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야기 >> 고민보다Go-걱정만 하긴 꽤 젊은 교사들의 수업 에세이
편집자주] 2020 가을호에서는 온라인 개학으로 수업과 생활지도에서 고군분투하는 정의진 선생님의 이야기에 이어 다문화 중점학교에서 역사 수업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시는 정일배 선생님(경기 관산중)의 이야기를 만나보고자 한다. 한 번도 고민한 적 없었던 고민에 깜짝 놀라면서도 다문화 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미리 경험하게 해주신 정일배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학급당 한국 국적의 학생이 다섯 명 내외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역사 수업을 만들고자 하는 정일배 선생님의 고민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다양한 역사 수업을 만들어가고 계신 다른 선생님들께 의미 있는 나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정일배(경기 관산중학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이나 교사나 모두 고생하는 이 시점에 수업에 대한 고민은커녕 일상생활에 대한 걱정이 우선이지만, 본업을 역사 교사로 하는 저희는 언제나 어디서나 코로나-19사태에도 굴하지 않고 수업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창구가 있어서 안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에세이 중 고등학교에서 입시라는 벽 앞에서 정의진 선생님께서 고군분투하시며 고생하시는 글을 접했습니다. 특히 ‘콜센터 직원’이라는 말이 정말 공감이 되면서도 수업과 관련해서는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강의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시작한 것이 비슷하여 더욱 공감 갔습니다. 저의 경우 구글 설문지를 통한 피드백을 하고자 당차게 1학기를 시작했지만, 2학기가 시작된 이 시점에 그 피드백은 온 데 간 데 사라졌네요. 정의진 선생님의 에세이를 통해 피드백에 대한 부분을 다시금 고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 다문화 중점 학교에서는 다소 어렵지만 말이죠. 그래도 힘을 내서 다시금 원격 수업 플랫폼 및 방향에 대해 더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전면 쌍방향 원격수업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 아픈 학생에게 “조퇴해서 집에 가서 쉬라.”는 말도 알아듣지 못하여 교실에 그대로 앉아 있는 사태(?)도 종종 벌어지는, 간단한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다문화 중점 학교에서 과연 역사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 잠시 이야기 나누어 보려 합니다.
러시아어·중국어·한국어까지 학교에 출근하면 흡사 작은 지구를 보는 것 같습니다. 경기 안산시 원곡동 소재의 관산중학교는 다문화 교육 중심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과장이 아닌 것이 학급당 한국 국적의 학생은 불과 5명 내외이고, 15명~20명은 러시아어 문화권 학생들(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등)과 중국어 문화권 학생들이 주를 이룹니다. 모든 교과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의 설명을 자신들의 언어로 서로 통역하기 바쁩니다. 한 학급에 이중언어에 능통한 학생은 많아야 1~2명입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들도 그 학생에게 의존하기 일쑤죠. 수업을 해보면 정말 좌절감에 많이 빠지곤 합니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다문화 학생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리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의 역사를 비롯한 세계의 역사를 어떻게 수업해야 하는지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가 겪는 답답함에 대해 부족하더라도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19년 2월 초임 발령을 받으면서 다양한 활동형 수업을 구상했습니다. 모둠을 구성하여 다양한 사료를 활용한 탐구학습 및 제작학습, 게임형 학습, 시뮬레이션 학습 등을 활용하고 싶었는데요. 부푼 기대로 3월 첫 수업을 한 뒤, 제가 구상했던 수업을 실천하기란 정말 어렵겠다고 체념하면서도 고민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제가 2019년에 했던 다양한 고민을 세 가지 정도로 말하고자 합니다. 모든 문제가 ‘언어의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의 고민을 여러 선생님과 나누어 보려 합니다.
