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남과 들어섬의 회오리가 일으키는 붉은 일광 아래,
차계(次季) 준비로 이리 날고 저리 나는 까치들과
맛진 겨울반을 지으시는 익숙한 어머니의 모습.
한편은 시즌의 문턱 너머로
늘 변동사항 없는 계획안을 들이미는 나.
어쨌건 경계에 있는 모든 것에게는
마음 쏟을 곳이 있어보여 좋다.
문턱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간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어야 하지, 기대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기대에는 늘 조급과 불안이 함께 있다. 미래란 약속된 것이 아니어서 기대와 다를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데도 자신의 상상대로 되어야 하기에 더욱 노심초사한다.
기다리는 동안은 나직한 겨울의 골목을 걸으면 좋다. 눈이 제법 두꺼이 쌓였던 어느 날이 벌써 몇일 전인데 아직도 군데군데 녹지 않고 버티고 있는 때 타고 성깔 있는 눈에 눈길을 보내본다. 혹은 내 코와 볼을 바알갛게 달구는 라피스라줄리 빛의 겨울 공기를 요눔아 하고 더욱 한마금 마셔본다. '작고 가볍고 즐거운 지금'을 내가 바로바로 약속하고 행하면서 나의 기다리는 동안을 뜨겁게 엮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