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작가 자조 모임 운영기
내가 사는 도시 대전에는 머물다가게라는 서점이 있다. 최근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하여 외갓집 같은 편안함과 독립서점의 매력이 어우러진 곳에서 시즌 2를 시작했다. 책방지기인 임다은 님과 나는 그간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올해부터 둘이 같은 매체에 글을 쓰게 되면서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그녀는 이사를 준비하는 3개월 동안 <머물일기>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했다. 아침 6시에 도착하는 전날 일기에는 사장님의 고민과 낙심, 서점 운영에 대한 꿈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뉴스레터 구독자의 역할은 소식을 받는 것이지 발신자와 소통하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딱 한 번 답장을 썼다.
대표님,
오늘 자 머물일기를 읽고 답장을 쓰고 싶었어요.
응원하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머물다가게와 대표님이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자아자!
책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그동안 여러 동네 서점을 방문했다. 하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어떤 곳은 영업시간에 자주 문을 닫았고, 어떤 곳은 주문한 책이 도착해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떤 곳은 몇몇 이용자의 사랑방이라 새로운 사람이 들어갈 틈이 없었고, 어떤 곳은 음악 소리가 커서 책을 고르기 어려웠다. 어느 날, 유성구에서 주관한 독립서점 운영자의 강연을 듣다가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의 책방에는 “이런 거 바꿔봐라, 저런 거 해봐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코치를 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책방지기가 ‘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라고 답하고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화를 내는 이들이 있단다. 연사는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일은 책과 책방의 가치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라며, 동네 책방이 온라인 서점보다 비싸고 번거롭다는 단순 비교는 지양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책을 파는 상점이자 문화 향유 공간인 서점에서 상점의 기능을 더 살피는 이용자였음을 깨달았다. 운영자의 나침반과 시계에 맞추어 흘러가는 개성 있는 공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나 자신을 나무랐더니, 동네 책방에 가는 횟수가 줄었다. 그렇게 독립서점 권태기를 보내던 중 머물다가게의 치열한 창업 도약기를 읽으며 마음이 스르륵 열렸다.
서점이자 복합 문화 공간인 이곳에서는 머물다가게의 방향과 결이 맞는 진행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최한다. 이번에는 새로운 공간에 정 붙이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서점 이용자에서 프로그램 호스트로 변신해 볼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머물다가게에서 함께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들어갔다. 그중 하나가 ‘프리랜서 작가 자조 모임’이었다. 내가 상상한 모임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의 구성원이 서로 끌어주고 격려해 주는 글쓰기 프로들의 공동체였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기에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료가 있었으면 했고, 그들과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으며 일을 더 잘할 수 있길 원했다. 나 같은 사람들이 또 있을 텐데 이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사심 가득한 아이디어였다.
목록을 살피던 다은 님은 프리랜서 작가 자조 모임이라는 문구를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작가님! 이거,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겠어요. 저도 참여하고 싶은데, 혹시 아침에 해도 되나요? 10시에 만나서 모임 끝나고 1시에 가게 오픈하면 되거든요. 제가 몇 명 더 모아볼게요.”
책방주인이자,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다은 님은 대전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여럿 알고 있었다. 모임에 관심이 있을 만한 이들에게 연락해 본다고 하더니, 그날 저녁 두 명을 섭외했다. 할 사람은 순식간에 모았는데, 모두 일정이 들쭉날쭉한 프리랜서들이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다. 다은 님과 나, 우리 둘을 위해서라도 꼭 만들자고 약속한 프리랜서 작가 자조 모임의 멤버들은 7월 말 드디어 처음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