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화상

by 방석영 씨어터
자화상 Self-portrait (2023. acrylic color on canvas. 22x27)

태아는 온몸으로 숨을 쉰다. 몇십 년간 그 방법을 까맣게 잊은 채 잔망스런 어깨 호흡으로 살아본 후에야 몸은 세계의 일부여야 함을 깨닫고 다시금 단전(丹田)부터 찾아 나선다. 이치에 맞는 것은 늘 내 안에 있는데, 인생은 왠지 '찾아 맴돔'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기저기, 이 집 저 집서 기적은 일어나고 있겠지. 그 사람에겐 세상이 바뀌는 것과 같은 경험이겠지만, 전체의 입장에서는 세상이 제 이치대로 돌아가기 위해 일으키는 다소 무료한 기계적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니 인생은 썩 대단찮은 거 같다.


소묘를 배우던 시절, 4B연필 몇 다스를 클리어하고 난 후 사물의 '덩어리감'을 터득한 그 순간이 아마 눈동자를 좁게 굴리지 않고 굵직굵직하게 볼 수 있는, 생의 가장 값진 재주를 얻은 때가 아닌가 싶다. 석고 흉상은 구, 원통, 다면체의 합체, 인생은 매운맛 > 단맛 > 신맛의 프랙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에투알 개선문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