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큰 메이커 행사는 메이커 페어 서울이 아닐까 싶다. 지난 10월 15, 16일에 메이커 페어 서울 2016이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렸다. 이 전에 여러 나라의 메이커 페어를 다녀온 경험을 여러 차례 공유한 덕분에 메이커 페어 서울을 주관하는 한빛 미디어에서 초대해 주셨다.
최근 2년간 어떤 나라의 메이커 페어를 가도 드론은 항상 중심에 있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이러한 인기를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행사장의 중심에서 드론파이트클럽이 자리 잡아 경기를 진행했다.
드론이란 제품의 특성상 야외 행사장에서 진행되었고, 비가 많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단 메이커들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여하러 온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경기였는데, 우리나라도 드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커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메이커와 아이들이 함께 즐기는 레고 드론
작품들을 둘러보던 중 레고 드론이 보였다.
지난주에 영 메이커 페스티벌에서 드론 해커톤을 진행했던지라 드론이 보이니 반갑기도 했고, 레고 덕후여서 발걸음을 멈췄다. 레고 드론을 만든 메이커는 과천과학관에서 어린이들 교육을 맡고 있다고 했다. 이전에 드론 프로펠러에 다친 경험이 있어서 위험을 방지하고자 범위 내에서만 날려볼 수 있도록 프로펠러 주변을 고정하는 지지대를 만들었다고 했다.
좋은 제품은 시도와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실내 행사장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오토마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주어진 입력에 따라 상태를 전이시켜 출력을 내보내는 오토마타 작품은 메이커들의 단골 작품이다. 기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좋은 오토마타를 이번 서울 메이커 페어에서 여러 메이커들이 다양한 크기와 난이도로 전시했다. (오토마타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오토마타_이론)
전시장인 2층으로 올라가니 내가 좋아하는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와 R2D2를 3D 프린터로 출력한 것이 눈에 가장 먼저 띄었다. 향후엔 ‘내가 좋아하는 피규어를 3D 프린터로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여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남기고 왔다.
레이저로 중무장한 보안을 뚫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인트랩먼트(1999)처럼 레이저를 거미줄처럼 쳐두고 그사이를 통과해볼 수 있도록 한 작품도 있었다. 어린이는 쉽게, 어른은 좀 더 어렵게 난이도를 설정할 수 있었고, 조심조심 레이저에 다리가 닿지 않게 건너려고 애쓰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해리포터를 그리핀도르로 보내주었던 그 마법 모자가 현실에 나타났다. 메이커는 모자를 씌워주며 지금 가진 걱정거리가 뭔지 속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모자는 한동안 꿈틀거리다가 “애매~하다~” 라는 대답을 해줬다.
마지막으로 눈에 띈 작품은 다른 나라의 유명한 관광지 그림과 여행 궤적이었다.
이 작품을 만든 메이커는 여행 다니는 것을 즐기고 그림도 그리는 분이셨고, 최근 다녀왔던 여행지에서 본인이 다닌 궤적을 지도에 실로 엮어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 이전에 여행을 다니며 그림으로 그렸던 유명한 건축물들을 이번엔 캔버스에 EL wire로 레이아웃을 그려내어 불이 들어오는 작품을 만들어서 전시했다. 불을 켜니 마치 네온사인 같은 느낌마저 들어 화려하기까지 했다. (EL wire : Electroluminescent wire, 전계 방식에 의한 EL 소자를 전선제조 기술에 접목한 첨단기술로서, 전선 모양의 EL FIBER(Wire)에 교류를 가하면, 전자이동에 따른 에너지가 빛으로 나타나는 초절전 자기 발광선)
다양한 취미를 가진 메이커를 만나 즐거웠고, 각각을 하나로 잘 엮은 작품을 만나 재미있었다.
평소엔 만날 수 없었던 이 많은 메이커들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을까?
메이커 페어를 관람하러 오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만든 작품과 그 과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즐거웠다. 올해는 영 메이커 페스티벌을 준비하느라 아쉽게도 메이커 페어 서울엔 메이커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내년엔 메이커로 참여해 더 많은 사람과 메이커 문화를 나눌 생각이다.
나처럼 만들기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취미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