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진정 중요한 순간은 출생도, 결혼도, 사망도 아닌 바로 낭배형성이다"라고 영국의 발생학자 루이스 월퍼트가 말했다.
인간은 유일하게 사유하는 동물이니, 인생의 시작은 태어났을 때가 아니라 뇌가 생성되는 낭배기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10개월 후 모습을 세상에 드러낼 때는 이미 뱃속에서 쌓은 자신만의 책탑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시골집 앞 저 목련도 자신을 펼치기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분주하게 채비했겠지. 그렇게 격한(激寒)을 지내고 나면, 천연의 단 향이 미지근히 불어오고 정다운 봄물도 슬미어시 차오를 제, 만물의 철학 세포들이 제 역할에 착수함에 저 목련 또한 제 소명을 다한다.
그럼에, 사계절의 시작은 봄이 아닌 겨울이라. 떠난 자리를 채울 작은 핵들은 겨우내 숨어 스스로를 단련한 끝에! 눈꽃이 채 녹지 않은 이른 봄의 태양이라 하여도 저마다에겐 마치 여름의 한가운데 정오의 그것 마냥 따스할 수 있으며, 막상 만록(萬綠)의 중하(仲夏)에 가서는 되려, 무더언히 앉아 기도할 수 있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