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어는 내 손으로,
* 본 내용은 허브줌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hub.zum.com/banglab/5986
2016 영 메이커 페스티벌에 메이커로 참여하다
지난 10월 8, 9일에 과천 과학관에서 LG 재단에서 주관한 영 메이커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는 이틀 모두 메이커로 참여하여 토요일엔 드론 해커톤을, 일요일엔 소이 캔들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드론 해커톤과 소이 캔들 만들기는 너무나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의도가 있었고 이유는 이렇습니다.
여러 나라의 메이커 페어를 다니다 보니 서양보다 국내와 아시아권의 메이커 페어는 IT 씬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 늘 들었습니다. 물론 뭔가를 더 집중해서 한다는 측면으로 본다면 특정하여 주제를 좁히는 것은 좋지만, 너무 기술을 강조하고 IT 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지기 때문에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줄어듭니다. 국내에 메이커 문화가 퍼지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메이커로 활동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영어 공부를 십여 년간 해도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지 못하는 데에는 꾸준히 하지 않기 때문인 이유가 가장 큰 것처럼, 뭔가를 만든다는 것 또한 꾸준히 갈고 닦아 체화된 테크닉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따라서 뭔가를 만들고, 개선해서 더 나은 것을 만드는 시도를 꾸준히 하려면 어릴 때부터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영 메이커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렇게 다른 두 가지의 주제를 잡았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드론 해커톤
드론 해커톤은 전형적으로 기술을 다루고자 만든 워크숍입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은 ‘왜 워크숍 제목이 “드론 만들기"가 아니라 “드론 해커톤"인가?’ 입니다.
워크숍 진행 중에 드론 키트 판매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 하드웨어가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드론 키트를 사서 조립하면 나도 똑같이 만들 수 있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전부인 제품에 카피제품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드론 만들기를 그저 완성품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드론을 활용해 어떤 다른 드론을 만들 것인지'를 어린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드론 만들기에 design thinking 개념을 녹여내어 아이데이션을 하고 이를 구체화해 다른 친구들과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더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을 추가하여 해커톤으로 진행했습니다. (진행은 이전에 SW 개발자들과 진행했던 방식 그대로 진행하였으니, 그때 내용을 참고하세요.)
‘내가 무언가를 완성했다’라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드론 해커톤은 ‘평소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드론을 만들어서 날린다’가 최종 목적이었고, 결국 모두가 드론을 완성했습니다.
해커톤이란 이름을 달고 6시간이란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드론 해커톤에 참여한 어린이와 청소년 친구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제시간에 드론을 완성했습니다. 그리하여 참여한 전원이 직접 만든 드론을 조종해보면서 워크숍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캠핑을 더 즐겁게 하는 모기 쫓는 소이 캔들 만들기 워크숍
처음 영 메이커 페스티벌에 메이커로 초대받았을 때 ‘Young’이란 단어를 듣고 참석자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정도일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기술적인 내용도 들어있을 것 같지 않은 캔들 만들기 워크숍에서 수업 시간에 책으로 배웠던 과학적인 원리를 내 손으로 직접 초를 만들며 실습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워크숍 기획 의도였습니다.
초를 만들려면 먼저 베이스가 될 소이 왁스를 녹여야 하므로 녹는점이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향이 나게 하려면 향이 나는 오일을 넣어야 하므로 얼만큼의 비율로 넣을 것인지 부피와 비율에 대한 개념도 필요합니다.
약 100여 명의 어린 친구들이 캔들 만들기 워크숍에 참석했는데, 그중 60%는 미취학 아동, 30% 정도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습니다. 계획했던 내용을 모두 설명하기엔 너무 어린 친구들이라 소수의 고학년 친구들이 참여했을 때에만 준비했던 것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대신 참석했던 모두가 ‘내 손으로 직접 초를 만든다'라는 일련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집에 가져간 초에 불을 붙일 때마다 만들던 그 시간을 떠올리면서 “엄마 나 초 또 만들래"라는 말을 하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메이커 문화 확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게 아닐까요?
교육 측면으로 본 국내의 메이커 문화
누구나 머리로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을 실물로 만들어내는 활동은 참 다릅니다. 실패했을 때에 대한 대안을 고안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출 수 있죠. 따라서 머리로 생각만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어릴 때부터 시도해보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갑자기 잘하게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메이커 문화가 아이들의 교육에 잘 녹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어린이'와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면 항상 사교육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메이커 문화 또한 사교육으로 변하지 않도록 국가와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LG 재단에서 홍보도 하지 않고 영 메이커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열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여 국내 메이커 문화 확산에 기여한 것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메이커 이벤트가 더 많아지고 알려져서 국내에도 더 다양한 분야의 메이커가 많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메이커 문화를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