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기획자' # episode 01
달팽이는 이사를 한 번도 안 한다. 태어날 때부터 집이 몸에 붙어 있으니까.
그 집은 클 때 같이 커지고, 힘들 때 안에 숨을 수 있고,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평생 살 집'을 사기 위해 평생을 일한다.
우리는 왜 평생 정해진 크기의 박스 안에서 살아야 할까요? 아이가 자라고 가족이 늘어도 집은 그대로인데,
집이 형태가 아닌 '성장'이라면 어떨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달팽이 껍데기에서 찾았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방향으로 창이 열리고, 내가 늙을수록 동선이 짧아지고, 내가 슬플 때 벽이 조금 더 안으로 감싸는, 집이 나를 담고 내가 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나를 이해하는 것.
달팽이는 집을 소유한 게 아니다. 집과 하나가 된 것이다. 우리가 집을 장만하는 게 아니라 집과 같이 자랄 수 있는 세상이 올까?
사람의 집이 거주하는 사람에 자연스럽게 맞춰진다면 어떨까???
-신혼일 때는 작은 코어 공간
-아이가 생기면 한 겹 확장
이 집은 분양 면적이 아니라 삶의 시간에 따라 증식하는 구조가 된다. 건축은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생물처럼 자라는 시스템'이 된다.
달팽이집은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딱딱한 껍데기가 아니다. 생명과 함께 호흡하며 확장되는 '동태적 아키텍처'이다. 달팽이가 성장함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커지지만, 그 전체적인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 '형태는 기능을 따르되, 성장은 수학을 따른다'는 원리를 보여준다.
달팽이는 외부에서 자재를 가져와 집을 짓지 않는다. 자신의 외투막에서 석회질 성분을 내뿜어 스스로 벽을 만든다. 건축 자재를 운반하고 쌓는 노동의 시대를 지나, 거주자의 대사 활동이나 바이오 에너지가 직접 주거 공간을 형성하는 '배양 건축'의 모티브가 된다.
달팽이 집 내부에는 직선의 벽이 없다. 모든 공간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껍질의 나선 구조는 외부의 뜨거운 공기가 유입될 때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속도를 늦추고 온도를 낮추는 천연 냉각 장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 주거 역시 인간의 라이프스타일과 분리된 '부동산'이 아닌, 인간의 삶과 함께 증식하고 호흡하는 '바이오 쉘터'가 되어야 한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집은 물건이 아니라 성장의 껍질이다.
집은 부동산이 아니라 삶의 축적이다.
집은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확장하는 구조다.
자본주의 우리의 자산은 '집값'으로 표현된다. 만약 주거가 소비가 아니라 축적이라면, 세상이 바뀔까?
오로지 이 상상으로부터 시작된 기획을 구체화해 보았다.
01. 센트럴 코어
달팽이 껍데기의 가장 중심이자 가장 단단한 축이다.
집 전체의 온도를 조절하는 공조 시스템과 에너지 배터리가 위치합니다.
중심축을 따라 원형 계단이나 슬라이딩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어, 집의 모든 층을 수직으로 연결한다.
02. 나선형 거실
입구에서 들어오자마자 펼쳐지는 개방형 공간이다.
벽면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다. 벽 자체가 소파가 되기도 하고, 수납장이 되기도 한다.
03. 코쿤 침실
나선의 가장 깊숙하고 좁은 안쪽 끝에 위치한다.
달팽이가 위협을 느낄 때 안으로 숨어들듯, 가장 안락하고 조용한 휴식을 제공한다.
외부 소음이 곡선 벽면에 반사되어 상쇄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완벽한 정적을 제공한다. 벽면은 거주자의 수면 패턴에 따라 빛을 조절하는 발광 바이오 소재로 덮여 있다.
04. 수경 재배 가든
벽면을 따라 흐르는 점액질 형태의 영양액 시스템이다. 달팽이가 껍질을 유지하듯, 벽면 곳곳에 식물을 배양하여 실내 산소를 공급하고 식재료를 자급자족한다.
**본 글은 오로지 글쓴이의 상상으로부터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