미국의 침실 등은 침대 옆 램프 타입이다. 한국을 생각하면 방마다 천정에 전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예약한 집은 전형적인 미국 집답게 침대 양옆에 램프가 놓여 있었다. 게다가 침실이라 노란 백열등 불이었다. 다들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집 예약을 내가 했는데 해결책은 심플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기.
열쇠를 건네며 24/7 언제나 연락하라고 했기 때문에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린 출장을 온 것이라 집에서도 방마다 일을 해야 해. 근데 지금 불빛이 너무 어두워서 일하기가 어려워. 램프를 좀 더 놔줄 수 있어?'
다음날 방마다 택도 떼지 않은 램프가 두 개 이상씩 추가됐다. 더불어 노란 불은 흰색 전구로 바뀌어 있었다. 내 방도 노란 불이었는데, 흰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후엔 WIFI가 문제였다. 오피스 룸에 라우터가 있었는데 그 방과 바로 옆 방을 쓰는 사람 외에는 WIFI 접속도 잘 안 되고 회사 VPN에 연결이 안 됐다. 그 와중에 각종 구글 사이트는 연결이 잘되는 것을 보니 접속하려는 서버의 위치가 대륙을 넘어가거나, 이미지 등으로 용량이 커서 응답이 느린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게다가 회사 VPN 연결하면 자꾸 타임아웃이 나서 접속 불가.
일단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WIFI가 잘 안된다며 아예 못 쓰는 사람도 있으니 혹시 라우터에 연결 개수 제한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혹시나 해서 오피스 룸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라우터 바로 옆에서 VPN 접속 시도를 해봤다. 내 방보다 속도가 훨씬 잘 나오고 VPN 연결도 금세 됐다. 아무래도 벽이 두꺼워서 문을 닫아두면 신호가 잘 안 나가는 것 같으니 불편하겠지만 자기 전까지는 문을 좀 열어둬 줄 수 있는지 부탁하고, 다른 방 사람들에게 각자의 방문을 열어두고 시도해보라고 했다. 훨씬 나아졌다.
다시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라우터를 방 밖으로 빼도 되는지, 혹은 리피터를 달아줄 수 있는지 메시지를 보냈다. 그 와중에 오피스룸을 쓰고 계신 차장님이 라우터를 밖으로 빼냈음. 여자 셋과 지내면서 점점 맥가이버가 되어 가고 있는 중. 그 덕에 VPN 연결이 내 방에서도 원활하게 됐다. 책상은 없어서 협탁을 책상처럼 꾸려놨는데, WIFI가 잘 잡히는 위치를 찾았다. 방문을 열어두면 조금 더 빨라짐…
오늘 오피스에 출근해 있는데 집주인에게서 지금은 WIFI가 어떻냐는 메시지가 왔다.
‘밖으로 빼냈더니 좀 낫긴 한데, 문을 닫으면 또 속도가 느려져’라고 했다. 그러면서 '난 소프트웨어 개발잔데, 아무래도 이건 라우터가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인터넷 속도가 느린 타입 같아. 우린 여기에 하이테크 관련하여 일을 하러 온 것이라 하이테크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까?’라고 보냈더니 '와우! 안 그래도 그럴 계획이었어!! '라며 답장이 왔다.
오늘 본인 업무 시간이 끝나면 업체랑 통화해서 인터넷 상태를 좋아지게 해두겠단다. 업체가 언제 방문할지는 다시 알려주겠다고.
빠르게 대응해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너희가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야.' 라더라.
사실 그저께부터 수석님 방에서 바퀴벌레가 나온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도 한 마리 잡았다는데, 오피스에 있는 미국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기함을 하며 "그 집에 어떻게 살아! 그건 계약 파기할 사안이야!!" 라는 반응을 보이더라. 사실 내 방에서도 나왔으면 기절했을 노릇인데, 주인이 넘나 친절하게 응대해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던 터였다. 헌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미국엔 바퀴벌레가 없나?' 싶어, 집주인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냄. (ㅋㅋㅋ 이젠 메시지 보내는 게 미안해질 정도)
'방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오늘 아침에도 한 마리 잡았어. 이건 해충이잖아! '
그랬더니 한 시간쯤 후에 답장이 옴.
'해충 박멸업체 보내줄게'
혹시나 우리가 하는 모든 요청이 나중에 비용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서 ‘이거 혹시 extra charge야?’ 하고 물었더니 참으로 아름다운 답장이 왔다.
도대체 이런 사람한테 어떻게 뭐가 더 필요하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중에 집에 가기 전에 선물이라도 하고 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