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 모의 선거 프로젝트
발칙담백한 교사들의 수다

기획 – 모의선거와 민주시민교육 : 1.집담회

>>편집부 정리(담당에디터:노슬아)


모의선거 교육 및 활동 자료(샛별중, 금호고, 이천양정여고, 운산고 사례 모음) 링크

: http://gofile.me/3eaJz/HqKi2Sjqa

*대담에 참여한 선생님들께서 기꺼이 모의선거 자료를 공유해주셨습니다. 모의선거 교육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의 토양을 다지시려는 많은 선생님들에게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2017년 장미대선 당시 뜨겁게 논의됐던 ‘18세 선거권’이 올해 총선부터 적용된다. 반면 2월, 중앙선관위는 전체회의에서 초・중・고등학교 모두 모의투표 ‘불허’를 결정했다. ‘교육청 주관 아래 교원이 실시하는 모의선거는 (선거권이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물론) 선거권이 없는 학생 대상으로도 불가’라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모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 선거를 통해 몇몇 학교에서 진행해왔던 선거교육은 단절될 위기를 맞게 됐다.
<역사교육>은 ‘교실 속 선거 수업, 무엇을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로 대담을 개최했다. 2017년 모의 대선과 2018년 모의 지선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2명의 역사 선생님 그리고 2명의 사회 선생님과의 대화를 정리했다. 코로나 19(COVID-19)의 ‘역습’으로, 총선 이슈 그리고 선거교육 금지가 주목받지 못한데다, 4명의 대담 또한 어렵게 성사되었다. 그럼에도 정치 교육을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해 본 네 분 선생님의 뜨거운 고민을 지면을 통해 나누었으면 한다.
일시 : 2020.02.20.(목) 23:00-
장소 : 온라인(구글 MEET 화상채팅) 및 서면 인터뷰
참가자 : 사회교사 박선하, 사회교사 오종신, 역사교사 노슬아,역사교사 문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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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의선거 프로젝트, 어쩌다 하게 됐나.


박선하 나는 정치 과목을 담당하며 교내 정치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학회를 운영하게 되었다. 2017년 당시 대선이 있던 시기라,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을 분석해보고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파헤쳐보자는 마음으로 학생들과 공약을 분석하게 되었다. 그러다 신문 기사를 통해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하고 당선증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아마 두 분 중 한 분 학교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18세 선거권 이야기가 한창 이슈였으니, 한 번 학생들과 모의대선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래서 이미 분석한 공약을 학교에 게시하여 학생들에게 알리고 난 후 모의대선을 하게 됐다.


노슬아 그럼 실제 대선이 끝난 후에 모의대선을 진행한 건가?


박선하 대선이 5월 9일이었는데 이날 학교가 쉬니 5월 8일 투표를 하고 5월 10일 개표를 해서 실제 대선 득표율과 차이를 비교해보고 학생들에게 결과를 발표했다.


문순창 나의 경우, 코스타리카가 “우리 사회에 대한 미래 세대의 생각을 들어보자”는 의도로 실제 선거 전에 모의 선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걸 보고 영감을 받게 됐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은 정치를 접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대우하는 것 같다. 마치 아이들을 정치를 것을 마주할 수 없는 ‘무균실’에서 교육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만 19세가 넘으면 참여하는 시민으로서의 삶을 강조하지 않나. 그 점이 모순적이라고 느꼈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이 정치적인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 모의선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7년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모의대선, 2018년 혁신 고등학교에서 모의지선을 진행했다.


노슬아 저도 두 분과 비슷하다. 만 19세가 넘으면 참정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전에 학교에서는 정치의 ‘지읒’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점이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성인이 되면 곧바로 정치참여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식의 ‘태세전환’이 이뤄지긴 어렵다고 느꼈다, 정치 또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모의선거를 실시해 보게 된 이유다. 역사과가 정치교육과 멀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역사과는 그 어떤 학문보다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만 보아도 그렇지만.


오종신 모의 대선을 했던 2017년을 생각하니 정말 수많은 사건이 있었던 것 같다. 국정농단으로 인한 촛불집회, 국회의 탄핵, 헌재의 인용, 장미대선 등등. 그 시기를 아이들과 함께 보내며 "기독교신앙을 바탕으로 한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학교의 건학이념을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YMCA에서 모의투표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후 거창YMCA와 협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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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모의선거수업 어떤 방식으로 다루었나?


노슬아 2017년 신설된 서울의 혁신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7년 당시, 신설학교이다 보니 규모가 작았다. 사회과 교사들 구성원이 역사과 2명, 사회과 1명이 전부였다. 그렇다보니 범사회과(!) 교사들 사이에서 소통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분위기였다. 당시는 촛불 이후 ‘장미대선’이 큰 이슈가 되던 차였으니 모의대선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2018년에는 대선을 해봤으니 지선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게 되어 2년 간 모의선거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행하게 됐다.

사회과와 함께 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힘을 모아주셨다. 범교과 차원에서 ‘참여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통합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사회과 교사들이 수업에서 선거 제도를 다뤘고 국어과에서는 공약집을 텍스트로 삼아 읽고 분석하는 활동을 했다. 특히 국어과에서는 정치인의 화법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술과에서는 당시 한창 이슈 됐던 ‘미투 운동’을 포스터로 표현하였고, 과학과에서는 역시 당시 핫한 이슈였던 ‘미세먼지’ 토론을 진행했다. 역사과에서는 민주화운동사를 아이들과 함께 공부 하였다.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여 선거권을 얻게 되었다는 점을 중점으로 수업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민주화의 흐름이 지방 분권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식으로 설명하였다.


박선하 2017년 대선은 5월이었는데 어떻게 근현대사 부분인 6월 민주항쟁을 다룰 수 있었던 건가. 사회과에서 커리큘럼을 짜서 교과 간 협조가 된 건가.


노슬아 사실 2017년에는 인위적으로 6월 민주항쟁만을 떼어 (수업을) 진행 했었고, 2018년에는 이미 신학기 시작하기 전인 2월부터 모의지선을 하기로 교사들 간에 이야기 나눈 상태였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6월 항쟁만 떼어 수업을 할 것이 아니라, 아예 역사과 차원에서 모의지선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로 했다. 그래서 3월부터 일제강점기부터 배웠더니 5월쯤에는 6월 항쟁으로 진도가 맞춰졌다. 이렇게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사를 먼저 배운 후, 다시 고대사부터 고려사, 조선사를 배워나갔다.

