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리는 이유 중 하나..
달리기 시작한 지, 이제 11개월 차가 된 러너입니다.
진짜 처음에는 '이렇게 달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짧은 거리(3~4km)만 겨우 달릴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거리를 뛰는데도, 자주 찾아오는 부상들 때문에, 달리기가 멈출 때가 많았습니다.
부상당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달리기가 이렇게 나랑, 안 맞나?'였습니다.
달리기를 하기 전,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한 마디로, '무릎 불편러'였습니다.
평소에 워낙 운동을 안 해서, 조금만 움직이더라도 무릎이 불편하고 아파서, 길게 하는 운동이나 격하게 하는 운동은 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땀 흘리는 활동을 워낙 좋아해서 1~2주마다 지인들과의 풋살 모임에는 참가하려고 했었는데, 한번 공 차고 나면, 한 2주씩은 못 나가고 병원 신세도 한 번씩 지곤 했었습니다. 풋살 하기 전, 몸 푼다고 준비운동할 때, 무릎 운동에도 다리를 아래로 굽히지 못하는 정도였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계속 있다가, 한 번은 '평생, 무릎 불편러로 지내야 하나?'라는 자문을 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으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배가 나오고, 몸관리가 엉망이니 생활도 엉망이 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뱃살만 늘어나는 나의 모습에 자주 우울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 즈음에, 주변에서 40대 후반, 50대 초반 지인들의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한 번씩 들을 때마다, 현타가 오면서, 나도 이렇게만 지내다간 좋지 않은 건강 상태 때문에, 인생 중후반에 한창 고생을 할 것 같은 걱정이 앞서게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제 혈액을 맑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 저의 상태는, 밤마다 편의점에서 콜라 하나, 컵라면 아니면, 즉석 떡볶이 사 와서 먹으면서 영상 좀 보고, 자는 생활패턴이어서 고지혈증이나 당뇨증에 위험 상태였을 것 같아서, 피를 맑게 하기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이 필수라고 생각해서, 달리기를 시작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인식이, '달리기 하면 무릎 상한다.'였습니다. 저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었는데, 유산소 운동에는 달리기가 최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하자고 결정하고 난 다음의 행동은, 무릎 재활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시간이 흘러서, 무릎 재활에 어느 정도 성공?을 하면서, 이젠 실내 트레드밀에서 5킬로 정도는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서 무릎 재활하면서, 트레드밀에서 키로수를 늘려 나갈 때, 역시 달리기 할 때, 묘미는 무념무상이었습니다. 그저 달리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호흡과 땀 흘리는 것에만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렇게 20~30분 뛰고 나면 정말 개운한 것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달리다가, 본격적으로 GPS 시계를 차고 달리기 시작한 것은 2025년 1월입니다. 지금이 11월이니까, 11개월 차 런린이입니다. 그동안 구미가톨릭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서, 풀코스까지 신청하게 되어서, 한 달 마일리지를 열심히 채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한 달리기가 이제는 신체 건강을 넘어서, 정신적인 안정감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 신기한 것은, 뛸 때마다 힘들 것 같아서, '내가 이걸 왜 뛰고 있지?'생각하면서도, 정신 차리고 보면, 또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도대체, 달리기의 매력은 무얼까요?
그것은 '몰입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달리기의 매력은 정말 많겠지만,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달리기의 매력은 달리는 순간에 느껴지는 '몰입감' 때문입니다.
뛸 때마다 극한의 한계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게 됩니다. 체력적 한계인지, 호흡적 한계인지, 탄수화물 고갈의 문제 때문일지, 골반이나 무릎 쪽에 컨디션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뛸 때마다, 자주 한계 상황에 마주하게 됩니다.
너무 나약한 나...입니다. 언제고 바로 주저앉을 것 같은 정말 나약한 나와 마주하게 됩니다.
마치 몸뚱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아주 보잘것없는 원초적인 모습의 나 인 것 같습니다.
그런 나약하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이야말로, '온전한 나'가 아닐까요.
그런 극한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저는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더 나약하고 초라할 것만 같은 나를 만나게 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정신이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달리면서 한계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나약한 나를 만나고, 그 나약한 나에게 응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정욱아, 좀만 더! 좀만 더! 다 왔어. 좀만 더 힘 내!"라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들을 해 줄, 시간들이 많아지니까, 나 스스로가 더 건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온전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있을 수 있는 달리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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