먼저 언어의 문제에 따른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 예로, 중학교 3학년 첫 시간 흥선대원군부터 시작되는 내용에서 한국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이양선’, ‘사창제’, ‘원납전’ 등 다양한 역사 용어가 출현하는데요. 이러한 내용을 러시아, 중국 학생들에게 설명하기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역사 용어는 차치하고서라도, 수업 중 간단한 생활 언어조차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기란 정말 힘들고 답답합니다. 통역사로 발 벗고 나서서 친구들에게 선생님의 설명을 통역 해주는 학생들이 정말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중언어에 능한 학생조차 없는 학급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원활한 수업이 이루어지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저는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는 확인하지도 않았네요. 결국은 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수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둘째, 활동 수업을 하려고 해도 그 활동 방법을 설명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언어를 비롯해 문화 양식, 사고방식도 달라 한국에서 당연히 하는 간단한 활동의 방법을 전달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정해진 1차시 수업시간 내에 활동 방법을 설명하고 나면 수업시간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활동형 수업은 점점 뒤로 미루게 되고, 정말 중요한 성취기준에 입각한 강의식 수업을 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아니, 부끄럽지만 직고하면,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학생들은 거의 제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셋째, 평가에 있어서 다양한 평가 방식을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역사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논술형 평가에는 편지 쓰기, 상소문 쓰기, 연극 대본 쓰기, 카드 뉴스 만들기 등 언어가 필수적인 평가 형식이 많습니다. 모든 평가는 언어가 기초가 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활동형 평가를 구상하더라도 항상 시작과 끝은 언어의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따라서 평가 방식도 정말 쉽고 단조롭게 되기 일쑤였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떠안고 1학기를 물 흐르듯 불평하며 지냈습니다. 비교하는 것이 정말 나쁜 줄 알면서도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여러 선생님의 다양한 수업 이야기 및 수업 구상을 들을 때마다 정말 부러웠고, 또 한편으론 자괴감까지 들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외국인인 자신들이 왜 한국사를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투성이고, 저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 상황을 불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매 순간 역사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부여잡고 이 아이들에게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늘 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중심에는 아마도 ‘어떻게 이 아이들에게 역사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도울까?’라는 난제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역사적 사고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사고 역량을 함양한다면 추후 다양한 역사적 상황을 맞이했을 때, 좀 더 재미있게 역사를 다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평만 하기 일쑤였던 제 첫 교직 생활에서 마침, 2019년 5월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에서 진행한 ‘구술사 연구방법론’과 관련된 좋은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다문화 중점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고민한 저에게는 정말 단비 같던 강연이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구술사란 과거의 사건이나 역사 과정을 경험한 참여자, 증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증언을 채록하고 그 증언에 따라 역사를 연구하고 서술하는 방법론이라고 합니다. 이 연수를 통해서 저는 이 구술사 연구방법론이 우리 학교에서 아이들과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하나의 접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과 동시에 저는 구술사 연구방법론을 통해 다문화 중점 학교에서도 역사과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이룰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구술사 연구방법론 강연을 수강하면서 생소했던 구술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저에게는 역사 교육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학 중 2학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바로 이 구상을 실천에 옮겨보게 되었습니다.
2학기 진도는 한국의 현대사였습니다. 이 주제가 끝나면 세계사로 혁명사 부분이 나옵니다. 먼저 구술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구술사 주제가 아이들에게 친숙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도하였습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2의 내용 중 Ⅲ.대한민국의 발전, Ⅵ.현대 세계의 전개-(5) 오늘날의 세계 단원을 바탕으로 ‘현대 세계의 발전’을 대주제로 삼았습니다. 그 아래에 ‘① 한국의 민주화 과정, ②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③ 소련의 해체와 독립국가연합(CIS)의 양상’을 소주제로 하였습니다.
이름하여 ‘구술사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부족하지만 간단한 전 과정을 먼저 소개하려 합니다. 첫째, 학습 주제에 대해 간단히 강의 및 시청각 영상학습을 진행합니다. 둘째, 소주제에 따라 모둠을 선정합니다. 셋째, 학습 주제를 바탕으로 모둠별로 꼭 알고 싶은 질문 5가지를 스스로 작성합니다. 넷째, 질문을 바탕으로 선생님, 부모님, 조부모님 등을 통해 인터뷰합니다. 다섯째, 인터뷰한 내용을 모둠별로 정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여섯째, 모둠별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다양한 구술사 내용을 친구들에게 알려줍니다.
