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편집자의 글
“우리는 누군가의 생(生)을 잇고 있으며 또 누군가의 생으로 이어집니다. … 한 사람 함 사람이 개별적인 존재로 윤회할 뿐 아니라 사회라는 집합체도 윤회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를테면 존재의 윤회가 아니라 ‘관계’(關係)의 윤회입니다."
- 신영복, ‘보리수 그늘에서’ <더불어숲>, 1998. 중
왕관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라고 합니다. ‘코로나(corona)’ 말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영증-19(COVID-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수많은 일상들이 그 자체로 특별했던 것임을 이 기회를 통해 우린 알게 되었습니다. 감염의 방식이 이토록 무차별적이고 전 방위적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예측과 경험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상황 하나하나가 지나갈 때마다 대처해야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우리는 두어 달의 시간동안 인간성의 민낯과 희망을 동시에 보았습니다. 혐오의 말들, 생존을 위한 폐쇄적인 태도와 움직임, 막막하게 닥쳐오는 참담한 상황에 절망했습니다. 역사교사로서 더 몰입하여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지요. 하지만 스스로를 내어놓는 헌신, 각자의 몫을 다하려는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빛을 발하기도 했습니다. 새삼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되짚어본 까닭은 이러한 한분 한분의 희망이 관계로서 윤회되어 서로에게 전이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동료성을 극대화하고 계시는 현장의 많은 역사교사들에게 <역사교육>은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봄호는 언제나 두껍습니다. 신년을 맞은 전국역사교사모임의 다짐과 계획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화와 인권, 민주를 만나는 역사교사들의 나날들’이라는 모임의 2020년의 기조를 싣었습니다. 또한 전국운위에서 논의된 회의 자료집도 정리해서 싣었습니다. 전국모임의 집행부과 지역모임의 작년에 대한 평가와 올해 운영계획을 훑어보신다면 2020년에 역사교사들이 가꿀 희망의 나무와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제9회 역사책 읽기 대회이 대한 공고문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사는 이야기>에서는 모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글들이 많이 수록되었습니다. 경남에서 개최된 2019 동계 자주연수 후기를 김은혜 선생님께서 꼼꼼하게 남겨주셨고 한민혁 선생님은 늘 믿고 보는 ‘똥꿀레 교사의 작은 이야기’를 그려 주셨습니다. ‘장콩샘이 만난 팔도 역사교사’에서는 이번에 회장을 연임하신 백옥진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전역모를 이끈 일꾼으로서의 고민과 파란만장한 개인사가 담긴 인터뷰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계간지는 일간지에 비해 기획이나 결과물에 있어서 깊이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닙니다. 그러나 드문드문한 발행 시기 때문에 머쓱해야 할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번 <기획> ‘2020 총선거와 모의 선거 교육’의 경우도 그런 경우입니다. 코로나 19라는 상황과 연동형 비레대표제를 왜곡하는 정치권의 논란으로 인해 이번 선거는 그 본연의 빛과 의미를 잃은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한 선거법 개정과 18세 선거 투표 연령 하향이라는 큰 의의가 있는 선거이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정치교육이 척박한 학교 현장에서 모의선거 교육을 꽃 피우던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획을 통해 담으려고 하였습니다. 모의총선 경험을 솔찬히 나누는 교사들의 대담과 선관위의 모의선거 교육 금지 조치에 대한 의미를 짚어주신 전대원 선생님의 기고글을 꼭 읽어주세요.
<수업이야기>에서는 마중물 프로젝트 두번째 후기를 담은 지상중계, 김정호 선생님의 진솔한 고민을 담은 수업 에세이 ‘고민보다GO’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역사이야기>에 수록된 이용기 교수님과 정욱식 대표님의 옥고(玉稿)도 실렸습니다. 한국현대사 속 중앙정부론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을 써주신 이 교수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전망해주신 글을 내어주신 정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책이야기>에 담긴 남혜정, 김진아 선생님의 서평들과 조귀동 작가 인터뷰를 담은 ‘만나서’ 코너도 애정 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신년을 맞아 새롭게 추가된 코너는 따로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사는이야기>에서는 안민영 선생님의 ‘소소한 문화재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자잘한 설명보다 지금 바로 페이지를 넘겨 바로 마주해보시길 권합니다.(역대급 연재물이 찾아왔습니다!) 또한 <수업이야기>에서 야심차게 연재를 시직한 ‘초협력교실’도 반갑게 읽어주세요. 수업을 고민한 교사와 그를 돕는 전문가(해당 분야 내용학 전공교수, 경력 교사)가 주고 받는 성장의 과정이 2회 단위로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첫 주제는 4.19 혁명에 대한 수업입니다.
이번 <역사교육> 2020년 봄호는 미루어진 개학만큼이나 조금 늦게 찾아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늦게 개최된 전국운영위원회(사상 최초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지요)의 결과를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이번 봄호도 역사 선생님들에게 반가운 친구 같은 회보로 다가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