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보여 줄 글과 시를 쓴다는 일은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중요한 미팅이나 소개팅을 앞두고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하듯, 좋은 글과 시를 독자에게 건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읽는 독자는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스며들었는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담겼는지 알기 어렵다.
워드프로세서를 처음 배웠을 때가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더 능숙해지기 위해 책을 사서 연습하던 시절, 서두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워드로 작성한 문서는 언제, 어디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타이핑했는지를 알 수 없다.” 그렇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서 한 장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 기회비용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예술가의 마음도, 장인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인고의 시간. 더 나은 작품을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다듬는 노력의 결실은 때로 안타까울 만큼 고독하다. 그럼에도 삶에 남을 한 작품을 완성하려는 태도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지성을 갖춘다는 것, 그리고 그 지성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가벼운 일이 아니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만 글을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매번 무거운 사명감에 짓눌릴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글의 경중을 헤아리며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좋은 글을 썼을 때 받는 칭찬과 찬사가 고플 때도 있다. 그것 역시 솔직한 마음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내면의 대화다.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은 무엇인지, 나의 정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묻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떠올린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지극히 고독한 기록이다. 그러나 바로 그 고독 속에서 깨달음은 자라난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 보자. 보이지 않는 노력은 결국 가장 깊은 곳에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작가의 삶은 고독하다. 그러나 외롭지 않다고 하니 아이러니하지만 인정해 주고 응원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