처음에는 모의선거에 맞추려는 의도로 기형적인 교육과정을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의도치 않은 효과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의 핵심 정책이 ‘동화정책’이지 않나. 일본과 조선의 뿌리가 하나라는. 한국의 고대사 연구는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 역사 교사와 의논하며, ‘동화정책’을 강조하여 가르치자고 했다. 그러면 단순히 시대사의 순서를 바꾸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교육적 맥락이 생기기에 고대사를 뒤에 배우는 것이 마냥 뜬금 없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첫 교육과정 재구성 시도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현대사 부분을,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은 1학기 초에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앞으로도 이렇게 조정해볼 생각이다. 이렇게 역사 교사의 개인적인 욕심과 모의지선 일정이 맞아 떨어져서(!) 어쩌다 얻어 걸리게 된 것인데, 교과 간 열린 마음으로 교육과정 재조정이 안 되면 모의선거 일정에 맞춰 교과 간 통합수업을 기획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기는 하다.


오종신 샛별중은 학년 당 두 학급의 소규모 학교로 전교생이 함께 참여해서 진행하는 행사가 많은 편이다. 창체 시간, 교과연합, 학년단위, 전교생 단위 수업조정에 유연하다. 모의선거 역시 소규모 학교의 유연함을 살려 진행했다. 선거수업과 투・개표는 사회과에서 주관해서 진행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학생회가 맡았고 도덕, 역사, 미술, 영어, 기술・가정, 국어, 진로 등 여러 교과에서 각자의 특성에 맞게 계기수업을 진행했다. 사회과에서는 후보의 공약을 요약 정리하는 것과 자신이 특정후보에게 표를 준 이유를 적게 하는 수행평가를 실시하였다.

2017 모의 대선 당시에는 모의선거 진행하는 틀을 만들어나갔다. 먼저, 5월 2일에는 행사취지와 일정에 대해서 사회과에서 발표 했고, 거창 YMCA 간사가 18세 선거권과 YMCA에서 진행하는 모의투표에 대해 설명했다. 모의투표일이었던 8일(실제 대선 전날)에는 학생회에서 각 정당별 청소년 정책을 모아 발표하였고 직후 투표를 실시하였다. 10일에는 다 모인 자리에서 개표 했다. 2학기 심상정 의원의 초청으로 국회를 방문할 즈음에 이 과정을 "2017 민주시민 프로젝트"라 명명했다.

모의 지선을 진행할 때에는 모의 대선과는 달리 너무 많은 후보들이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계기 수업 중에는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서 지방선거의 성격과 후보들을 살펴보고 정리하였고, 학생회가 수행한 선관위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하여 학년 별로 복도에 포스터와 선거공보를 설치하여 일과 중에 자유롭게 열람하도록록 하였다.


문순창 2017년 모의대선은 특성화고등학교에서, 2018년 모의지선은 혁신학교인 일반고등학교에서 진행했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주제별로 1학년 한국사 수업을 재구성해서 진행했다. 마침 두 번째 주제였던 ‘민주주의’를 다루던 무렵에 역사적인 ‘장미대선’도 실시 되었다. 모의대선 활동과 연계하여 ‘한국사’ 교과 내에서 수업도 필요하다 여겼다. 장미대선 역시 한국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특별 차시로 편성하여 장미대선이 나오기까지의 역사적 과정과 탄핵결정문을 함께 보았고 고등학생으로서 모의선거를 임하는 것의 의미를 나누었다. 그리고 후보자들의 공약집을 함께 보고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모의대선 투표를 진행했다. 2017년에는 이 정도로 진행했던 것 같다.

2018년 모의지선 때에는 수업이 아닌 자치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했었다. 혁신학교인 관계로 연간 창체 교육과정 중 자치 활동의 높은 학교다. 학생자치회 말고도 학년별 자치회가 존재하고 그 이외의 학생자치 기구가 많아 자치활동이 중심된 교육과정의 한 부분이다. 당시 2학년 자치회 담당 업무를 맡았는데, 자치회 아이들과 이리저리 이야기해보다가 실천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2학년 자치회만의 사업이었는데 나중에는 전 학년이 함께하는 사업이 되었고, 사회 참여 활동을 주로 하는 자율동아리도 합류하게 되기도 했다. 모의투표 및 관련된 활동을 잘 마쳤고 이후 교육감에게 직접 당선증을 전달하는 행사로 발전되었다. 재선이었던 교육감은 취임식 대신 우리학교에서 임명장을 받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박선하 특성화고에서 모의선거를 진행할 때, 학생들이 모의선거에 잘 따라와 줬나.


문순창 사실 특성화고에서는 1차시 특별수업 진행 후 공약집을 보고 선거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사전 수업 계획을 세우면서 느꼈던 것이 매니페스토 활동 자체가 참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공약 자체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또한 공약의 주요 내용을 학생들이 파악한다고 해도 그 공약을 정치인이나 정당이 수행할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알려면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걸어 온 히스토리를 알아야 하지 않나. 그 사전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매니페스토를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들더라. 이렇게 생각하면 투표 자체는 정말 고도화된 정치행위 그 자체인 듯 싶다.

그래도 수업을 기획할 때 공약집을 보고 분석하는 것은 애초에 목표를 소박하게 잡았다. 학생들이 후보가 누군지를 알고 또 자신들이 알고 있는 선에서라도 정치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물론 공약별로 붙여서 내밀하게 토론을 붙여보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냥 일단은 학생들끼리 알아서 이야기해보는 장을 마련해줬다.

내가 놀랐던 건 학생들이 자기 언어로 나름의 정치 얘기를 열심히 한다는 거였다. 오히려 나의 고등학교 시절 상황과 비교해보면 훨씬 건강하다고 느꼈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경상북도 출신인데, 내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교사들이나 부모님의 정치관을 주입받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2002년 대선 특정 후보가 떨어졌을 때 학교에서 분해서 아이들하고 울고 그랬던 게 생각 난다. 뭘 안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웃음).