약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아이들은 각 언어 문화권 별로 모둠을 구성하고, 자신들의 언어로 자유롭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 결과 더 풍성한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있었고 그동안 기대했던 활기차고 시끄러운 교실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뿌듯했습니다. 비록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자신과 관련성 있는 주제를 선생님 인터뷰라는 생소한 방법으로 공부하니, 학생 만족감도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선생님과의 인터뷰 시간’은 아이들이 실제 1980년대를 경험하신 선생님과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서 더 생동감 있는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중국, 러시아 문화권 학생은 교내 이중언어 선생님께 인터뷰하고 각자 가정에 전화 인터뷰도 시도하면서 1980년대~1990년대 변혁의 시기에 대해 재미있게 동 학급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평소 잠만 자기 일쑤였던 러시아어 문화권, 중국 문화권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로 소통하면서 모둠 학습을 하며 깨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활동지의 예시와 같이 한국 민주화 과정을 주제로 한 모둠의 경우, 실제 교내 한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아이들이 저에게 수업시간에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해주었습니다. 해당 선생님께서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시기에 학생으로서 항쟁에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역설적이게도 군대에 입대하여 하루아침에 반대로 시위대를 진압해야 했던 마음 아픈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동감 있는 역사가 아이들에게는 현실감 있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소련의 해체와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정책을 주제로 한 모둠에서도 본교 원어민 이중언어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실제 소련권 국가 국민의 ‘사회주의’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방학에 수업 구상을 하던 중 게임형 수업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았습니다. Ⅳ-(4) 제국주의의 등장과 아시아·아프리카 침략 단원을 게임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① 학급 모든 학생에게 과자 하나씩을 배부하고, ② ‘팔씨름’을 진행한 뒤, 팔씨름에서 승리한 모둠을 제국주의 침략 국가로, 패배한 모둠을 식민지 피해국으로 설정하였습니다. ③ 이후 팔씨름에서 승리한 모둠이 패배한 모둠의 과자를 약탈하게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팔씨름이라는 평소 친숙했던 게임을 통해 제국주의 약육강식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었고, 식민지 피해국의 아픔을 공유하고 역사적 감정이입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2019년 1학기 수업과 비교해 보았을 때, 교육청 차원의 다양한 연수 참여와 방학 중 다양한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좀 더 재미있는 수업의 기회를 만들 수 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여전하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좀 더 많아졌음을 체감했습니다. 교사가 고민하고 교사가 먼저 배우니 수업에서 학생과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경력 교사로서 이 학교에서 수업하기가 정말 힘들지만, 다양한 고민을 통해서 언어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무너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좌절할 때도 무척 많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수업 중에 어려운 한국말을 더듬으면서도 활짝 웃으며 참여할 아이들 모습을 생각하며 그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모든 수업 과정에는 본교 원어민 이중언어 선생님들의 노고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절대 실행할 수 없던 계획이었습니다. 또 다양한 연수 기회를 참여했기에 그 산물이 학생 개개인에게 교육적 자산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수 기회에 몸소 참여하여 어떤 아이들이든 그 상황에 맞추어 수업을 적절하게 재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중점 학교에서의 역사 수업은 쉬운 단어로 수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력이 뛰어난 학교의 역사 수업과 비교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언어의 장벽이 있더라도 아이들은 기쁨과 슬픔, 즐거움은 모두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 욕구를 역사 수업에 활용한다면 아이들의 역사적 사고력을 높여줄 수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저도 계속해서 제 위치에서 좀 더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고민하려 합니다. 늘 성장하는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글을 진중하게 읽어주신 모든 역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