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책과 힘과 벽

편집자의 글 - 역사교육 125호(2019 여름호) -

“선생님, 이 노래 들어봤어요? 완전 ‘겜성’돋는 노래에요!”

서글퍼졌습니다. 그 노래를 들어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겜성’이라는 말도 낯설었기 때문이죠. 아, 물론 ‘겜성’이라는 단어가 ‘감성(感性)’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그 저도의 센스는 ‘아직’ 있다고요!) 다만 ‘이런 말을 앞서 알아가지 못할 만큼 아이들과 차이가 생겨가는구나’는 생각에 서글퍼졌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젊다는 이유로 가질 수 있었던 친근함이라는 무기로 아이들과 마주할 수 있었던 저의 교육활동에 대해 돌아봤습니다. 이제는 친근함 대신 선배 선생님들처럼 어엿한 연륜과 안정감으로 아이들과 만나야할 텐데, ‘그럴 준비는 되어 있을까’라는 걱정도 일어났습니다. 이젠 무작정 ‘아저씨가 아니야’라고 홀로 주장하지 말아야지라는 겸허함도 마음속에 돋아났죠. 밴드 ‘잔나비’가 만들고 부른 <꿈과 책과 힘과 벽>, 아이가 말한 노래는 그것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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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앞둔 지금 새벽 공기와 더불어 이 노래를 듣습니다. 새벽에 절로 돋는 ‘겜성’이 더 진해지는 그런 노래입니다. 아이에게 노래를 추천받으며 생각한 서글픔을 다시 떠오릅니다. 모임의 회지 <역사교육>이 반드시 ‘트랜디’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역사 선생님 한 분 한 분께 더 유의미하게 읽혔으면 하는 것이 편집부의 마음입니다. 더불어 한 땀 함 땀 쌓아가며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기록을 남기는 본연의 일도 충실하겠습니다.

이번 여름 호에는 그런 의지를 담은 새로운 시도들이 담겨있습니다. 새로운 코너 ‘고민보다GO!'(수업이야기), ’만나書‘(책이야기), ’대담:역사교사가 묻고 지성이 답하다‘(역사이야기)와 온라인 공간인 ‘브런치를 통한 회지 업로드가 그것입니다. 회원 선생님들의 많은 관심과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꿈과 -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위한 꿈


2019년 여름호인 125호에서도 많은 역사교사들의 꿈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봄 남영동 대공분실(첫 날)과 제기동 모임 사무실(둘째 날)에서 열렸던 초보교사연수 후기가 두 편 실렸습니다. 오지원-김수정, 두 분의 선생님들이 남기신 후기에는 초보교사 특유의 깊은 고민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박강연 선생님께서 써주신 2019 봄 하루답사 참가기에는 서촌 답사의 풍성함을 오롯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핫플레이스’인 줄만 알았던 서촌을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이야기로 연결해주신 답사 안내자 안민영 선생님의 내공이 박 선생님의 후기에서 고스란히 엿보입니다. 남한호 선생님께서는 교육과정의 눈으로 세계사 과목에 대한 진단을 담은 글을 써주셨습니다. 이는 역사교육연구소와 전역모가 함께하는 ‘역사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6차 세미나에서 발표된 글이기도 합니다. 수업이야기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편집부가 작성한 소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100주년을 맞은 3.1 운동을 역사교사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수업에 담아내고자 하는지에 대한 리서치 글입니다. 이와 더불어 ‘창체’ 시간에 3.1 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를 실천해내신 고진아 선생님의 수업 실천기도 함께 읽으실 수 있습니다.


#책과 - 지성의 향연과 더불어


이번 호에도 역사 선생님들에게 영감을 드릴 다양한 역사 이야기와 지성의 향기를 전해드리려 노력했습니다. ‘책이야기’에서는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통해 선생님들께 말을 건넵니다. 박상미 선생님께서는 <역사수업, 함께 궁리하고 더불어 성장하다>(윤종배, 휴머니스트)를 읽고 역사 수업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해 진솔한 다짐을 풀어놓으셨습니다. <기념의 미래>(최호근, 고려대출판)을 읽고 쓴 서평에서 김영주 선생님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기념과 역사교육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신설 코너 <만나書>에서는 칼럼집 <무명의 말들>의 저자 후지이 다케시 선생님을 직접 만나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저자를 ‘읽으며’ 책을 ‘만나는’ 이번 코너를 앞으로도 기대해주시고 많은 회원 선생님들의 참여도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좋은 기고문/연재글로 여러분을 찾아뵈었던 ‘역사이야기’는 기획 코너로 ‘대담 : 역사교사가 묻고 지성이 답하다’를 신설했습니다. 역사학/역사교육과 관련된 석학들과의 대담을 통해 그들의 지적 여정을 살펴보고 선생님들께는 공부의 실마리를 제공 드리고자 기획한 코너입니다. 첫 주자인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과의 대담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힘과 - 서로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연대