그런데 요즘에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정치 이야기나 콘텐츠를 나름대로 자유로이 접하지 않나. 그 과정에서 생긴 자기들의 정견(政見)을 자유로운 수준으로 풀어내더라. 물론 ‘유승민 후보는 딸이 예쁘더라’ 이런 수준의 말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일동 웃음).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떤 학생이 토론회 본 이야기를 했을 때다. 어떤 후보가 숙련 노동자들의 억대 연봉을 비난하며 귀족노조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대목을 인용하며 당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 학생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30여 년 일하면 억대 연봉 못 받는 거냐”고 말하더라.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서 정치라는 소재를 일상의 언어로 자유로이 나눌 수 있게 했던 것, 그 자체에서 가능성을 본 것 같다. 나는 교실 현장에서 그룬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정치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혁신학교의 모의지선이 더욱 체계적이긴 했지만 특성화고의 모의대선의 경험도 참 좋았었다. 삶의 언어로 정치를 얘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Q. 모의선거수업 진행하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이나 아쉬운 점은?


박선하 사실 나는 지역사회에서 제법 오래된, 명문(!) 사립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어떤 색인지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또 지역은 보수적인 성향이다. 그렇다보니, 정치적인 이슈를 건드리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다행히 긍정적 반응으로 강연회가 진행될 수 있었다. 나름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사실 나는 다른 교과 선생님과 같이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2016년에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대상으로 법과정치에서 선거 단원을 가르치고 2017년에 고등학교 3학년을 따라 올라가 가르치는 상황이었다. 그 학생들 중 정치학과를 지망하는 고3 학생들로 꾸려진 ‘소학회’ 학생들과 함께 모의대선을 꾸렸다. 이미 법과정치에서 매니페스토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교사는 나 혼자였지만, 그 학생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오종신 모의대선을 하며 처음 부딪힌 어려움은 선관위의 입장이었다. 거창 선관위에 처음 연락한 건, 선거 소품대여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우리가 모의투표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듣게 되었다. 그렇지만 선관위를 통해 YMCA에서도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후 교장선생님께서 선관위에 항의 방문을 해 주시기도 하며 해결의 물꼬가 트기 시작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모의선거 과정에 중립 위반 요소를 철저히 제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진행하게 되었다.

모의대선투표 직전에 실시한 학생회의 정당정책발표는 최대한 제3자의 입장에서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발표 내용 자체를 자료집이나 정당에서 제공한 것으로만 채우려고 했다. 이후 지선에서는 이런 과정도 생략하고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정책을 정리하고 복도에 비치된 공보물을 살펴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모의선거수업의 최대 걸림돌은 선관위의 과도한 유권해석이었다. 이번 총선모의투표도 불허(?) 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는 월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별학교에서 중립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도 전에 전국 단위의 모의투표를 허락하고 말고를 정할 권한이 선관위에 과연 있는지 의문이다. 개별 모의투표의 불법여부는 결국 법원에서 판결이 나겠지만 선관위가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만큼 개별학교의 자율성은 축소된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는 선관위가 가장 정치적으로 보인다.


문순창 오종신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2017년에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모의선거가 어려웠던 게 기억난다. 교장 선생님께서 나서서 모의선거를 독려해주셨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그런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특성화고등학교는 조금 보수적이다. 모의투표 활동을 창체 시간을 하나 빌려 제대로 된 행사로 진행하고 싶다고 하니 학교 측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를 하더라. ‘허락’해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두고.

이를 ‘대비’해서 모의선거 진행을 위해 사전에 선관위에 문의해봤다. 내가 근무하던 특성화고등학교가 있던 시 선관위에서는 애초에 안 된다고 했었다. 사전여론조사의 성격이 강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경기도 선관위에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중앙선관위까지 올라가니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해줬다. 모의선거가 비록 사전 여론조사에 해당하지만 교육적 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고, 선거 결과를 실제 선거 이후 공표하는 것이니까 그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유권해석 결과를 학교 당국에 제출했다. 그런데 그랬는데도 거부됐었다. 그래서 그 때에는 투표 활동은 를 수업 시간에 구글 설문 링크를 만들어 모두 참여하게 했다. 수업 시간에 그냥 내 멋대로 진행한 거다(웃음). 그런데 그해 샛별중이나 금호고에서 모의대선을 열심히 해서 당선증까지 전달을 하더라. 약간의 억울함과 분함(?)이 있었다.

그런데 2018년에 혁신학교로 이동해왔더니 당연히 그런 제재로 없었거니와 전 교사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다. 그래서 모의선거도 크게 열었고 교육감에게 당선증을 전달하는 행사도 열었다. 당시 교육감이 재임하던 상황이었기에 취임식을 없애고 우리 학교에서 당선증을 받는 형태로 진행했었다. 물론 그 때 정치교육이 마주한 ‘현실’을 느낀 대목도 있었고….

그런 점에서 박선하 선생님께서 ‘보수적인 지역의’ 사립 고등학교이신데도 모의선거를 진행하신 건 대단하게 느껴진다. 모의 선거를 제안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수도 있는데.


박선하 그냥 흘러가는 방향이 전반적으로 애초에 생각했던 방향은 아니었다.(웃음) 처음에는 각 후보자들의 공약 분석을 하는 것에 출발했다. 그러다가 교내 정치소학회 ‘정울림’ 학생들과 같이 진행하면서 모의선거 행사는 차근차근 진행되어 갔다.


노슬아 두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며 개인적으로는 참 편한 환경에서 모의선거를 진행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막상 모의선거 진행할 때에는 꽤 공이 많이 들어 힘들어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하는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었던 건 큰 혜택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모의선거를 진행하며 아쉬웠던 점이랄까? 그에 더해 깨달았던 지점 같은 것을 함께 나눠보고 싶다.

