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반대한 문명중고 최재영 선생님 인터뷰
>>편집부 정리
※ 편집자주 : “문명교육재단(경북 문명중·고)는 지난달 5월 28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 반대했던 5명의 교사를 징계를 강행했습니다”
이 뉴스 기사 리드는 2016 겨울의 것이 아니다. 2016~2017년은 역사교사들에게 유독 차가운 시기였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소동’ 때문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강행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들을 우리는 선명히 기억한다. 교육 현장의 교사들, 시민사회, 학부모들의 저항과 연대로 그 시도는 무력화되었지만, 해당 투쟁에 앞섰던 교사들에게 대한 보복성 징계조치가 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문명중-고의 교사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정권도 바뀌고 국정교과서 고시도 철회된 2020년인 오늘, 경북 문명중-고의 교사 5명은 징계를 받아야 했다. 문명교육재단은 해당 교사들에게 징계통보서를 보내 감봉 3개월 1명, 감봉 2개월 1명, 감봉 1개월 2명, 견책 1명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황망한 소식에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역사교사들과 연구자들도 성명(성명서 ‘문명교육재단은 교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 의결을 철회하라’, 2020.03.12.)으로 그들의 투쟁에 연대를 표시했던 바 있다. 문명교육재단의 징계 철회와 경북교육청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만났다. 아래는 피징계인인 최재영 선생님과의 인터뷰다.
1.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역사 국정교과서 고시는 대통령령에 의해 공식적으로 철회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문명 재단에서 왜 선생님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했을까요? 징계 소식을 들은 상황을 잘 모르는 교사들은 참 당황스럽고 황망합니다.
사실 3년 내내 징계여부에 대해서 시달렸습니다. ‘한다.’, ‘안한다.’ 특히 반대를 주도했던 저와 당시 역사교사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역사교사는 2년 전 재단 내 중학교로 강제 전보조치도 이미 당한 상태여서 간접적인 징계를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퇴임을 일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징계 의결을 내린 교장의 결정에 저희들도 많이 놀라고 분노하였습니다. 또한 함께 징계당한 백○○ 교사는 교장의 제자이기도 하였기에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역사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학교장과 한마디도 이야기 나눈 적이 없었습니다. 징계 결정 이후에도 퇴임한 교장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자세한 속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그냥 일종의 괘씸죄가 아닐까 그렇게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다섯 명의 교사들은 부당한 인사 조치들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못하고 침묵한 결과가 이번 징계로 나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징계를 해도 된다는 식의 판단을 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코로나19가 징계에 한몫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2. 당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진행하던 학교 당국 및 재단은 어떤 취지와 목적으로 이런 것을 강행하였을까요? 그 당시의 정황을 회고해본다면?
당시 연구학교를 추진한 학교들은 대부분 경상북도의 사립 고교였습니다. 경산 문명고, 영주 ○○고, 구미 ○○고, 김천 ○○고 등이었습니다. 대부분 학교들은 교육주체, 동창회, 지역사회에서 크게 반발하자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였지만 경산의 문명고만 전국 유일의 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남게 되었습니다. 재단과 학교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에 충실히 따른 일이지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학교재단은 박정희 박근혜 정권과 과거 약간의 인연이 있는 것도 일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국의 다른 시도교육청과 경북의 공립학교들은 아예 검토조차 않은 연구학교였습니다. 분명 재단과 학교의 잘못된 판단과 아집, 교육 주체의 의견을 무시한 비민주적인 태도가 낳은 결과라고 봅니다. 또한 경상북도 교육청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은 학부모님들과 교육청간의 법적 소송으로 사태가 커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법원은 학습권 침해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교육청은 항소까지 하게 됩니다. 이후 항소 기각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국정 역사교과서는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망령처럼 되살아나 5명의 문명중고 교사들을 징계하게 됩니다.
3. 선생님께서 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반대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새삼 선생님의 말씀으로 정리해두고 싶습니다.
