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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ech보다 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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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진 Mijin Baek Jul 25. 2016

11회. 포켓몬 Go와 뽀로로 Go

사용자를 고려한 컨텐츠 vs. 캐릭터와 기술을 강조한 컨텐츠


* 본 내용은 허브줌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hub.zum.com/banglab/4908



기술만을 강조하다 보면 기술의 함정에 빠지기 쉽죠.

이미 나온 기술이더라도 UX 관점에서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나아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Needs에 따라 BANGLAB.(http://www.banglab.com/)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을 UX 관점에서 토론해 보고 그 결과를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Tech보다 UX> 전체 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uxovertech 


속초로 포켓몬을 잡으러 간 인벤팀. 유튜브, InvenMovieA


며칠 전 포켓몬 Go가 출시된 이후로 매일같이 포켓몬을 잡으러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체를 통해 올라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현재 서비스 국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서비스가 된다고 소문난 속초로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연일 끊이지 않는다는 기사도 많습니다. 이 와중에 국내판 포켓몬인 뽀로로 Go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Tech보다 UX 11호에서는 제품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 중 기획 단계에 해당하는 <사용자와 제품의 목표를 정의하는 단계>에 초점을 두고 포켓몬 Go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사용자


포켓 몬스터는 199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20대부터 30대에게는 매우 친근한 콘텐츠입니다. 만화와 캐릭터 사업, 게임 등으로 대중의 인기를 꾸준히 얻어온 매우 강력한 콘텐츠기도 하죠.


저는 어릴 적 TV에서 피카츄를 보고 자라며 빵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을 모으던 세대입니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지만, 포켓몬 Go가 출시된다는 소식에는 열광했습니다. 레고와 건담이 더는 어린이의 장난감이 아닌 것이 되었듯이 포켓몬 Go 또한 포켓몬 Go의 주요 트레이너인 20~30대에겐 어릴 때의 추억이 깃든 콘텐츠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포켓몬스터 만화를 보면 ‘포켓몬을 잡는다 - 새로운 포켓몬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라는 반복되는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별거 없어 보이는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걸까요?

포켓 몬스터 만화와 게임 모두 ‘포켓몬을 잡는다 - 새로운 포켓몬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라는 기본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개인이 플레이어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다른 플레이어와의 대결 구도가 더해지며 포켓몬들을 육성하는 부분이 추가됩니다. 내가 얼마나 공을 들여 캐릭터를 키우는지에 따라 포켓몬의 성격과 종족이 달라지기도 하고, 개체의 능력치도 달라집니다.


즉, 게임을 가볍게 하는 사람과 열심히 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혼자서 포켓몬을 모으는 것에만 열중하는 사람도 아주 재밌게 즐길 수 있고, 다른 트레이너와 대결을 해서 이기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포켓몬을 육성하고 더 강한 캐릭터를 얻기 위해 탐험하거나 각종 이벤트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즐길 수 있습니다.


포켓몬 Go가 개선하고자 했던 것


게임을 출시하고 나서 포켓몬 고 제작사 나이앤틱 CEO 존행크가 인터뷰 한 기사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볼링, 소프트볼 동호회 등 사람들이 어울리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은 비디오 게임을 하며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좀처럼 이웃과 알고 지내려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와 다른 이들과 어울릴 만한 동기를 주고 싶었다.”  (포켓몬 고 제작사 나이앤틱 CEO 존행크, 타임 인터뷰 : http://www.businessinsider.com/pokemon-go-niantic-john-hanke-interview-2016-7)


즉, 포켓몬 Go는 집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현대인들을 밖에 나가서 놀게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좀 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집 앞마당이 아닌 좀 더 멀리까지 산책하러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이 부분이 바로 제품이나 서비스 기획단계에서 도출하는 <기존 제품/서비스에서 고객이 가지는 문제점과 새로운 것에 대한 요구>에 부합하는 부분입니다.

실내에서 주로 생활한다는 것은 아이와 어른 가릴 것 없이 모두 적용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입니다. 한 개인이 느끼는 문제점과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많은 모수를 가지는 큰 범위로 넓혔다는 점이 개선할 부분 선정의 좋은 예입니다.


목표

목표는 곧 포켓몬 Go가 추구하는 비전과 닿아 있습니다.