학생들과 모의선거를 진행해보며 이번 정부의 선출과정 및 활동에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게 됐다. 그 중 교육 분야에 있는 사람으로서 관심 있게 봤던 것이 청와대 국민청원 운영과 정시 확대 건이었다. 2017년에 사회 선생님과 함께 ‘사회참여대회’ 심사를 함께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학생들이 매번 사회 참여 활동의 근거 자료(?)로 내미는 것이, ‘청와대 국민 청원’에 의견을 올린 캡쳐본 이었다.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플랫폼이며, 권력기관과 시민이 즉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는 장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관련 기관이나 지자체에 문의하여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청와대’의 국민청원을 통해서만 해결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마치 국민청원 게시판이 ‘인터넷 버전의 다산콜센터’랄까? 그래서 참여활동이 청와대 국민청원이 전부인 학생들에게는 낮은 점수를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학생들이 얼마나 공적 논의 공간에 대한 사전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면, 청와대 국민청원에만 가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국민청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청원 리뉴얼 방안을 두 가지 차원에서 요청 해보고 싶다. 첫째 소통 방식의 문제다. 만약 학생과 시민들이 공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를 원한다면, 단순한 국민 ‘청원’이 아니라 ‘아고라’와 같이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방식이 낫다고 생각 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든 토론이 청와대 국민청원만을 매개로 이뤄질 수는 없다. 그렇기에 둘째, 답변 주체를 청와대 소속이 아닌 관련 기관으로 이관 하는 형태였으면 좋겠다. 물론 방식은 현재 형태보다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의 나랏님이 ‘다수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시민으로서 삼권분립이나 지방분권의 원칙도 함께 학습해 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청와대와 같은 강력한 중앙기구의 존재감 부상이라는 측면에서 ‘정시 확대’의 결정 방식도 아쉬움이 있었다.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교육계와 대중의 입장을 들어가며 조정해나가기보다는 교육부마저 스쳐지나간 채, 청와대의 ‘의지’로 결정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역사과 교사 입장으로는, 이 또한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했던 개발독재시대의 유산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사건에서 보여 지는 정부의 소통 방식을 역사적 맥락에서 수업의 형태로 학생들과 나눠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렇게 2017 대선을 교사로서 학생들과 진행해보고, 이후의 과정을 시민으로서 관찰하며, 대선과 지선의 거리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됐다. 두 선거 모두 시민의 손으로 권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대선은 ‘정치하는 나랏님’을 뽑는다는 느낌인 반면, 지선은 ‘생활’ 그 중에서도 ‘복지’의 담당자를 뽑는다는 느낌이다. 생활의 문제를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하는 과정이 학습되어야 이 간극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 학습과정을 역사교육에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Q. 모의선거는 실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박선하 우리 학교에서는 투표소를 복도에 설치했다. 학년부와 담임 교사들의 협조를 얻어 같은 시간에 진행했다. 학생들은 게시된 공약 분석표를 보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일주일가량 얻었다. 그리고 선거는 한 반씩 복도에서 나와 진행했다. 전교 학생자치회장 투표하듯이 말이다.


문순창 동아리가 주도해서 선거 행사를 치른 셈인가?


박선하 그런 셈이다.


문순창 2017년 특성화고등학교 근무 당시에는, 전교생 차원에서 크게 실시하는 선거 행사는 하지 못 했다. 앞서 말했듯이 수업 때 구글 설문 링크로 대체해서 투표 결과를 종합했다. 2018년 혁신학교로 옮긴 때에는 넉넉하게 확보된 자치 시간을 활용했다. 블록으로 묶어 있던 5~7교시에 모의지선 행사를 진행했었다.

5~6교시에는 공약집 보고,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고 7교시에 투표하는 식이다 특히 투표할 때에는 학생들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서 실천한 지점도 있었다. 투표에 일련번호를 매기고, 투표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일종의 경품행사를 할 수 있게 한 거다. 투표에 매겨진 일련번호를 가지고 ‘뽑기 행사’를 했던 거다. 경품행사를 했던 것 같다. 상품도 의미를 담아 재미있게, 이를 테면 ‘이한열 운동화상’ 같은 걸 만들어서 운동화 매장 상품권도 수여하곤 했다.


노슬아 우리 학교에서는 선거 전날에 학교 홈베이스에 투표소를 크게 설치해놓고 쉬는 시간에 와서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복잡하긴 했지만, 선관위인 학생들은, 수업 5분전 수업 담당 선생님께 협조를 얻어 미리 내려와서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학생들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 투표를 진행했다. 몰리는 시간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학생들이 너무 몰리는 시간대인 것 같으면 점심에 하겠다고 가더라. 방식은 유권자인 학생들이 학생증을 보여주고, 선거인명부에 확인을 받고 투표를 했다. 학생증이 없을 때에는, 같이 투표하러 온 옆 친구가 확인해줬다. 실제는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겠지만.(웃음)

그리고 개표는 선거 다음 날 했다. 개표 자리에 많은 친구들이 왔으면 해서, 개표에 온 학생들에게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경품을 추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아까, 문순창 선생님께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모의선거를 하며 ‘자기의 언어로 정치를 말하는 것’에 대해 인상적이라고 표현해주셨지 않느냐. 나 역시 개표 현장에서 그걸 확인했었다. 개표를 기다리면서 학생들이 오, 우리 학교는 어떤 정치인이 꽤 나왔네? 왜 그렇지? 하면서 자기 언어로 정치를 말하기 시작하더라. 또 비밀 투표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자기 지지하는 정당은 무언데, 그 이유는 뭔지에 대해 얘기하더라. 그 과정이 되게 자연스러웠고. 또 개표할 때 학생들이 꽤 많이 왔다. 실제 선거와는 별개로, 모의선거에서 ‘우리’ 학교의 집단이 뽑은 사람이 누군지가 너무 궁금했던 거다. 실제 선거와 모의선거의 결과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


박선하 나 역시 모의선거를 진행하며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있다. 소학회 학생들이 1주일간 매달려서, 후보별로 공약을 분석했다. 한 후보씩을 맡아서 교육정책, 여성정책, 경제정책, 군사정책 하는 식으로 나눠서 공부를 해 온 거다. 아주 기초적인 용어부터 시작해서. 그 공약을 분석하고 토론하면서, 공통 공약을 도출해낸다든가 아니면 특정 공약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이라는 식으로 스스로 결론을 내더라. 이렇게 소학회 학생들과는 심도 있게 분석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공약 분석한 걸 게시하면서 표로 정리했었다. 그리고 이 공약 분석표를 읽어보고 난 후 색깔 펜으로 ‘꼭 실현 되길 바라는 공약’을 표시해보도록 했다. 그렇게 하니 공약 분석표에 형형색색으로 게시판에 게시되지 않나. 그러니 학생들도 다른 친구들이 어떤 공약을 지지하는지 추세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거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게시판 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정치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고.

