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겔다는 주기도문을 외웠어요. 날씨가 어찌나 춥던지 자기가 내쉬는 입김이 보였지요. 증기가 입 안에서 퐁퐁 나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입김이 점점 짙어지더니 환하게 빛나는 작은 천사들이 되었어요. 천사들은 땅에 닿기가 무섭게 점점 더 커졌어요. 천사들은 모두 머리에 투구를 쓰고, 손에는 창과 방패를 들고 있었어요. 천사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어요. 겔다가 주기도문을 다 끝내자, 천사들은 완전한 군대를 이루고 겔다를 빙 둘러싸고 있었어요.
천사 군대는 창으로 그 끔찍한 눈송이들을 박살 냈어요. 눈송이들은 백 조각으로 산산조각 났지요. 어린 겔다는 이제 안심이 되었어요. 겔다는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갔어요. 천사들이 겔다의 손발을 쓰다듬어 주자, 겔다는 추위를 별로 느끼지 못했어요. 겔다는 눈의 여왕이 있는 성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하지만 카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요? 카이는 어린 겔다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어요. 겔다가 성 밖에 서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요.
<작품 설명>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읽어보니 어린 소녀 '겔다'의 용기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친구 '카이'를 되찾기 위해 용기 내어 먼 길을 떠나고 도중에 많은 경험과 역경을 마주칩니다. 아름다운 꽃밭을 가진 요술쟁이 할머니네서 기억을 완전히 잃을 뻔하기도 하고, 길에서 까마귀를 만나 '카이'와 닮게 생긴 왕자님을 만나기도 하고, 도둑의 어린 딸과 친구가 되어 순록을 선물로 받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막바지에 겔다가 홀로 눈 한복판에 서서 눈의 여왕의 궁전으로 들어가기 직전, 어린 겔다는 잠시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친구를 찾겠다는 마음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어주었죠. 덕분에 겔다는 용감하게 눈의 여왕의 궁전 속으로 들어갑니다.
본 삽화는 눈의 여왕의 궁전으로 들어가는 겔다의 용기 있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겔다의 입김에서 형성된 작은 천사들이 겔다 주변을 감싸 따뜻한 온기가 피어납니다. 궁전 기둥에 매달린 액자들은 겔다가 이제껏 해온 모험들이 겔다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모험을 거친 겔다는 이제 그저 어리고 연약한 소녀가 아니라, 강인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삶을 스스로 선택해 책임을 지는 주체적인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