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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Nov 27. 2023

가장 달콤한 자장가

부모의 가장 큰 역할, 성장하는 동안 안정감 주기

어제 일요일은 가족이 다른 활동들을 했다. 주일미사를 봉헌드리는 것까지는 같이 움직였으나, 어제 일요일은 내가 성당 아빠들의 모임에서 성당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는 외부 봉사활동이 잡혀 있어서, 나와 다른 가족들의 활동이 달랐다. 미사를 마치고 나는 성당에 그대로 머물러야 했고, 와이프, 아들, 딸은 미사를 마치고 따로 움직였다. 아내 말로는 지역 근처에서 캠핑 페어가 있는데, 아이들 체험 활동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볼까 한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오후 늦게나 집에 같이 모였다. 각자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여유 있는 저녁 시간을 보내는데, 아들이 유독 피곤해했다. 지난주 독감으로 며칠 고생해서 그런지 다 나아가는데, 그래도 컨디션이 100% 돌아오지 않은 거 같아서, 저녁 먹고 나서 계속 자는 것이다. 거실 소파에서 자연스럽게 자게 두고, 이불도 덮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잘 시간이 되어서까지 자 길래, 그래도 약 먹이고 양치는 해야 될 것 같아서, 깨워서 그렇게 시켰다. 아들은 그렇게 약 먹고 양치를 하고 나서도 몸에 기운이 없는 건지, 바로 침대로 향했다.


"시완아, 누워있어. 아빠가 마사지 좀 해줄께." "응"


아들이 침대 한편에 누워있고, 나는 마사지를 해 준다. 그러는 동안, 아내와 딸은 옆에 각자 자리를 잡고 누워서 꽁알 꽁알 얘기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여러서 가족형 저층형 침대이다. 가족 4명이서 다 같이 한 침대에 잔다. 초3 아들 방에 자기 침대 있는데, 한 번씩 자기 혼자 자고 싶을 때, 가서 자고, 그렇지 않은 평상시에는 아직 같이 잔다.


아들 마사지를 어느 정도 끝내고 아내와 잠깐 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우리 서아가, 자기는 왜 마사지를 안 해주냐고, 귓속말로 얘기해요~아빠!" "아 네네, 해 줘야죠. 잠깐 얘기 좀 한다고요. 우리 딸, 누워 봐!!" 이러면서, 바로 딸내미의 등줄기와 종아리를 오물 쪼물 마사지해 준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밤이 늦었고 아이들도 자야 할 시간이어서 톤은 그렇게 높지 않게 유지하면서 맞장구와 호응은 어느 정도 있는 정도였다. 한 번씩 웃음소리도 나는 정도였다. 엄마가 한 번씩 웃는 소리가 들릴 때면 아들도 눈은 감고 있으면서, 입꼬리는 올라가고 미소를 머금고 있는 표정도 내게 잡혔다. 딸내미는 엄마가 웃으면, "왜? 왜?" 라며 엄마의 웃음의 의미를 한번 더 확인하고 싶은 건지. 꼭 이유를 물어본다. 엄마도 간단히 대답해 주고, "자, 이제 눈 감아~ 자야지" 하면서 엄마는 아들은 안아 주고, 아빠는 딸내미를 안고 있다. 아빠는 딸내미를 안고 재워 보려고 동요도 불러본다.


"무슨 노래야?" "어, 뜸북새~" 딸내미는 좀 듣고 있다가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이내 곧 몸을 떼구르 굴러 엄마에게로 간다.


나는 아내와 좀 전에 끝내기 못한 이야기들을 좀 더 한다. 좀 더 하는 사이, 아이들의 숨소리로 조금씨 조금씩 조용해지면서, 잠에 든 것 같았다. 곧 아내도 잠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듣기 좋고 달콤한 자장가는 아빠, 엄마의 대화가 아닐까.


자장가라 해서 노래도 불러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빠 엄마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대화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대화 속에는 오늘 동안 있었던, 아이들 이야기 일수도 있고, 주변의 이야기일 수 있는데, 그 속에서 아빠, 엄마가 생각하는 중요한 기준도 있을 수 있고,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아이들은 들으면서 또 다른 행동의 기준도 생길 수 있고, 다만, 잠자리 이야기 중, 주의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들에 험담은 삼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젠가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이 상담소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커 가는 아이들이 집에서 가장 공포를 느낄 때가 아빠, 엄마가 심하게 다툴 때인 것 같았다. 아빠, 엄마가 다투는 장면의 이면에는 항상 아이들의 두려움, 걱정, 공포, 불안감 등이 섞인 표정들이 화면에 잡히곤 한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우리 아이들에겐 최소한 불안감, 공포심은 주지 말자! 였다. 물론, 나도 인간인지라 아내에게 화를 내고 싶을 때, 내가 실수해서 부부간에 다툼이 있을 때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함께 있을 때는 말할 때, 두 번 더 생각하고 말하려고 한다.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은 커 가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부모의 여러 가지 역할, 좋은 거 사 주고 맛있는 거 사 주고, 좋은 데 데려가고 다 좋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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