우리 학교에서는 개표 상황을 오픈하지는 않았다. 대신 소학회 학생들이 개표 사진을 찍고 자료를 남기는 방식이었다. 대신 내가 모든 반 수업에 들어가니까 개표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공유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지를 나눴다. 그러니까 소학회는 공약을 분석하며, 투표한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나누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오종신 모의선거는 학생회가 선관위가 되어 진행했고 매년 있었던 학생회 선거와 유사하게 진행되었다.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서 학생회장이 투표 시 유의사항을 전달하였고 강당 전면에 설치된 투표소에 순서대로 투표하였다. 신원확인, 선거인명부서명, 투표용지배부, 투표 순이었다.

대선의 경우 YMCA에서 제작한 투표용지를 사용하였고, 우리학교 개표결과는 YMCA 경남 개표 결과에 반영되었다. 지선의 경우 YMCA에서 교육감과 도지사만 실시하였기 때문에 나머지 5장의 투표용지는 교내에서 자체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개표일에는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선관위원들이 개표를 진행하였고, 선거가 끝난 시기였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후보에게 왜 투표했는지 짧게 발표하기도 했다. 개표결과 예상 이벤트도 진행해서 득표율을 가장 정확하게 맞춘 반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대선 개표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정말 학생과 교사 모두 깜짝 놀랐다. 개표 하기 전에는 실제 대통령 당선자인 문재인 후보나 우리 지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홍준표 후보가 당선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개표해보니 심상정 후보가 당선되었다. 정말 예상 밖이었다.


문순창 모든 교사들이 선생님들 같은 분들과 꼭 한 번 근무해보고 싶을 것 같다.(일동 웃음) 동료성이야 말로 이런 모의선거 같은 행사를 결심하고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아니겠나.



Q. 모의선거 프로젝트가 마주한 논쟁적인 문제는 없을까? 이를테면 당파성의 문제 같은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도 한데….


노슬아 그런데, 우리 학교에서도 공약 분석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며 나는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더라. ‘있는 그대로’ 공약을 분석하여 게시한다고 해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서 달리 보일 수 있는 법인데 어디까지 손을 데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스럽더라.


박선하 나는 후보자들의 홈페이지나 브로슈어에 나온 내세운 용어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지도했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었다. 비교해서. 도덕성, 청렴도, 인사관리능력과 같이 나누기는 했지만, 최대한 있었던 사실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안희정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감옥 생활을 했던 것, 이재명 후보는 전과기록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건 검증된 사실들이지 않나.

그리고 사실 공약 분석을 한 학생들만큼 이에 대해 아는 학생도 많지 않으니까, 분석표 밑에 조사한 학생들 이름을 쓰도록 했다. 이를 테면 ‘정치 소학회 친구들이 조사하여 게시한 대선 후보자들 공약입니다. 만약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학생에게 찾아가서 정정여부를 알려주세요.’라고 써놓았다. 물론 배치에 따라, 분석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부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문순창 공약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약 정리를 실제로 해봤던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됐을 것 같고. 또 공약 정리한 걸 본 학생들 역시, 선생님이 정리해준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정리해준 것을 보는 것이니까,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치 교육이 됐을 것 같다. 수업과의 연동도 자연스러웠을 것 같고.

그런데 ‘의견이 최소화된 공약 검토’에 관해 이런 의문도 제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지금은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그 자체로는 정말 완벽한 공약이 아닌가? ‘완벽한’ 복지국가의 공약.(일동 웃음) 그런데 현실 정치는 정책이나 제도의 완결성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당이 하는 거니까, 정치적 주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정파성 말이다. 그런데 이런 정파성을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면 ‘정치교육은 껍데기만 남는 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틀에서 보았을 때도 역사, 정치 교과의 경우 이러한 정파성은 피할 수 없는 쟁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준비가 많이 안 돼 있다는 생각이다. 교사들은 정당 가입도 허용되지 않다는 현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회 속에서 (심지어 학생들도) 정파적 갈등은 현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파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정치 교육을 할 수는 없는 걸까.

다른 나라의 경우, 중고등학생이 이미 학생 당원 활동도 하고 있는데. 마치 동아리처럼 정당의 학생위원회도 하고 있고. 오히려 이미 서로의 정파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발언하는 법에 대해 충분히 학습돼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국에서도 정파성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려던 찰나에 올해 총선부터는 아예 모의선거교육을 하지 말라는 선관위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나.


박선하 정치를 가르치며 그 부분이 늘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나는 학생들이 정치를 통해 사회 구조를 볼 수 있는 관점을 보기를 원한다. 내 관점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세월호 사건이라는 하나의 ‘사실’을 두고도, 그 사건을 해석하는 데에는 각자의 관점과 시각이 작용한다고 보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교사인 내가 스스로 정치적인 색을 드러내는 것이 아직은 조금 불편하다. 이건 교사의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도 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서 나는 ‘정치’적인 수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내가 수업했던 과목 이름이 ‘국제관계와 국제기구’였다. 그 과정에서 미국 대선의 주요 이슈인 트럼프-힐러리의 대결과 그 여파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정치 얘기가 빠질 수 없어 자연스레 학생들과 정치 얘기를 하게 된다. 얘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것인데, 학생들은 ‘진보적’이다. 우리 학교의 ‘지역색’이 조금은 보수적인 편인데도 말이다. 사실 내가 학교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부모나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부모의 영향보다 매체 특히 유튜브와 같이 다양한 통로로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내 학생 시절과는 많이 다르더라.