때때로 나의 존재가 남에게 힘이 되고, 다른 이의 살아감이 나의 버팀목이 되곤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여러 가지 실천에 관한 기록이 여름 호에도 담겨있습니다. 믿고 읽는 ‘장콩선생님의 역사교사 인터뷰’의 초대손님은 대전의 전영갑 선생님입니다. 전 선생님 특유의 해학과 웃음은 지면을 넘어 고스란히 읽는 이에게 전해집니다. 전역모 공식 팟캐스트 ‘역사유랑단’에서 못 다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지면에서 확인하세요. 한민혁 화백님(한 선생님의 깊이 있는 만화를 보다보니 이런 말이 절로 나오네요)이 전하는 ‘1994년 초파일’의 이야기를 직접 확인해보길 바랍니다. 역사를 직접 살아가는 자세로 수업에 임하시는 민혁 선생님의 모습에 큰 힘을 얻으실 겁니다. 지난 호에서 지면 분량 상 싣지 못했던 ‘삶과 만나는 페미니즘 교과 통합 수업’ 실천기도 수업이야기에 실려 있습니다.

지난 한 학기 힘에 겨우셨던 선생님들이 있다면 이번 호의 글들이 조금이나마 위로와 응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벽 - 폭력의 장벽, 두려움의 걸림돌을 넘어


세상이 좋아지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장벽들의 흔적도 여전합니다. 최근 대두된 초등 국정교과서 문제만 봐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보편적 정의의 눈으로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상식이 절실한 듯 합니다. 지난 현충일 대통령 연설이 계기가 되어 일어난 ‘김원봉 논쟁’ 또한 그렇습니다. 논쟁이기 보다 정치적 공방에 가까웠던 이번 건을 두고 선생님들께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작가이자 역사학 및 역사교육에 관한 발언을 꾸준히 해오고 계시는 심용환 선생님에게 글을 부탁드렸습니다. 첨예한 이번 사안에 대해 심 선생님은 기꺼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김원봉 논쟁에 대해 정파적인 시선을 넘어 입체적으로 톺아볼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4회에 걸처 실린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는 역사교육’ 기획은 이번 호로 마감합니다. 상대에 대한 편견을 넘고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평화통일 교육으로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경, 정경호 선생님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수업이야기에서 새롭게 만나볼 수업에세이 기획 ‘고민보다GO’도 읽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대단한 수업사례가 아닌, 평범한 교사의 평범한 고민 속에 담겨있는 깊은 통찰을 만나볼 수 있는 수업 에세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첫 주자인 이융 선생님은 너무도 기획취지에 맞는 훌륭한 글을 남겨주셨거든요.





‘편집자의 글’을 마무리 하며 두 가지 안내로 글을 갈음하겠습니다.

첫째, 이번 호부터 온라인 플랫폼(브런치)로 <역사교육>을 본격적으로 업데이트합니다. 지난 호에 일부 기사를 시범실시 해본 결과 좋다는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여러분이 여러 매체로 좀 더 편하게 읽으실 수 있도록 편집부는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수업사례글에 담긴 수업 자료─학습지 등 관련 자료─는 이 통로를 통해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모임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페이지의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두 번째는 발송이 늦어진 점입니다. 본래 <역사교육> 여름호의 경우, 방학 전 배송을 원칙으로 준비를 하여 작업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호에 새로운 코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감이 지체되어 부득이 늦게 송부해드린 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부터는 더욱 신속하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역사교육> 편집부가 되겠습니다.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 하루는 더 어른이 될 테니

무덤덤한 그 눈빛을 기억해 / 어릴 적 본 그들의 눈을

우린 조금씩 닮아야 할 거야


/ 잔나비, <꿈과 책과 힘과 벽>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SJUWooZnfV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