역사 국정교과서는 태어나지 말아야 했습니다. 여론과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된 교과서입니다. 이는 이미 2018년 나온 ‘역사교과서국정화진상조사위원회’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에도 잘 드러난 내용과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당시 교육부와 경상북도 교육청은 여론이나 법적 절차를 무시하였습니다. 원래 연구학교는 교원이 80%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원 학교가 없자 교원 동의율 자체를 규정에서 삭제해 버리고 강행하였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무시하고 학부모 위원들을 설득해 강행 처리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이 분노하였고 학교와 교육청의 비민주적인 태도에 실망하여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반대가 너무나 컸습니다.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학부모님들은 거리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 지정철회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서명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반대 운동을 하였습니다. 저희 교사들은 참으로 부끄러웠고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저희 나름대로 반대 서명과 학교장 면담을 통해 연구학교 신청과 지정철회를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달랐습니다. 소극적인 교사들의 모습과는 달리 너무나 적극적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름답고 민주적인 모습으로 반대 집회를 열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배운 대로 민주시민의 역량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도 조금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때마침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간곡한 요청도 있었습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연구학교 지정철회 서명, 교사 성명서 발표, 법원에 제출할 사실 확인서 작성 등의 방법으로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철회를 위해 힘을 보태게 되었습니다.
4. 징계 당사자 선생님들의 심정이나 입장이나 상황이 참 궁금합니다. 전국의 역사교사들이 선생님들에게 가지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참 큰 것 같습니다.
징계 대상 교사들이 대부분 학교에서 20여년 이상 근무하신 분들입니다. 나름 학교와 학생 들을 위해 헌신하였기에 징계 교사들이 받은 심리적 고통과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작년에 학교장과 학교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이 너무 커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교사들이 받은 공통적인 충격은 두 번의 징계위원회 출석이었습니다. 동료 교사가 징계위원으로 나와 재단과 학교의 각본에 따라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할 때 받은 굴욕감은 차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중세의 마녀 재판처럼 징계교사들을 순식간에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당시 저희 교사들의 행동은 교사로서 명예와 책무를 다한 일이었습니다. 법이 보장하는 민주적인 방법과 양심에 따른 교육자의 정당한 행동이었습니다. 학교와 교육 당국의 무리한 연구학교 추진과 강행에 동료 교사들과 함께 학교 현장을 올바르게 되돌리기 위한 행동이었지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 행위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5. 외람된 질문입니다. 선생님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반대하는 실천을 할 수 있었던 근본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늘 일상에서 비루해지고 번뇌하다가 뒤에서 불의나 불만을 뒤에서 읊조리고 끝나지 않나요? 말씀이 궁금합니다.
앞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징계당한 5명의 교사들은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한 평범한 교사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분들과 10여년 넘게 독서모임과 지역역사답사 모임을 함께한 분들입니다. 누구보다도 학생들을 사랑하고 동료애가 넘치던 분들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기도 하였고, 밤늦도록 남아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큰 호통으로 학생을 야단치는 보통의 대한민국 교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당국과 학교는 법과 상식을 벗어나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였습니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에서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함께 공감하였고 행동하였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학교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저희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입니다. 아니 저희보다 더 강력하게 나서서 연대하고 투쟁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농담처럼 이야기하였습니다. 머리 깎고 단식하는 교사가 없어서 사태가 길어졌다고.
6. 전국역사교사모임을 비롯한 역사교육자들의 연대 성명을 마주했을 때의 소감, 느낌이 궁금합니다.
참여와 연대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외롭고 힘든 싸움이었지만 전국역사교사모임과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와 같은 단체들이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셔서 너무나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최근에도 부당징계 철회 투쟁 성금 모금에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는 소통과 연대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7. 앞으로의 개인적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징계를 받는 지난 3달 동안 많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만에 진지하게 고민하였습니다. 분명하게 내린 결론과 계획은 없지만, 저 자신과 학교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름 고통스럽고 화가 많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분들도 많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입학식도 치르지 못한 당시 신입생들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그중에 5명의 학생은 학교를 떠나기도 하였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다시는 학생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8.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회원 선생님들께 한마디 한다면?
저도 전국국어교사모임 소속 교사입니다. 예전에는 연수와 지역모임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였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이유로 회비만 내는 회원이 되었습니다. 교과모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요즘 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교직 생활이 20년 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고 나태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저도 교과모임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볼까 합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도 저 같은 회비회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좋은 프로그램과 활동으로 더 생기 넘치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연대하고 투쟁에 동참하고 도와주셔서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