(내가 수업할 때에는) ‘보수적으로 이야기하는 학생’에게는 진보적인 질문을. ‘진보적으로 발언하는 학생’에게는 보수적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교사로서 나는 ‘중도’를 지키려 노력하는데, 학생들은 거침없이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런 걸 보며, (세대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나는 교사로서 학생들이 충분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순창 : 내 질문은 사실, 모의수업의 정파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의 문제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학생들과 평등하게 만나고 교육 현장에서 정파성을 ‘균형감’ 있게 다루는 방향에 대해 언급하신 것 같다. 그럴 경우 학생들 역시 막연한 반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최근 ‘인헌고 사태’를 보면서 현장 역사, 사회 교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까 박 선생님의 학교의 모의선거의 사례에서 동아리(소학회) 학생들이 교육 제도에 대해 정리한 것을 보고도, 어떤 ‘보수적인’ 학생들은 ‘왜 홍준표 후보는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관점으로 서술해놨나’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이제 (교육 현장에서) 그런 목소리가 충돌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내 정치적 성향을 밝히고 의견을 말하는 편이다. 물론 교사의 정치 성향을 밝히는 것에는 장점도 있지만 ‘뚜렷한’ 단점 역시 존재하기는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워낙 정파성으로 난립하는 곳이다 보니 차라리 정파성을 인정하고 드러내며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 “선생님은 이런 입장이야”를 미리 밝히는 것이 객관적인 척 하는 것보다는 더 겸허하고 평등한 자세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나는 중도적인 입장이란 일종의 신기루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모의선거 수업은 그것이 드러날 수 있는 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의선거 수업이 (지금은 못하게 됐지만), 장기적으로 ‘대중화’된다면 현장에서 이러한 정파성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든다.


노슬아 나 역시 고민되는 지점이다. 사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진보적’인 학생들이 주류다. 그렇기에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일베’는 학교 현장 속에서 분명 실존하고 있다. 이를테면, 모의선거를 진행할 때에 ‘후보자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란을 마련했을 때 그게 잘 드러났다. 포스트잇 속에 평소에 학생들과 이야기를 할 때에는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날 것’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더라. 그럴 때에 (박선하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이를 조정해주는 어떤 ‘교사’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문순창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그 교사 또한 어떤 입장에 서 있는 사람임을 드러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교사인 내가’ 당장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낸다? 나 역시 아직까진 조심스럽다. 모의선거 수업을 하면서 ‘내가 정치수업에 대해 그 어떤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구나’를 새삼 확인하게 됐다.


박선하 만약 학생들과 내가 성인 대 성인으로 만난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있겠으나, 솔직히 학생과 교사 사이는 현실적으로 ‘평등’하지 않다. (교사로서) 내가 발언했을 때, (학생) 10명, 20명이 한 발언보다 영향력이 크지 않나.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나의 정치적인 성향을 밝히는 것이 무척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내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은 (나의 정치적 성향을)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교사 학생 서로 모두.(일동 웃음)

또, 다수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있지만 소수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있지 않나. 소수의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느끼게 되는 소외감이나 불편함들이 있을 것 같다. (결국, 교사가 정치 성향을 밝히는 데에는) 교사라는 영향력이 큰 사람이 미치는 발언이, 해당 학생에게 상처가 되거나 편견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조심스러움이 크게 작용한다.


문순창 나는 ‘중도’ 혹은 ‘객관’이라는 말에 의문을 품어서 그렇게 질문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교사로서 굳이 정치관을 앞서 드러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정파성이 실체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교육자로서 균형감 있는 절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정리해본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 수위나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박선하 ‘객관’을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A언론, B언론에서 말하는 바를 제시해주면 학생들이 판단해서 말하게 되지 않나. 그런 식으로 학생들이 이야기하게 하는 장을 마련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장 속에서 내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자연스레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는 것 같다.


오종신 나는 당파성 자체가 주된 논쟁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누구도 당파성을 갖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의선거를 진행하려고 하는 부류도 당파성이 있고 이를 반대하거나 불법이라고 빨간 딱지를 붙이는 부류도 당파성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왜 우리는 모의선거를 굳이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모의선거는 내 수업(그리고 샛별중의 교육)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대선, 지선 모의투표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대선에서 심상정 의원을 뽑았을 때, 우리학교에 초청해 당선증을 전달했을 때, 중앙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넘겨줄 때, 여의도에 가서 여러 중앙 당사들을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을 때, 하나하나의 경험 모두가 즐겁고 새로웠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정치’는 결국 밖이 아닌 안, 그들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의투표를 진행한 이후 교내 학생회 선거를 임하는 아이들의 태도는 더 진지해졌고, 반장이나 학생회 임원 등의 책임을 맡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작년 2019년에는 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내에서 실험적인 모의선거를 두 차례 진행했다. 1학년 사회수업에서 지역 내 주민투표 현안이었던 '거창구치소 이전문제'에 대한 모의투표를 진행한 것과, 학년 말에 학생회장 선거 한 달 전 학생회장 모의투표를 실시한 것이 그것이다. 보통 2학년 학생들이 후보자로 나오는데 이번에는 1학년 학생들이 모의 후보자가 되어 학생회장 모의선거를 진행해 본 것이다. 왜, 정당 내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주요 이슈들에 대해 토론이 이뤄지지 않나. 그걸 의도한 거였다. 정리해 말하자면, 전자는 사회 현안에 대한 공적 논의를 위한 투표, 후자는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모여지는 교내 쟁점을 점검하기 위한 투표였다. 이 시도를 통해 학생들이 선거 역시 하나의 과정일 뿐임을 깨닫도록 하고 싶었다. 선거 수업을 하려면 룰을 익혀야 하고, 충분한 토론을 해야 하고, 각자의 입장 및 내용을 정리해야 하며, 이를 결과에 반영하기 위해 협업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실'을 바꾸는 구체적인 수단인 '정치'를 '교육'하는 방법 중 '선거'보다 좋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실전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다”고 생각한다.


Q. 다시 모의선거를 한다면 보완하고 싶은 점은?


노슬아 아까 언급했듯이, 나는 모의선거를 위한 사전 수업을 통합수업의 형태로 진행했다. 역사과 교사로서 나는 ‘6월 민주항쟁’을 다뤘었다. 그런데 모의선거 수업을 하면서 나의 역사 수업 자체를 성찰하게 되더라. 이를 테면, 6월 민주항쟁을 가르칠 때에, 나는 ‘6월 항쟁은 우리에게 대통령 선거권을 얻게 한 소중한 혁명’이라는 식으로 너무 평면적으로 혹은 절대화시켜 가르쳤던 것이다.