1. 운동 : 집에만 있던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 걷게 함으로써 운동 효과를 주어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2. 새로운 시각으로 주변 둘러 보기 : 의미 있는 장소에 일부러 찾아가게 하여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곳들이지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하며,

3. 멀리까지 산책하러 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남 : 온라인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포켓몬을 찾으러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포켓몬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그들과 더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처럼 포켓몬 고는 화면 속에서만 만나던 포켓몬을 내가 사는 실제 세계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었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고객들이 이런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작은 넛지들이 곳곳에 잘 설치해 두었습니다.



결과 (파급효과)


우리나라는 애초에 서비스 대상 국가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곳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속초에서 서비스가 된다는 소식을 알리고 난 후에 여러 가지가 기사화되며 뉴스에도 나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1) 속초로 가는 고속버스표 매진

2) 속초, 양양, 고성, 양구, 인제 등 강원도 내 5개 자치단체가 관광객 유치하기 시작

(관련 기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171331001&code=620110)

3) 주변 상권 강화

포켓몬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에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의 상가들은 포켓몬이 더 많이 출몰하게 하는 ‘루어 모듈’을 구매하여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10달러짜리 아이템을 구매하여 75% 이상 매출이 올랐다는 레스토랑의 인터뷰도 볼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 http://nypost.com/2016/07/12/pokemania-runs-wild-through-city-causing-crime-accidents/)


기존에는 게임을 하는 사용자에게 과금하는 방식이었는데, 포켓몬 Go는 게임을 하는 사용자 뿐 아니라 장소를 제공하는 상점에도 포켓몬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으로 과금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이 게임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뽀로로 Go에 대한 두 가지 우려


1. 국산 토종 캐릭터

뽀로로 Go에 대한 기사가 나왔을 때 전면에 내세운 키워드는 “국산 토종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포켓몬 Go가 20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장수 캐릭터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아마 이에 대한 대응으로 뽀로로라는 캐릭터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점 때문에 정말 우려스러웠습니다.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나이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전 계층의 사랑을 받는 포켓 몬스터 캐릭터와 다르게 뽀로로는 아주 명확한 타깃층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뽀통령이라 불릴 만큼 5세 미만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뽀로로는 유아를 타깃으로 합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상이 유아라는 것이죠.

구글에서 “유아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위험하다는 기사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사이에선 본인의 아이가 휴대전화의 콘텐츠에 너무 빠져드는 게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많다는 증거입니다.


심지어 뽀로로 Go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이후 우리나라엔 다른 인기 캐릭터도 많다며 이런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관련 기사 : 포켓몬 GO 잘나가는데… 둘리 GO·라바 GO 안될 것 없다 (부제 : 토종 캐릭터 산업 키우려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589048&code=13110000&cp=nv#cb 


2. 증강현실 기술

두 번째 키워드는 증강현실 기술입니다.

사실 이 증강현실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연구가 되어왔고, 많은 게임 업체와 기업들에서 기술 구현 및 제품화 시도도 많았습니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KT의 캐치캐치]

심지어 포켓몬 Go와 같은 플레이의 게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2011년에 KT에서 캐치캐치라는 게임을 내놓았고, 2012년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기술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출품하기도 했으나 인기가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기사 : http://www.huffingtonpost.kr/2016/07/18/story_n_11051970.html)



포켓몬 Go가 엄청난 인기로 다가온 이유가 뭘까?


많은 개발자가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때 이렇게 접근합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은 이거야. 이걸로 뭘 만들까?’

그리고는 다시 볼 수 없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기술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기술이 없으면 상용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뽐내기 위해 만든 제품은 사용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내가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자부해도 시장에서 안 팔린다면?


제품의 성공 여부는 제품이 고객과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제품인지 아니면 기술에만 초점을 둔 제품인지에 따른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난 A를 사용하는데 B 하는 것이 불편해. C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와 같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시작해서 “그럼 이걸 구현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 하지?”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가야 조금이라도 더 사용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기술을 바탕으로 하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얹혀 있는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죠.


시장에 나오는 제품의 기술은 지금 이 시점에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거기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생태계를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포켓몬 Go의 인기는 이런 요소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포켓몬 고를 개발한 나이앤틱(Niantic)의 존 행키 대표가 1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약 200개 지역에 포켓몬 고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서울에서도 포켓몬을 잡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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