1987년 당시 사람들에게는 대통령 투표권을 얻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을까? 그리고 이미 대통령 투표권이 있는 세상에서 태어났던 학생들에게 6월 항쟁의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학습지에 고민이 완성되지 못한 형태로 얼렁뚱땅 그 질문을 넣긴 했지만, 뭔가 수업 전체적으로 그 방향성을 맥락적으로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좀 삐딱하게 말해보자면, ‘예전에 대통령 투표권이 없었는데, 지금은 있잖아? 6월 민주항쟁을 배우는 게 의미가 있어? 그래서 뭐?’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 않나.

돌이켜서 생각해보자면, 6월 민주항쟁을 대통령 투표권을 얻어가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그려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 당시에 드러났던 여러 논쟁들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수업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민주화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 투표권을 얻게 되는 것으로 목표를 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그간의 경제 발전을 위해 감수했던 저임금, 노동 조건 해결을 위해 노동조합을 허용하는 것이 목표였을 수도 있다. 그 중 우리 사회에서 그 당시에 해결이 되었던 문제는 무엇이고,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이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나눠보는 과정에서 6월 민주항쟁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가 더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었을 것 같다.


박선하 나의 경우, 만일 모의 지선까지 연계 과정을 계속할 수 있었더라면, 대통령이 그 공약을 얼마나 이행하고 있었는지를 학생들과 계속 체크해봤을 것 같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대선 공약 자체가 후보별로 크게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 소위 최근 ‘핫한’ 공약들은 모든 후보들이 차별성 없이 다 내세우는 부분이기도 하더라. 이를 테면 육아 휴직 연장하자는 공약이 그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모의 지선까지 진행해가며 해당 정치인의 당선 후 혹은 낙선 후 행보를 관찰해갈 수 있었을 것 같다.) 또 선생님들처럼 학교 차원에서 교과를 넘나들며 수업을 함께 연구해가며,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마련할 수 있다면 학생들이 이 학교를 3년간 다니고 졸업했을 때, ‘최소한 시민으로서 의식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부러운 생각이 든다.


노슬아 확실히 그런 건 있는 것 같다. 우리학교는 2017년에 세워진 신설학교인데, 학생들이 1회 입학생이라는 것 외에도 2017년에 모의대선, 2018년에 모의지선을 해봤다는 것이 큰 자부심으로 작용하는 것 같더라. 개교 1년이 지난 후 1년간 학교에서 좋았던 것을 물어보는 설문을 했다. 생각보다 모의대선 해 본 것이 꽤 나왔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이 자부심이 모든 학교에까지 보편화 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시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해봤다는 게 학생들에게는 꽤 의미 있게 다가온 것 같았다.

사실 처음 모의 대선을 하고 나선 후회가 많이 남았다. ‘이벤트성’으로 행사를 치러낸 것 아닌가 하는 무거움도 있었고. 왜냐하면, 사후교육이 당선자에게 당선증 전달로만 마무리 되어 못내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박선하 선생님 말씀처럼, 당선 이후 당선자들이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작업 및 시민으로서 지속적으로 요청할 부문을 교육적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문순창 첫 (모의선거 수업) 시도이다 보니 수업 연계가 조금 기계적이었던 것 같다. 역사과의 경우 보통 민주화운동사를 강조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교육에서 전태일을 단편적인 예시로만 가르쳤을 때 교육적 함의가 충분히 다가갈 수 없는 것처럼, 민주화운동사 수업에 그치게 된다면 현실과의 연계가 잘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마냥 그저 옛날의 지나간 일처럼 생각되고 말이다. 사회나 정치 과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정치’, 뭔가 ‘제도로서의 정치’에만 갇혀서 넓은 의미의 정치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우리가 교과의 틀을 넘어 민주시민교육 본연의 목표를 살려, 각 교과의 특성을 살려 수업을 이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서 만약 수업을 다시 한다면 이번에 18세 선거권이 처음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18세 선거권 ‘참정’의 역사를, ‘오늘날까지’의 역사적 맥락에서 짚어보면 어떨까 싶고 정치 선생님께서는 이번에 적용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은 제도의 변화를 짚는 것은 물론 좀 더 정치 현실과 밀접한 정치 이야기를 제안 드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정치’를 공적 공간에서 나누는 방식을 내밀하고 깊게 가져가면 좋겠다. 서로의 정치관을 공유하고 또 정치 분석의 틀도 가져가면서.

좀 더 급진적인 발상을 이야기만 해보자면, 학교 내에서 아예 정당의 지지자 그룹을 조직한 후 해볼 수 있는 활동은 없을까? 어찌 보면 진짜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한 후 학생들끼리 이야기해보게 하고 관련 활동을 구성해 가는 것이다. 물론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공적 공간에서 품위 있게 정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다.

현실 정치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결국 정치인은 정당이라는 포맷을 통해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되는데, 너무 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우린 의도적으로 안하고 있다. 인물과 공약을 보고 투표한다고 말하곤 하지만 결국은 정당이라는 실체가 중요하지 않나. 정치교육이 이뤄지려면 근본적으로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정당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방법은 고민스럽지만.


노슬아 여기에서 하나 더 보태자면, 나 또한 정치 교육에서 정당을 금기시해선 안 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오히려 한국 정치에선 무림을 재패할(?) ‘영웅’을 기다리지 않나. 안철수 현상도 그 예시고. 그렇지만 결국 정치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는 정당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만약 모의 총선을 현장에서 진행할 요건이 마련된다면, 정당의 색을 반영하는 학생들을 모아 모의 토론회를 한 번 해보고 싶다. 물론 공이 아주 많이 들고,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말이다.


박선하 재밌을 것 같다.


Q.초・중・고 모의선거를 선거법 위반으로 본 중앙선관위의 결정, 어떻게 볼 수 있을까.


박선하 (선관위 결정을 두고) 아니 누가 그러라고 했나?(일동 웃음) 그럼 선거만 안 하면 되지 않을까?


문순창 정확한 워딩으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교육 활동은 곤란하다는 거다.


박선하 그럼 이번에 정치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되게 조심해야 하겠다. 그럼 내가 선거 파트에서 다루는 모든 내용은 가르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학문적 지식개념만 가르칠 수 있는가. 학생들이 이해를 못하는데. 이해를 시키려면 자연스레 현실 정치의 사례를 들어야 하는 것이고.


노슬아 그러니까, 정치라는 교과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문순창 그럼 실제 후보 공약을 두고, 후보 이름만만 크롱 혹은 뽀로로로 바꾸면 되는 건가. 그렇게는 해도 되는 지 선관위에 유권해석 부탁 하고 싶더라. 이렇게 교육 주체가 선관위에 매어 교육활동을 제약 받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오종신 올해 초 선관위의 발표가 있기 전 경남교육청에서 우리 학교의 모의선거 교육자료를 요청했다. 개별 교육청은 전향적으로 모의선거를 학교 현장에서 독려할 의지가 있었다고 본다. 선관위 결정으로 무산되었지만, 다시 모의선거를 한다면 다른 학교들과 함께 하고 싶다. 간접적으로나마 아이들의 의견이 정치에 반영되고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중앙선관위에서 개별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보다 시대착오적인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박선하 중앙선관위에서 그렇게 워딩을 했다면 좀 피해서 해봐야겠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안을 한 번 고민해 봐야겠다.(웃음) 그런데 참 안타깝다. 선거교육이 선거에 무슨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영향을 미치긴 하나? 모의선거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는 참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회 자체가 매년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건 아니다. 선거를 하는 그 해에만 주어지는 것이고.


문순창 모의선거 교육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는 일종의 월드컵 같은 건데!(웃음) 교육적 맥락에서 말이다.


박선하 그렇다. 대선, 총선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봤을 때 학생들이 모의선거를 한 번 해 보고 나중에 유권자가 됐을 때와 전혀 선거 교육을 받지 않고 선거권을 가졌을 때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수업을 금지한다는 건, (한숨) 안타깝다.


노슬아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대선 때보다 지선 때에 중앙선관위가 우려하는 것이 뭔지는 알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모의 지선 때에 학생들과 선거를 한 후, 여러 정치인에게 당선증을 전달하러 갔었다. 그런데 이게 묘해지더라. 정치인이 학교와 계속 접촉해서 뭔가를 같이 하고 싶어 하고. 왜냐하면 그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니까 바로 다음 선거 때에는 유권자가 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인지 계속 얼굴 도장을 찍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선하 우리도 그랬다. 계속 만남을 원했었다.(일동 웃음)


노슬아 물론 그 정치인의 ’선의‘를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순수‘하게 학교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걸 보면서 되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접근‘ 역시 우리 정치 사회의 일면이니까 감출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조율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렇지만 이런 선거 교육을 하기에 현장도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지금 현실에선 괜한 정쟁에 말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선하 학생들과 정치 관련하여 여러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여러 정치인들을 만났고 그들과 인터뷰를 했었다. 그런데 내가 이 인터뷰를 학생들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학생들이 그 인터뷰 과정에서 정치인을 만나면서 스스로 판단한다는 거다. 중앙선관위가 선거 교육을 금지하면서, 모의 선거를 못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시선으로 정치인을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들(정치인들)‘은 학생들과 만남으로써 자기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테지만 학생들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순창 요즘 학생들을 어떻게 보고!


박선하 그러니까 학생들 역시 보는 눈이 있는 거다. 특히 인터뷰를 한 학생들은 면 대 면으로 만나면서 느껴지는 게 있는 것 같다. 마냥 학생들이 그런 ’선심성‘ 이벤트에 표를 주겠다고 결심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선생님! 솔직히 말해서 이 분은, 괜찮은 분인 줄 알았는데 좀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학생들이 이야기하기도 하더라. 학생들은 학생들 기준으로 이 사람 진짜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가 정치인을 볼 기회가 많이 없지 않나. 그런데 또 그런 기회를 주는 게 공부고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유튜브인데 유튜브에 얼마나 정치적인 영상들이 많은가. 그럼 얼마든지 학생들이 (자기 정치 성향에 따라) 선별적으로 볼 수 있는 건데, 그런 영상은 규제하지 않고 학교의 선거 교육은 막는다는 논리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문순창 이렇게 모의선거 교육을 막으려면 18세 투표권을 자체를 왜 줬는지 모르겠다.(일동 웃음) 되게 모순적이지 않나. 관련해서 선관위에서 이번에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선관위에서 운영하는 <한국선거방송> 사이트에 업로드 되어 있는 ‘모의선거 특집 프로그램’ 동영상을 스스로 삭제한 것이다. 모의선거 활동을 불허한 이번 결정이 내려지기 불과 4개월 전에 업로드 된 영상이다.(일동 웃음)

박선하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이들이 교육을 단편적인 인풋-아웃풋의 과정으로 보는 정말 단순한 생각이 답답했다. 모의선거교육이 곧 어떤 정치관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서로의 정치관을 나눠보게 하는 교육이지 않나. 선거교육 금지 판단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느껴진다. 안타까워서 교육 현장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참.(일동 웃음)


박선하 그런데 선관위에서 어떤 홍보를 하고 SNS 선거 활동을 한다고 해도, 우리들도 역시 내가 보기 싫은 영상은 안 보고 ’선택‘ 하지 않나. 학생들은 결국, 정치를 쉽게 느끼고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을 느끼게 하는 멍석을 깔아주는 데 교사의 역할이 너무 크다. 그걸 막으면 안 될 것 같다.


문순창 특히, 노슬아 선생님이나 저는 혁신학교에서 진행했고 오종신 선생님 같은 경우 혁신학교 못지않은 동료 간 지지가 있었으니 조금은 수월했지만 일반 현장에서 모의 선거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많은 동료들을 설득해가며 진행해야 하지 않나. 또 걱정과 부담을 가지고 진행해야 하고. 그런데 중앙선관위의 결정은, 그 현장의 열정을 한 방에 날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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